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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툰 데자뷰?' 2016년 이대호와 2004년 이승엽



야구

    '플래툰 데자뷰?' 2016년 이대호와 2004년 이승엽

    '승엽이 형, 꼭 성공할게요' 미국 시애틀과 계약한 이대호(왼쪽)는 빅리그 입성에 성공해도 플래툰 시스템이라는 난관을 극복해야 메이저리거로 입지를 굳힐 수 있다. 지난 2004년 일본 지바 롯데에서 같은 상황에 처했던 이승엽은 이를 이겨내고 일본 최고 타자로 설 수 있었다.(자료사진=황진환 기자)

     

    미국 프로야구 시애틀과 계약을 마치고 5일 귀국한 이대호(34). 1년 마이너리그 계약으로 빅리그에서 뛰려면 스프링캠프에서 치열한 경쟁을 극복해야 한다.

    개막 25인 로스터에 들더라도 이대호에게는 또 다른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시애틀의 지명타자는 2년 연속 40홈런 이상을 때려낸 넬슨 크루즈인 데다 1루수 자리에는 애덤 린드라는 주전이 떡 하니 버티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이대호가 빅리그로 올라온다면 린드와 '플래툰 시스템'을 이룰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왼손 타자인 린드가 좌완에 약한 부분을 이대호가 메워줄 수 있다는 것이다. 주전이 아닌 백업 자원으로 분류되는 모양새다.

    한국과 일본 무대를 평정했던 이대호의 경력을 감안하면 자존심이 상할 만하다. 현재 이대호의 상황은 12년 전 선배 이승엽(40 · 삼성) 때와 비슷하다. 2016년의 이대호는 2004년의 이승엽과 무엇이 같고 다를까.

    ▲이승엽도 안주보다 도전…2004년 플래툰 난관도

    2003년 이승엽은 더 이상 한국 프로야구에서 이룰 것이 없었다. 당시 역대 한 시즌 아시아 신기록인 56홈런을 터뜨리며 3년 연속이자 5번째 홈런왕에 올랐다. 2002년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는 9회 극적인 동점 3점 홈런으로 삼성의 창단 첫 우승 비원까지 풀어줬다.

    FA(자유계약선수)가 된 이승엽은 친정 삼성으로부터 4년 100억 원 이상의 거액 제안을 받았다. 현재도 KBO 리그에서는 넘은 선수가 없는 100억 원은 12년 전이라면 더욱 엄청난 액수였다.

    하지만 이승엽은 부와 명예가 보장된 안정된 현재보다 도전을 택했다. 삼성의 제의를 고사하고 더 큰 무대로 도전했다. 다만 당초 메이저리그행을 노렸던 이승엽은 우여곡절 끝에 일본으로 향했다. 지바 롯데와 계약금 1억 엔, 연봉 2억 엔에 2년 계약을 맺었다. 당시 일본은 빅리그만큼은 아니어도 한국보다 수준이 높은 리그로 통했다.

    하지만 한국 최고 타자는 첫 해부터 시련에 직면했다. 일본투수들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5월 2군 강등의 수모까지 맛봤다. 100경기 타율 2할4푼 14홈런 50타점으로 초라하게 2004년을 마쳤다.

    이듬해도 이승엽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특히 당시 바비 발렌타인 감독의 플래툰 시스템이 더 강화됐다. 왼손 타자 이승엽이 좌투수에 약하다는 선입견 때문에 반쪽 선수로 출전해야 했다.

    2004년과 05년 지바 롯데 시절 바비 발렌타인 감독의 플래툰 시스템을 이겨내고 명예 회복에 성공한 이승엽은 2006년 일본 최고 명문 요미우리로 이적해 최고 타자로 우뚝 섰다.(자료사진)

     

    그럼에도 이승엽은 2005년 멋지게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부상과 부진으로 2군에서 출발했지만 타율 2할6푼 30홈런 82타점으로 부활했다.

