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왜 시위와 저항이 정치의 가장 중요한 문제인가?



책/학술

    왜 시위와 저항이 정치의 가장 중요한 문제인가?

    작동하지 않는 민주주의에 대한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진단과 대안

    사진=사월의책 제공

     

    <베스텐트 2015="">는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저항과 시위'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다. 저자들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넘나드는 오늘날의 시위와 저항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충분히 민주적인가’를 묻는 정치적 행동이자, ‘지켜지지 않는 사회정의’에 대한 도덕적 반란임을 역설한다. 기존의 정당정치와 이익정치의 틀로는 포착할 수 없는 사회적 존중의 물음이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번 호에서는 ‘응답하지 않는’ 정당정치에 대한 시민정치의 도전을 주의 깊게 살펴본다. 영국의 코빈 열풍과 미국의 샌더스 열풍, 스페인의 시민정당 아호라 마드리드의 사례들이 보여주듯 이제 시민들은 자발적인 정치실험을 통해 정당정치를 혁신하고 있다. 시민정치는 그저 포퓰리즘에 불과할까?

    온라인 기반 직접민주주의는 환상일 뿐일까? 저자들은 오늘의 시민정치를 기존 정당정치와 대립시키는 정당중심 민주주의론을 비판하면서 새로운 정치적 참여의 요구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우리의 민주주의와 사회정의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사회 비판과 대안 모색을 위한 잡지 <베스텐트>(WestEnd)는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새로운 공식 저널로, 현대 사회가 겪고 있는 병리현상에 메스를 들이대어 사회 문제의 근본 원인을 진단하고 그 대안을 모색해왔다. 2012년부터 <베스텐트 2012="">를 시작으로 매년 한국판이 번역 출간되고 있으며, <베스텐트 2015="">는 그 네 번째 성과다.

    이번 호의 쟁점은 '시위와 저항' 그리고 '시민정치'로, 월가 점령운동부터 디지털 기반 직접민주주의 운동에 이르는 새로운 정치적 흐름들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2008년 세계적 금융위기와 함께 등장한 월가 점령운동부터 최근 한국 사회에 나타난 민중총궐기대회나 헬조선 비판 담론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는 무수한 형태의 시위와 항의가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저항과 시위는 현 정치 질서가 사회적 갈등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할 때 발생한다.

    한편에서는 이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측이 있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이런 저항들이 대안 없이 비판만 제기하는 ‘투정’에 지나지 않는다고 폄하하기도 한다. 사회갈등의 해소를 시민들이 “직접” 요구하는 이런 정치 행위를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첫 번째 글 '시위와 민주주의의 문제'에서 정치학자 니콜 다이텔호프는 기존 제도권 민주정치와 대비되어 나타나는 ‘거리의 정치’가 갖는 정치적 의미를 깊이 성찰한다. 그는 일부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오직 적법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시위만을 민주적 정치 행위라고 인정하는 것은, 오히려 시민을 민주주의로부터 소외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말한다.

    시위는 구체적인 정치적 협상이나 제도적 합의는 아니지만, 민주주의 사회 안에서 ‘합의할 수 없는 갈등’을 드러내고 이를 통해 제도 안에 갇혀버린 민주주의를 다시 생동하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이어서 사회학자 올리버 나흐트바이는 <사회갈등의 재도덕화에="" 대하여="">에서 사회갈등과 사회적 저항의 구조변동에 대해 논한다. 그는 단체협약이나 양성평등법처럼 제도화된 사회갈등들이 신자유주의적 개혁 이후 '탈제도화' 됨으로써 제도권 바깥에서 사회-도덕적 갈등이 나타나게 되었음을 지적한다. 예컨대 근래의 파업운동들은 단순히 임금 문제를 제기하는 단체 행위가 아니라 동시에 고유의 권리를 가진 피고용자로서 존중받기 위한 인정투쟁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빅토르 켐프는 <오늘날의 자본주의="" 비판:="" 그레이버와="" 호네트의="" 이론과="" 실천="">에서 월가 점령운동을 주도한 인류학자 데이비드 그레이버와 현재 프랑크푸르트학파를 이끌고 있는 사회철학자 악셀 호네트의 사회 비판적 이론을 오늘날의 저항운동과 관련지어 재조명한다.

    근래의 정치적 운동과 시위는 현대 사회가 지닌 사회적 인정 질서의 해방적 잠재력을 다시금 요구하는 것인가(호네트), 아니면 현대 사회에서 억압되어온 '인간적 경제'의 재생을 요청하는 것인가?(그레이버).

    켐프는 그레이버와 호네트의 이론적 요점을 충실히 요약하고 그들의 대립 구도를 명확히 하면서 탈체제적인 무정부주의적 사회 비판과 체제 내 자유주의적 사회 비판을 연계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 즉 제도 바깥의 저항적 실천을 이론화하고 이와 소통할 때 체제 질서의 내적 변화 가능성 또한 짚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 <한국판 특집=""> 정당중심 민주주의로 과연 충분한가?

