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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10대 쯔위가 흔든 국기의 잔혹한 '나비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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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끝작렬] 10대 쯔위가 흔든 국기의 잔혹한 '나비효과'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 얘기를 가감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JYP엔터테인먼트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 멤버 쯔위.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가수를 꿈꾸다 데뷔한 만 16세 소녀가 국가 간 논쟁의 중심에 섰다.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 소속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인 멤버 쯔위 이야기다.

    논란은 쯔위가 지난해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사전 인터넷 방송에 출연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쯔위는 일본인 멤버인 사나, 미나, 모모 등과 함께 각 나라의 작은 국기를 들고 나와 흔들었다.

    이런 모습이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중국 내에 퍼지면서 비난 여론을 낳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진화 되는 듯 했다. 그런데 '대만 독립 반대'를 지지하는 작곡가 황안이 최근 문제 제기를 하면서 다시 논란에 불이 붙었다.

    그는 쯔위를 두고 '대만 독립 지지 연예인'이라고 정의하며 쯔위가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국 인터넷 방송에 나와서 대만 국기를 흔든 쯔위의 행위를 다분히 정치적으로 해석한 말이다.

    이전과 달리 '쯔위가 대만 독립을 지지한다'는 정치적 문제로 부각되면서 트와이스뿐만 아니라 JYP 소속 아티스트들의 중국 활동에도 파장이 미쳤다.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여론에 중국 방송계가 JYP 아티스트들의 방송 출연이나 행사 계획을 취소하는 등 '보이콧'이 확산됐다. 10대 소녀가 흔든 국기가 엄청난 나비효과를 일으킨 것이다.

    두 차례의 사과로도 이 같은 여론이 진정되지 않자 JYP는 박진영 프로듀서의 사과문과 쯔위의 사과 동영상을 게시했다. 황안의 말처럼 쯔위는 "중국은 오로지 한 국가이다. 중국과 대만은 단일한 국가"라고 말하며 스스로 '대만 독립 지지자'가 아님을 증명했다.

    정치적으로 중국과 대만은 언제나 민감하고 예민한 갈등 상황에 있었다. 실제로 중국이 UN에 가입하면서 대만은 UN에서 탈퇴했고, 중국과 수교를 하기 위해서는 공식적으로 대만과 수교를 맺을 수 없다. 올림픽 등 국제 행사에서도 대만은 '중화민국'이라는 국가 칭호를 쓸 수 없고, 국기를 흔들지 못한다.

    그 바탕에는 중국과 대만이 합의한 '92공식'이 있다. 여기에는 중국이 대만의 체제를 보장해주는 대신, 국제사회에서 국가명과 국기를 쓸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체제도, 법도, 수장도 다르지만 중국은 대만을 '자치 지역'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쪽에도 분명한 입장은 있다. 중국 본토에서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쫓겨난 국민당이 타이완 섬으로 도망쳐 세운 나라가 대만이기 때문에 국가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런 중국에서 쯔위의 행동은 다분히 불쾌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문제는 중국과 대만 모두 10대 연예인 소녀를 정치 싸움에 끌어들여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것에 있다.

    중국에서는 불충분한 근거로 쯔위에게 '독립 지지자' 프레임을 씌워 비난했고, 대만은 각 정당이 나서 '쯔위를 지지한다'면서 홍보에 앞장섰다. 쯔위를 가운데에 세워 놓고, '대만 독립 지지자'들과 '하나의 중국 지지자'들이 신경전을 벌인 형국이다.

    시기 또한 절묘하다. 대만이 총통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갑자기 이 같은 논란이 불거졌는데, 지난 16일 치러진 선거에서 '92공식'을 인정하지 않는 민진당의 차이잉원이 대만 총통에 당선됐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중국 측이 '92공식'을 공고히 하기 위해 쯔위를 향한 비난 여론을 이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나이를 감안해보면 JYP의 말대로 쯔위가 한 행동은 어떤 정치적 의도를 담고 있기 힘들다. 애초에 국기가 나온 것이 외국인 멤버들을 대상으로 한 방송 콘셉트였고, 쯔위가 직접적으로 대만의 독립을 지지한다는 발언을 한 적은 없었다.

    무지에서 비롯된 행동이 불쾌감을 줬다면 그것에 대해서만 사과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쯔위는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면서 자신이 나고 자란 '대만'보다는 '중국'의 정치적 입장을 대변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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