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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법적 근거 있나?



법조

    초유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법적 근거 있나?

    "통치행위의 일환으로 봐야"의견에 "통치행위도 법적 테두리 벗어나면 안돼" 반론

    지난 12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성공단 입주기업 피해 우선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사진=박종민 기자)

     

    정부가 "정치적 결단"에 따라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를 취했다고 밝히면서 이번 조치의 적법성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는 어떤 정치적 결단에 의한 행정조치로 보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가 어떤 법적 근거에 의해, 어떤 법적 절차를 거쳐서 이루어졌는지 확인해 주기 바란다'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홍 장관은 이어 "어떤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남측 인원의 안정적 통행 등 공단의 정상적 운영을 보장한다"는 지난 2013년 8월 '개성공단의 정상화를 위한 합의서' 제1항도 반박했다.

    "합의의 기본 정신은 발전적 정상화를 해야 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것이지만, 이제까지 북한이 보여온 행태, 특히 최근에 핵실험에 이어 미사일 발사까지 한 상황에서 개성공단을 정상적으로 가동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전날에도 개성공단 전면 중단은 "고도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공익 목적으로 행해진 행정적 행위"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고도의 정치적 판단", "정치적 결단"이 적법한 것인지 아닌지 또 적법하다면 어떤 절차를 거친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이날 더불어민주당과 가진 간담회에서 "국회에서 정부의 조치가 과연 적법한지, 타당한지 잘 가려 봐줄 것을 당부한다"며 "잘못된 과정이라면 국회가 바로 잡아주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3권분립 국가가 아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통치행위를 두고 적법성 여부를 따지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교수는 "통치행위의 일환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개별 조치를 하기 전에 큰 방침을 정한 것인 만큼, 개별적인 법률로 접근할 게 아니라 넓은 의미에서 해석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수도권에 근무 중인 한 부장검사는 "정책적으로 폐쇄조치를 한 것인 만큼 행정조치로 봐야 할 것"이라며 "법적으로 근거가 있는 조치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북핵이나 장거리미사일 발사 등 현재와 같은 위기 상황을 우선 고려했다고 봐야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반면 법에 근거하지 않은 만큼 무효를 주장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헌법 제76조는 "대통령은 내우·외환·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에 있어서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에 한해 최소한으로 필요한 재정·경제상의 처분을 하거나 이에 관해 법률의 효력을 가지는 명령을 발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 헌법에 근거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남북교류협력법 제17조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해칠 명백한 우려가 있는 경우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해 청문절차를 거쳐 협력사업의 정지를 명하거나 그 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는 지난 10일 전격적으로 이루어진데다 청문절차를 거치지도 않은 만큼 적법하지 않다는 주장이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송기호 변호사는 "기업활동과 재산권을 직접 제약하는 개성공단 전면 중단은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하고 법적 절차에 따라야 한다"며 "법적 근거가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판례를 봐도 평양에서 의류 가공업을 하던 한 업체가 5.24조치로 납품을 받지 못하자 낸 소송에서 법원은 통치행위라고 해도 법을 위반했으면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정부가 승인한 사업을 취소하고 정지한 것과 마찬가지인 만큼 법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NEWS:right}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도 "정부의 조치는 법률 형태를 띄어야 자의적으로 활용될 소지를 줄일 수 있다"며 "지난 2013년 개성공단이 중단됐을 때 정부가 노동자들을 철수시킨 북한을 상대로 비엔나협약 위반이라고 했었는데, 우리 정부가 얘기했던 걸 우리 정부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 있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한 검찰 관계자는 "헌법은 물론이고 남북관계발전법이나 남북교류협력법 등 어디에도 개성공단 중단을 상정한 조항은 사실상 없다"며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만큼 적법성 여부를 따지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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