    정당정치를 개혁하는 99%의 직접민주주의.

    정당중심 민주주의, 특히 우리 사회의 제도권 정치가 경제적 사회갈등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다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제기되어왔으나, 그 해결책으로는 정당 강화라는 도돌이표의 주장밖에 제기되지 못했다. 오히려 오늘날에는 그러한 기존 정당정치도 분열과 분당 사태로 인해 파탄에 이른 형국이다. <베스텐트 2015=""> ‘한국판 특집’의 저자들은 심각한 대표성의 위기를 겪고 있는 정당정치의 바깥에서 사회를 개혁하고 새로운 정치운동을 전개하는 시민정치의 현장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먼저 정치학자 김만권은 <‘도망자 민주주의’와 연대를 추구하는 ‘시민 게릴라’>에서 정당중심 모델을 추구하는 우리 사회 진보정치와 정치이론들이 가지는 문제점을 낱낱이 드러낸다. 이러한 이론의 배경에는 은연중에 전문가 엘리트와 상대적으로 무지한 대중을 가르고 정치를 엘리트의 것이라고 보는 발상이 내재해 있다.

    더 나아가 진보적 집단지성은 이념, 계급, 노동, 진성 당원이라는 오래된 시대의 경계에 머물러 있을 뿐 아니라 그 경계를 허물려는 노력을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고 (잘못) 간주하고 있다. 김만권은 이를 비판하면서, 그러한 경계를 떠나 정책과 사안, 민주주의의 가치에 근거를 두고 연대하는 ‘시민 게릴라’의 등장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음으로 시민운동가 하승창은 <21세기 새로운 시민운동, “조직에서 플랫폼으로”>에서 우리 사회의 시민운동 속에서 ‘시민들 간의 연결’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이 글은 특히 시민운동 현장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크다.

    하승창은 안철수 현상에 대한 반성을 통해 정치적 변화에 대한 새로운 욕구를 읽어내고 있는 동시에, 정당정치에 대한 변화의 욕구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임을 드러낸다. 나아가 전통적인 제도적 조직화에서 벗어나 시민들이 독자적으로 결정하고 활동하는 ‘정치적 플랫폼의 형성’을 대안으로 제시하면서 그 구체적 사례들을 보여주고 있다.

    정치학자 안병진은 <정치혁신이 실패하는="" 이유:="" 실험주의="" 거부하는="" 낡은="" 정당론="">에서 기존에 그어 놓은 제도권의 경계를 벗어나 어떻게 정당이 시민들과 연결될 수 있는지를 모색하고 있다.

    낡은 정당론은 ‘정당은 당원의 것이다’는 주장을 고수하며 기존의 경계를 지키려 하지만, 오늘날에는 ‘정당은 또한 시민의 공간이기도 하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안병진은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따라 바뀌어가는 민주주의의 성격을 파악하고 시민 네트워크의 역량에 주목하면서 우리의 정당이론 및 실천이 변모하여 시민의 직접민주주의적 흐름과 결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지막에 실린 대담 <‘경계의 정치’에서 ‘연결의 정치’로>는 세 사람의 논의를 요약 제시하면서 시민정치와 제도권 정치가 연계되어야 한다고 결론짓는다. 왜 최장집, 박상훈 등의 진보적인 '좋은 정당 만들기' 모델은 좋은 이념과는 달리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가?

    저자들은 이러한 정당정치 강화론이 지나치게 제도화된 정당에만 몰두하는 낡은 관점이자 엘리트 민주주의 모델에서 벗어나지 못한 주장임을 지적하며, 정당정치의 개혁을 위해서라도 시민정치가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정당정치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정당정치가 작동하는 방식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시민정치에 주목하고, 양자의 경계를 허무는 정치실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왜 유토피아적 사유가 중요한가?

    보편적 기본소득에서 신중산층의 허구까지.

    이상의 ‘쟁점’과 ‘한국판 특집’을 배경으로 하여 ‘논단’에서는 사회 현실로의 강력한 이론적 개입 의지를 드러내는 의미 있는 입장들이 제시된다. 먼저 사회학자 필리프 판 파레이스의 <보편적 기본소득:="" 왜="" 유토피아적="" 사유가="" 중요하며,="" 어떻게="" 사회학자들은="" 이에="" 기여할="" 수="" 있는가="">는 기본소득론 주창자의 글로서, 기본소득이 갖는 사회학적 쟁점들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파레이스는 기본소득론이 단순한 몽상으로 남지 않고 경제적, 정치적 지속가능성을 갖기 위해서는 경제적 측면에만 국한되지 않는 학제적인 사회학적 연구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기존 사회를 비판하는 유토피아적 사유가 필요할 뿐 아니라, 그러한 유토피아에 대한 사회학적 비판 작업 역시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