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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박 찬 대북정책, 책임은 나몰라라



통일/북한

    쪽박 찬 대북정책, 책임은 나몰라라

    박 대통령 연설 3대 허점…성찰 없고, 개성공단 해명 실패, 제재수단도 의문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북한 4차 핵실험, 개성공단 중단 등 국정에 관한 국회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기존 대북·통일정책의 사실상 폐기와 전면적 전환을 천명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정연설에서 “이제 더 이상 북한의 기만과 위협에 끌려 다닐 수는 없으며 과거처럼 북한의 도발에 굴복해 퍼주기식 지원을 하는 일도 더 이상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북한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근본적 해답을 찾아야 하며 이를 실천하는 용기가 필요한 때”라고 비상한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북핵 진단과 해법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문제점을 보인다.

    ① 반성, 성찰, 비전 제시 없는 국정연설

    이날 연설에서 박 대통령은 그간 상생의 남북관계 구축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해왔지만 북한은 핵과 미사일로 보답했을 뿐이라고 정책 전환 배경을 설명했다. 북한의 ‘체제 전환’을 처음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북한에 대해 지난 3년간 참을 만큼 참았지만 구제불능인 것으로 판명된 만큼 앞으로는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김정은 체제를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북한의 이런 특성은 수십년간 반복돼온 양상이란 점에서 이제야 뒤늦게 실체를 파악하게 된 책임은 피할 길이 없다. 더구나 집권 후반기에 대북정책을 전면 수정함으로써 사실상 정책의 실패를 자인한 상황이다. 불가측한 북한이라는 외부환경 탓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반도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이 파탄 난 상황에서 자기 성찰과 반성은 없고 향후 비전조차 제시하지 못하면서 화려한 수사만 나열했다”고 말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에 관한 국회 연설을 하기 앞서 환하게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② 개성공단 논란 해명도 실패…잇단 말바꾸기에 신뢰 상실

    논란이 가열되는 개성공단 가동 전면중단 결정 배경도 명쾌하게 해명되지 않았고 오히려 혼선만 키웠다.

    박 대통령은 “우리가 지급한 달러 대부분이 북한 주민들의 생활 향상에 쓰이지 않고 핵과 미사일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노동당 지도부에 전달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만 밝혔다.

    여전히 증거는 제시하지 않은 채 우리 자금이 핵·미사일 개발로 전용되고 있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한 셈이다. 이는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전날 개성공단 관련 발언을 번복한 것을 또다시 뒤집는 것이기도 하다.

    진실 찾기는 더욱 어려워졌고 신뢰는 더욱 떨어졌으며,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안보리 결의 위반 논란에 직접 결부되게 생겼다.

    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일부 장관이 번복하고 사과까지 한 사례가 있는 와중에 대통령이 정반대 얘기를 한 것은 같은 정부내 얘기가 맞나 싶을 정도로 혼란스럽다”면서 “새로운 논거 없이 해오던 얘기를 계속하면서 일방적으로 따르라고 하는 것은 정치적 의도를 의심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③ 추가 제재수단은 공수표 우려…남은 카드 있는지 의문

    박 대통령은 “개성공단 전면 중단은 앞으로 우리가 국제사회와 함께 취해 나갈 제반 조치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호언했다. 이어 “스스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보다 강력하고 실효적인 조치들을 취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말대로라면 우리 정부는 일반적 예상과 달리 제2, 제3의 대북 지렛대를 갖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그런 ‘히든 카드’는 없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견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개성공단 외에) 추가로 쓸 수 있는 특별한 카드는 없다”고 단언했다.

    물론 일각에선 북한에 기항했던 제3국 선박의 국내 입항을 막는 것이나 미국식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등의 독자제재 방안이 거론된다. 하지만 중국과의 교역관계를 감안할 때 우리의 제재 수단은 미국, 일본에 비해 크게 제한될 수밖에 없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북한 기항 제3국 선박 입항금지나 의심 선박에 대한 수색 강화,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확대·강화는 물론 한미일의 해상봉쇄까지도 생각해볼 수는 있겠지만 현실화되기는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별다른 수단도 없이 불필요하게 긴장만 고조시킨 국내 정치용이란 의혹을 피하기 어렵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기업 CEO도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수립하는데 대통령 연설은 리스크를 줄이기보다 오히려 증폭시키는 쪽으로 메시지를 전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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