    특히 한신과 일본시리즈에서 3홈런을 때려내 우승을 이끌었다. 이런 활약으로 이승엽은 2006년 일본 최고 명문 요미우리로 진출했다. 당시 이승엽은 타율 3할2푼3리 41홈런 108타점을 올리며 4년 최대 30억 엔(약 300억 원)에 계약했다. 메이저리그 부럽지 않은 대박이었다.

    플래툰 시스템을 극복해낸 성공 사례였다. 물론 이승엽은 이후 부상 등으로 요미우리 후반기는 좋지 않았지만 일본 최고 몸값을 기록하는 등 열도를 군림했다. 오릭스를 거쳐 2012년 한국 무대로 유턴, 통산 400홈런을 날리는 등 명성을 잇고 있다.

    ▲"이대호, 우투수 공도 잘 쳐야 플래툰 넘는다"

    이대호의 상황도 비슷하다. 거액이 보장된 안락한 상황에서 꿈을 위한 도전의 길로 들어섰다.

    이대호의 친정 소프트뱅크는 3년 18억 엔(약 183억 원)을 제시하며 잔류를 기다렸다. 연 평균 50억 원 이상이 보장됐지만 이대호는 최대 400만 달러(약 49억 원)의 1년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그나마도 빅리그에 입성해 옵션을 달성해야 받을 수 있는 액수다.

    이를 위해서는 플래툰 시스템을 넘어서야 한다. 시애틀의 주전 1루수는 린드가 기정사실화한 상황. 린드는 지난해까지 빅리그 10년 통산 1102경기 타율 2할7푼4리 166홈런 606타점을 올렸다.

    '애덤, 각오해라!' 이대호가 진정한 메이저리거의 꿈을 이루려면 시애틀 주전 1루수로 꼽히는 애덤 린드(오른쪽)와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자료사진=박종민 기자, 시애틀 홈페이지)

     

    린드는 2006년 토론토에서 데뷔해 9시즌을 뛴 뒤 지난해 밀워키로 이적했다 올해 시애틀 유니폼을 입었다. 2009년 타율 3할5리 35홈런 114타점으로 아메리칸리그 실버슬러거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는 타율 2할7푼7리 20홈런 87타점을 기록하는 등 녹슬지 않은 기량을 뽐냈다.

    다만 린드는 좌투수에 약했다. 통산 좌투수 상대 타율이 2할1푼3리에 불과하다. 지난해도 2할2푼1리로 우투수 상대 타율(2할9푼3리)에 크게 못 미쳤다. 시애틀이 이대호를 데려온 이유다. 이대호는 지난해 좌투수 상대 타율이 무려 4할(70타수 28안타)이었고, 홈런도 7개에 21타점을 올렸다.

    그러나 이대호는 좌투수뿐만 아니라 우완에게도 강력한 모습을 보여야 할 상황이다. 그래야 이승엽이 겪었던 플래툰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다. 송재우 메이저리그 전문 해설위원은 "시애틀이 올해는 지구 우승을 노릴 수 있다고 판단해 타선 강화 차원에서 이대호를 영입한 것 같다"면서 "그러나 이대호는 엄연히 린드의 백업 요원으로 분류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현재 이대호는 박병호(미네소타), 김현수(볼티모어)에 비해 어려운 여건에서 출발한다"면서 "때문에 방망이 실력을 더 빨리 입증해야 하고 굳이 좌투수뿐만 아니라 우투수를 상대로도 메이저리그 레벨의 공을 치는 모습을 보여야 많은 경기, 많은 타석에 들어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대호는 이승엽에 이어 한국 야구 대표팀 4번 타자로 활약하고 있다. 과연 이대호가 플래툰 시스템을 이겨내고 명예회복에 성공한 선배 이승엽의 길을 따를 수 있을까. 이대호는 5일 귀국 회견에서 "가장 밑까지 내려왔다"면서 "다시 시작하고 경쟁해야 한다"며 다부진 각오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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