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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서 `일본군 위안부' 놓고 한·미·일 학자 격돌



국제일반

    미국 워싱턴서 `일본군 위안부' 놓고 한·미·일 학자 격돌

    • 2016-01-12 05:51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일본 측의 후원으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세미나에서 한·미·일 학자들이 공개적으로 격돌했다.

    특히 '제국의 위안부'라는 저서로 논란의 중심에 선 박유하 세종대 교수가 나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서 "(조선인) 협력자들의 역할도 논의해야 한다"는 논지의 주장을 펴자, 일본의 과거사 왜곡에 반대하는 알렉시스 더든 미국 코네티컷대 교수는 "개인이 아니라 시스템적 차원의 문제"라고 일축하고 나서 주목을 받았다.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우드로윌슨센터는 이날 오전 한·일 관계 전문가인 한·미·일 3국의 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일 관계와 동아시아의 역사적 화해를 위한 미국의 역할에 대한 전망'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당초 이번 세미나는 한·일 양국의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평가하는 데 목적이 있었으나, 실제로는 위안부 문제를 바라보는 한·일 학계의 상반된 시각이 공개로 표출된 자리였다.

    박 교수는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려면 그동안 배제됐거나 들리지 않았던 목소리를 들을 필요가 있다"며 "예를 들어 한국 내에서 위안부는 강제로 끌려간 소녀 성노예로 인식되고 있지만, 1965년 한국인 감독이 만든 영화를 보면 대부분 성인 여성이었으며, 내가 직접 만난 한 위안부 할머니는 '강제연행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고 '위안부는 군인들을 돌보는 존재'라는 얘기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이처럼 들리지 않았던 얘기들을 다루기 위해 한·일 또는 한·미·일 3국 간의 협의체를 만들 필요가 있다"며 "이는 이해당사자들과 학계는 물론이고 언론까지 참여해 밀실 논의가 아니라 공론의 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특히 "물리적 강제연행 과정에서의 군 관여 문제, 자유를 구속한 주체, 위안소의 성격을 비롯해 업자의 역할도 논의해야 한다"며 "군인과 위안부 사이에는 업자들이 있었으며 이들은 일본 정부의 협력자였다"고 주장했다. 일제 시대 당시 일부 조선인이 일본의 협력자로서 위안부 동원과정에 관여한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취지다.

    박 교수는 "국가가 나쁜 정책을 만들 수 있지만, 협력자가 없으면 실행될 수 없다"며 "이들 업자의 역할을 논의하는 것은 같은 일이 재발되는 것을 막고 국가의 책임문제를 근본적으로 고찰하는데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세미나를 후원한 아사노 도요미(淺野豊美) 일본 와세다대 정치학과 교수는 "위안부 문제는 일본 제국주의에서 빚어진 사건으로 다시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면서도 "제국주의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지만, 이는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도 지원했다"고 강변했다.

    그는 그러면서 박 교수의 저서인 '제국의 위안부'에 대해 "양국 내부에 존재하는 단순한 민족주의적 논리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다"고 평가하고 "앞으로 한국과 일본 대사관에 문화와 역사교류를 담당하는 비정부 인사를 둬 양국 간 장기적으로 신뢰를 구축하는 업무를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지난해 일본의 과거사 왜곡을 규탄하는 세계 역사학자들의 집단성명을 주도해온 더든 교수는 "위안부 문제는 일본 정부의 정책적 조율을 거쳐 정부 관리 또는 사실상 관리의 권한을 갖춘 자들에 의해 자행된 국가후원 시스템"이라고 반박했다.

    더든 교수는 "이것은 일회적이거나 산발적으로 일어난 범죄가 아니라 민간인들을 상대로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자행된 반인도적 범죄"라며 "정부로부터 위안소를 세우고, 여성들을 국경을 넘어 조달하며, 군함 또는 트럭으로 운송하라는 명령이 있었으며 가격체계와 의료절차에 대한 지침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더든 교수는 "한·일 양국이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조치는 역사적 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성윤 터프츠대 플레처스쿨 교수는 "이번 위안부 문제의 본질은 국가가 후원한 군대 성노예 제도, 즉 인권 범죄"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현재 일본 내에는 위안부를 강제동원한 증거나 문서가 없다는 주장 속에서 역사를 부정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돼 있다"며 "한국이 주장하는 위안부 피해자 숫자가 과장됐다거나 한국 내부에 협력자가 있었고 일본 군인과 위안부 피해자들 사이에는 서로 인간적인 우호관계가 존재했었다고 주장하는 등 기술적 세부사항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이것은 과거사에 대한 주요 담론을 형성하고 한·일 관계를 해석하는데 도움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일본의 식민지 체제는 여러 방면에서 독특하게 탄압적이었고 독특하게 잔인했으며, 지금 북한의 김씨 일가가 독재체제를 유지하는 방식이 바로 일제에서 배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여 명의 청중이 참석한 이번 세미나에는 워싱턴 정신대대책위원회 회장을 맡은 이정실 조지워싱턴대 미술사학과 교수를 비롯해 미국 워싱턴 내에서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활동하는 한인단체 인사들이 참석해 박 교수를 상대로 집중적인 질문 공세를 던졌다.

    이들 인사는 "도대체 위안부 피해여성 몇 명과 인터뷰를 해봤느냐", "예외적인 개인적 상황을 전체적으로 일반화하지 말라"고 성토했다.

    세미나에서는 지난해 12월28일 한·일 정부 간 '위안부 합의'가 한·일 관계의 근본적 개선을 촉진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됐다.

    더든 교수는 "지난해 12월28일 한·일 정부 간 합의는 일본 정부의 공식적 사과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위안부 피해자들을 협상과정에서 배제한 것이 큰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든 교수는 이어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철거문제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일본만이 과거 전쟁범죄를 기억할 수 있는 기념물을 제거하려고 한다"며 "한국이나 일본 정부가 관여할 권한이 없으며 오로지 희생자들만이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마이크 모치즈키 미국 조지워싱턴대 국제정치학과 교수는 "아베 총리가 진정성을 갖고 있다면 한국으로 가서 위안부 피해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일본 정부를 대신해 사과하고 참회해야 한다"며 "위험스러울 수 있지만, 이것이 강력한 힘을 만들어내고 화해의 과정을 촉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치즈키 교수는 또 "일본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들이 추진하는 '나비기금'(모든 여성들이 차별과 억압, 폭력으로부터 해방되어 자유롭게 날갯짓하기를 염원하는 의미를 담은 상징적 기금)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며 "이는 여성의 권익향상을 주창하는 아베 총리의 프로그램과 일치한다"고 주문했다.

    이번 세미나는 일본 정부와는 무관하게 개최됐다고 아사노 교수는 밝혔다. 아사노 교수는 "내가 일하는 와세다 대학이 일본 정부와는 무관한 일본 연구기금으로부터 자금을 후원받았고 이를 통해 이번 세미나를 후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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