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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로몬]日앞지른 韓대졸 초임…경총의 수상한(?) 셈법



생활경제

    [쓸로몬]日앞지른 韓대졸 초임…경총의 수상한(?) 셈법

    유독 300인 이상 대기업에 집착…통계전문가 '비교분석 오류'

    쓸로몬은 쓸모있는 것만을 '즐겨찾기' 하는 사람들을 칭하는 '신조어' 입니다. 풍부한 맥락과 깊이있는 뉴스를 공유할게요. '쓸모 없는 뉴스'는 가라! [편집자 주]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의 보도자료가 또다시 논란이다. 비단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경총은 지난해 10월에는 대졸 신입사원 초임이 월 290만 원이라고 발표한 데 이어 이번에는 우리나라의 대졸 초임이 일본보다 39% 높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조사 대상과 범위가 달랐다. 표본이 다른 두 수치를 단순 비교해 발표한 것.

     



    ◆ 우리나라는 34세 이하 vs 일본은 24세 이하...왜?

    경총이 배포한 자료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대졸 신입사원 초임을 산정하기 위해 2014년 1월부터 6월 입사자 중 34세 이하 근로자를 선택해놓고 일본 초임 자료는 20~24세를 대상으로 한 것을 인용했다.

    10살 차이가 나는 것이 이상하다 싶어 조사를 진행한 경총 경제조사1팀장에게 물었다.

    임영태 경제조사1팀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청년고용촉진특별법과 노동부의 청년인턴취업지원제도 등에 명시된 고용 연령이 15~34세여서 34세 이하로 정했다"며 "일본 자료 주석에 나온 24세 이하 부분은 오해다"라고 했다.

    일본 초임 자료 아래에 적혀있는 주석을 다시 살펴봤다. '임금구조기본통계조사 상 20~24세'라고 명시가 돼 있었다. 조사팀장의 설명은 앞뒤가 맞지않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들으면 들을수록 혼란만 더욱 가중됐다.

    다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구체적으로 일본의 경우 몇 세 이하로 작성된 것입니까?"

    조사1팀장은 "일본은 취업하는데 나이제한이 없다"며 "우리나라와 비슷한 것으로 알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 우리나라 대졸 신입 초임이 4000만원이라고?

    또한, 이번 자료에서 우리나라 대기업 정규직 대졸 신입근로자 초임이 임금총액 기준으로 3만7756달러라고 명시해놨다. 약 4000만원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경총 측은 '고용노동부 측에서 발표한 2014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 분석 자료를 토대로 작성했으며 여기서 300인 이상의 대기업을 대상으로 추출했음'을 강조했다.

    여기서 의구심이 들었다. "대졸 신입 초임으로 연봉 4000만원을 받는 이들이 과연 얼마나 되며 이것이 과연 우리나라 대졸 신입 초임을 대표할 수 있는 '표본'일까?"

    사회·문화 현상을 양적 연구 방법으로 탐구하고자 할 때 일반적으로 표본을 설정한다. 표본은 대상 전체를 대표할 수 있어야 한다. 표본의 수가 너무 적거나 특정 집단만을 대상으로 하게 될 경우 조사 결과가 왜곡될 수 있어서다.

    이에 대해 임 팀장은 "우리가 자체적으로 조사한 것이 아니라 고용노동부의 원자료를 가지고 그 안에서 추출한 정보"라고만 답했다. 고용노동부의 자료를 가지고 가공했으니 불신해서는 안된다는 식의 논리였다.

    ◆ 韓 정규직만 vs 日 비정규직 포함?

    조사 대상도 이상했다. 국내는 정규직으로 해놓고, 일본의 데이터는 비정규직이 포함될 수 있는 상용직과 비교했다. 후생노동성 정의를 보면 상용직은 '고용 계약 기간이 1개월 이상, 하루 일정 시간 이상 일하는 사람'이다.

    이에 대해서는 경총측은 "300인 이상 대기업의 상용근로자 중에 정규직 비중이 91% 가량 된다"며 "그런 의미에서 대기업 정규직과 일본의 상용직은 유사한 것"이라고 답했다.

    ◆ 통계·분석 전문가들의 생각은

    국내 통계 전문가의 생각은 달랐다. 이들은 단순한 평균임금 수준 차이가 아니라 임금격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성과 연령, 학력, 경력, 근속연수 등이 모두 다 같은 상태에서 임금 격차를 분석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통계와 비교분석이 주 업무인 금융권 복수의 관계자는 "비교를 하려면 같은 조건에서 해야 하는데 다른 범위와 대상을 가지고 비교하면서 마치 우리나라 초임이 높은 것처럼 포장해놨다"고 지적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조사 결과라는 뭇매를 맞은 이후에도 짜맞추기식 셈법으로 수치를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경총의 꼼수(?)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경총은 대체 이 자료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수상쩍은 보도자료와 함께 배포된 '2016년 경영계 임금조정 권고' 안에 답이 있었다.

     

    결국 경총은 이 수상한 셈법으로 작성된 자료를 근거로 "대졸 초임을 낮춰서 고용을 좀 늘리자"란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

    이에 대해서 경총 홍보팀 관계자는 "이번 권고와 대졸 초임 분석 결과 자료는 별도"라고 선을 그었고, 조사를 담당한 팀장은 "초임 분석 결과에 따라 권고안이 나오게 된 것"이라고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사실 이런 경총의 수상한 셈법은 이전에도 논란이 됐다. 지난 2015년 10월 대졸 신입사원 초임이 월 290만 원이라고 발표하며 많은 이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줬고, 2009년에는 '주요국 대졸초임 비교와 정책점 시사점'이란 자료를 발표하며 이번 논란과 유사한 이슈를 만들었다.

    당시 전경련이 30대 그룹 대졸자 신입사원 초임을 삭감하겠다면서 '한국 대졸초임이 일본에 견줘 높다'고 주장하자, 민주노총과 노동사회연구소가 이를 반박하면서 빚어졌다.

    전경련이 일본보다 우리나라 대졸 초임이 높다고 주장하면서, 일본 '후생노동성 자료'와 경총 '임금조정 실태조사자료'를 제시했는데, 당시 전경련의 자료가 일본의 자료는 10인 이상 사업장을 조사한 것이고, 각종 수당이 빠져 있었다.

    반면 경총 조사자료는 100인 이상 사업장을 조사했을 뿐 아니라 기본급에 수당과 고정상여금을 포함시켰다.

    당시 노동부 노동시장분석을 담당했던 이화영 과장은 "국가별 임금은 너무 다양한 변수 때문에 사실상 비교하기 어렵다"고 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서도 변명만 늘어놓는 한 경총의 자료는 기사에 인용되기는커녕 한낱 휴지조각 신세를 면치 못한다는 사실을 그들은 왜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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