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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대가 '응팔'에 응답한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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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대가 '응팔'에 응답한 이유는 뭘까

    잊고 살았던 것의 가치 일깨워줘..."지상파 프리미엄 붕괴 재차 확인"

     

    "세 번째 시리즈가 잘 될 리 없습니다.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은 폭망할 수 있습니다." '응팔' 첫 방송 전 기자간담회에서 신원호 PD가 언급했던 '폭망론'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방송 내내 '응팔'은 신드롬이라 할 만큼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PD조차 '과연 젊은층이 쌍팔년도 배경 코믹가족극에 호응할까' 고개를 갸웃했지만 우려와 달리 '응팔'은 초등생부터 40대 이상 중장년층까지 남녀노소를 아우르며 세대 공감을 이끌어냈다.

    전 세대가 '응팔'에 응답한 이유는 뭘까. 바로 각박한 세상살이에 잊고 살았던 것의 가치를 일깨워줬기 때문이다. '어남택'(어차피 남편은 택)과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이전 시리즈부터 이어 온 여주인공의 남편 찾기에 대한 시청자의 관심이 뜨거웠지만 '내 끝사랑은 가족입니다'라는 드라마 홍보 카피에서 보듯 '응팔'은 처음부터 끝까지 남녀의 사랑이 아닌 가족애에 초점을 맞췄다.

    데모하던 큰딸 보라(류혜영 분)를 잡으러 형사들이 들이닥치자 체면도 잊고 울며불며 사정하던 엄마 일화(이일화 분), 사이즈가 맞지 않지만 딸 보라가 사준 티셔츠와 구두를 애지중지하던 아빠 동일(성동일 분), 엄마 선영(김선영 분)이 목욕탕 일 나가는 것을 속상해 하면서도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하던 선우(고경표 분), 허구한 날 머리 끄덩이를 잡고 싸우지만 슬픈 일을 당하면 서로를 토닥이던 보라와 덕선(혜리 분) 자매, 심장수술 직후 옮겨진 병실에서 '정환아, 코피는 괜찮니?'라며 오히려 동생을 걱정하던 정봉(안재홍 분). '응팔'이 보여준 부부, 형제자매, 부모와 자식 간 사랑은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내 이야기라 여운이 더 짙었다.

    쌍문동 봉황당 골목 다섯 가족은 사라진 이웃 간의 정을 떠올리게도 했다. 동네 아줌마들은 평상에 둘러앉아 반찬 걱정부터 아이들 문제까지 하루하루의 삶을 이야기했고, 아저씨들은 귀한 산삼주를 앞에 놓고 부어라 마셔라 하면서 잠시나마 삶의 시름을 떨쳤다. '가난이 죄니?'라는 부잣집 딸 미옥(이민지)의 말처럼 이들은 빈부, 나이, 직업에 관계 없이 서로 마음을 나누고 어느새 함께 했다. 특히 진주(김설 분)의 크리스마스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반상회를 소집하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아이들은 등수나 집안 환경에 상관 없이 한데 어울렸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아지트 삼은 택이네 방에서 함께 라면 끓여먹고 비디오 보면서 학업에 지친 마음을 달랬다. 마지막 20화에서 '어른 택' 역의 김주혁은 '그때로 돌아가고 싶으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친구들이랑 노는 건 다시 해보고 싶어요."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드라마의 시대적 배경이 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 결과, 더 폭넓은 연령대의 공감을 얻었다"며 "90년대에서 80년대로 넘어가면 부쩍 옛날이야기 같은 느낌이 나는데, 불황 때는 과거를 회상하면서 위안을 얻는다"고 했다. 이어 그는 "'응팔'은 케이블판 주말드라마로 볼 수 있다. '응칠', '응사'가 남녀 삼각관계나 애정관계에 집중한 반면 '응팔'은 가족과 골목길 문화가 나오면서 시청자가 몰입하는 환경을 만들었다"고 했다.

    '응팔'은 여러가지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응팔'은 지난 16일 방송된 20화에서 시청률 19.6%를 찍으며 '슈퍼스타K2'(18.1%) 이후 6년 만에 케이블 프로그램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또 매출(광고+VOD)이 220억원을 넘어서 최소 150억원 이상의 수익이 예상된다.

    하재근 평론가는 "응팔이 기록한 시청률 19.6%는, 지상파의 기득권이 완전히 붕괴되고 있는 현실을 재차 확인시켜준 사건"이라며 "'지상파 프리미엄'은 옛말이다. 지상파도 케이블,종편 등과 똑같은 입장에서 경쟁하는 시대에 돌입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새로운 코드로 시장에 충격을 준 케이블,종편처럼 지상파도 신데렐라, 복수 등 뻔한 설정에서 벗어나 모험을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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