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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취록 통해 드러난 MBC 민낯…해결 방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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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봉 교수 "MBC 사과하고, 정부당국·방문진 조사 나서야"

    (사진=박종민 기자/노컷뉴스)

     

    영화 '내부자들'의 MBC판이라고 불리는 '백종문 녹취록'이 공개된 지 9일이 되었지만, 여전히 진전된 사항은 없다. 사측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고, 관리·감독해야 할 책임이 있는 방송통신위원회나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는 뒷짐만 지고 있다가 뒤늦게야 긴급 안건으로 검토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런 중에 2일 오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MBC, 녹취록 파문, 문제점과 해결 방안' 주제로 긴급 토론회가 열렸다. 야 3당(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토론회였다. 추혜선 정의당 언론개혁기획단장은 "야당이 그동안 분열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 (언론) 문제만큼은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할 정도로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가 '녹취록 파문 사태로 드러난 공영방송 MBC의 실체와 해결 방안'이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최 교수는 "이번 녹취록 파문은 언론이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압력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나팔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정치권력에 부역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사진=박종민 기자/노컷뉴스)

     

    ◇ 녹취록 통해 드러난 MBC 민낯…'부당해고 행위'

    그는 "녹취록 중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이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는 증거가 없었는데 해고했다'는 것을 명핵하게 밝히고 있는 만큼, 2012년 파업 이후 경영진이 자행한 해고행위는 적법 절차를 거쳤다고 보기 어려운 일종의 노동탄압 행위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따라서 공영방송 MBC를 관리하고 감독할 의무가 있는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문화진흥회 그리고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관리 감독할 의무가 있는 노동부는 즉각 조사에 착수해 부당행위 당사자와 책임자를 처벌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백 본부장의 '증거 없는 해고' 발언과 관련, 법조계에서는 업무상 배임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고 밝혔다. 백 본부장의 발언이 '법률의 규정이나 계약의 내용 또는 신의성실의 원리상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행위로 기대되는 행위를 한 것'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 녹취록 통해 드러난 MBC 민낯…'프로그램 제작 자율성 개입'

    최 교수는 MBC 경영진이 노조원들에 대한 부당해고 뿐만 아니라 MBC 프로그램 내용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개입해 온 정황이 '녹취록'을 통해 드러났다고 밝혔다.

    녹취록에는 ▲쌍용차 문제를 다루려는 '시사매거진 2580'에 대해 "내가 진짜 가만 안 둘 거거든" ▲"예능('무한도전', '라디오스타')이 국민을 좌파, 좌경화하는 데 일등 공신인데, 회사가 손을 못 대고 있는 것" ▲'BBK' '광우병 보도' 등을 언급하면서 "지금은 그런 거 전혀 못하게 다 통제를 (하고 있다) ▲"아버지 이승만을 국부로 평가하는 프로그램을 만들라 그러면 한 놈도 없다" 등의 발언이 담겨 있다.

    이러한 발언에 대해 최 교수는 "방송 편성과 제작에 대한 (백 본부장의) 왜곡된 방송관을 그대로 보여줄 뿐만 아니라, MBC 프로그램을 통제하려는 의도를 드러내는 것"이라면서 "벙송법 4조 제작진의 자율성과 방송사의 편성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로 방통위가 즉각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했다.

    (사진=박종민 기자/노컷뉴스)

     

    ◇ 녹취록 통해 드러난 MBC 민낯…'보수 인터넷 매체와 부당 거래'

    발제를 하던 최 교수의 목소리가 가장 커진 부분은 '공영방송의 간부'가 직원이 4명 정도인 인터넷 매체 '폴리뷰'의 박한명 편집국장에게 "반성할 게 있으면 제가 반성하겠습니다"라며 응대하는 부분이었다. 최 교수는 "본부장 직함을 떼야 한다"며, 이는 둘 사이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떳떳한 관계가 아니라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최 교수는 "박 국장이 청탁에 대해 언급한 이후 '100분토론'과 '시선집중'에 출연했고, '폴리뷰' 사이트에 MBC 대주주인 방문지 광고가 게재되었다"면서 "영화 내부자들의 스토리와 같이 공영방송인 MBC와 보수성향 인터넷매체의 이익이 맞아떨어지면서 추악한 거래가 성사된 정황이 드러난 것"이라고 했다.

    이어 "'폴리뷰'는 출연이나 광고 등 금전적 이익을 기대하고 MBC와 접촉을 했을 것이고, MBC 경영진은 노조를 비판해줄 언론이 필요해서 '폴리뷰'와 부당한 거래를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녹취록 통해 드러난 MBC 민낯…'진보 언론 탄압 행위'

    최 교수는 MBC 경영진이 <미디어오늘>, <미디어스> 등 진보적 성향의 매체 비평지를 소송을 통해 탄압하려는 의도도 녹취록에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녹취록에서 정재욱 MBC 법무실장이 "저희는 이번에 <미디어오늘>을 상대로 (기사) 열 몇 개를 가지고 정정보도에 들어갔는데, 가만히 보니까 이게 구차한 거야"라고 하자 백 본부장이 "나는 정정보도 의미 없다고 본다. 언론 중재를 거치지 않고 그냥 소송으로 갔다. 그동안 뭐 비용에 대해서…"라는 식의 발언이 등장한다.

    최 교수는 "MBC 경영진은 자신들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를 한 매체에 대해 법적 소송을 통해 겁박하겠다는 것으로, 저널리즘의 원칙보다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힘'의 논리를 더욱 선호하고 있다는 간접 사례라고 할 수 있다"고 보았다.

    MBC 최승호 PD. (사진=박종민 기자/노컷뉴스)

     

    ◇ MBC 녹취록 사태 해결 방안은?

    최 교수는 이번 녹취록을 통해 ▲증거 없는 '불법' 해고 ▲간부가 나서 권력 비판적 프로그램 통제 ▲보수 인터넷매체와 모종의 거래 등의 정황이 드러났다며, "MBC가 직접 피해자와 국민들 앞에 사과하고, 해고 무효 및 징계 무효 판결을 받은 모든 소송 결과에 승복, 현재 진행 중인 항소를 취하하고 해고자들을 즉각 복직시켜야 한다"고 했다.

    또 정부 당국과 방문진이 2012년 파업 이후 MBC에서 벌어진 온갖 비정상적인 일들이 어떤 세력에 의해, 어떤 의도로, 어떤 방식으로 보의되고 실행되었는지 철저히 조사해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MBC의 몰락은 현 경영진의 일탈에만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방통위-방문진-MBC 사장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의 개선 없이는 MBC가 제대로 된 공영방송으로 거듭니다 어렵다"면서 "박 대통력은 대선 공약대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녹취록 사태, 최승호·박성제만의 문제가 아냐"

    한편 이날 토론자로 참여한 부당해고의 피해자인 최승호 PD는 "(이번 일은) 박성제 기자와 저 두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파업 이후) 정직·인사 발령 당한 사람들 다 합치면 170명 되는데 그 결정 과정이 다 똑같았다는 것이 문제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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