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백인만의 잔치'로 전락한 미국 최대 영화 축제인 아카데미 시상식을 '보이콧'하겠다는 영화인들이 늘고 있다.
AP 통신에 따르면, 유명 흑인 영화감독인 스파이크 리와 흑인 배우 윌 스미스의 아내이자 배우 겸 가수인 제이다 핑킷 스미스는 18일(현지시간) 올해 아카데미상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날은 미국 연방 공휴일로 흑인 인권 운동에 이정표를 세운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생일을 기리는 '마틴 루서 킹' 데이다.
올해로 88회를 맞은 아카데미 시상식은 2월 28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의 할리우드에 있는 돌비 극장에서 열린다.
시상식을 주관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남녀 주연·조연상 후보 20명을 2년 연속 백인으로만 채운 명단을 지난 13일 발표한 이래 인종 다양성 배제 논란이 크게 일었다.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OscarsSoWhite'(오스카는 너무 백인중심적)라는 해시 태그가 분출했다.
리 감독은 "'백합처럼 흰' 오스카상 시상식을 지지할 수 없다"면서 "어떻게 2년 연속 후보 40명에 유색인종이 한 명도 없을 수가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미국프로풋볼(NFL)의 공공연한 비밀인 뇌진탕과 그 트라우마를 다룬 영화 '뇌진탕'에 출연한 남편 스미스가 수상 후보에 오르지 못한 것에 분개한 핑킷 스미스 역시 오스카상 시상식에 참석하지도, TV로 시청하지도 않겠다고 했다.
그는 "유색 인종이 이젠 아카데미 시상식을 무시해야 할 시기가 왔다"면서 "유색 인종은 존엄하며 파워 있는 집단"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아카데미 시상식을 지금처럼 내버려두고, 우린 다른 식으로 행동하겠다"며 보이콧의 정당성을 설파했다.
백인만의 잔치로 치러진 작년 시상식의 TV 시청자 수는 2014년보다 16%나 하락하는 등 6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올해 시상식의 진행자인 흑인 배우 겸 코미디언인 크리스 록조차 "백인만의 '내기' 시상식"이라고 말할 정도로 오스카상은 백인 일색으로 차별 논란을 자초했다.
할리우드는 인종뿐만 아니라 여성 배우·연출·제작자에 대한 '유리 천장'으로 악명 높다.
리 감독은 "소수계에 대한 뿌리 깊은 차별이 벌어지는 치열한 전장은 아카데미 시상식장이 아니라 할리우드·TV·케이블 방송사의 제작자 사무실"이라면서 출연자 섭외와 배역 조정 등 프로그램 제작을 사실상 좌우하는 백인·남성 위주의 제작자들에게 일침을 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