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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과정 갈등…'약속'으로 시작돼 '불통'으로 끝나나



교육

    누리과정 갈등…'약속'으로 시작돼 '불통'으로 끝나나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2016년 어린이집 누리과정 지원예산을 두고 충남도의회와 충남교육청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와 전국의 교육감들 갈등 역시 깊어지고, 학부모와 어린이집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보육 대란에 대한 우려와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이 정부와 교육청은 물론 지방의회, 학부모들까지 포함한 복잡한 갈등과 혼란의 원인이 되고있는 셈.

    그렇다면 과연 이 같은 혼란은 정당한가. 얽히고 설킨 싸움으로 사태의 본질이 흐려지다보니, 일부에서는 사태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지 못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문제의 원인은 무엇이고 과정은 어땠는지, 충남교육청 경우를 중심으로 사태를 역순으로 짚어봤다.

    ◇ 충남교육청 vs 충남도의회 갈등 = 충남도의회 홍성현 교육위원장(새누리, 천안1)은 지난 7일 보도자료를 통해 "충남교육청이 근시행정을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하루 앞선 6일 교육청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과 관련해 재의를 요구한 것에 대한 불만인데 "앞으로의 불상사는 교육감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재의요구 당시 교육청은 "재의와는 별도로 누리과정 예산은 집행하겠다"며 다소 조심스런 행보를 보였지만, 의회 측은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거슬러 올라가면 양측의 갈등은 지난해 연말, 2016년 예산안 처리과정에서 구체화됐다.

    충남교육청은 "3~5세 무상보육을 약속한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며 관련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는데 의회가 12월 16일 본회의에서 이를 무시하고 자의적으로 6개월치 예산 536억원을 편성해 의결했다.

    536억원을 '교육청이 자체예산으로 편성'해 어린이집과 학부모들에게 지원하라는 것.

    구체화된 갈등은 지난 6일 교육청의 '재의' 요청으로 더욱 심화됐다. 의회 측이 자의적으로 편성한 536억원을 다시 심사해 의결해달라는 것으로 사실상의 취지는 예산 지원 주체를 교육청이 아닌 정부로 해달라는 것. 즉, 교육청 돈 말고 정부 돈으로 지원하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한정된 재정으로 정작 필요한 교육 사업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현실과 함께, 누리과정이 정부 약속 사업임을 감안해 달라는 것인데 한편으로는 '지방의회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동의 없이 지출예산 각 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로운 비용항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규정한 지방자치법 제127조 제3항을 그 근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도의회 측은 7일 보도자료에서 "본회의에서 해당 예산안을 반대한 의원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 교육청들 vs 정부 =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갈등은 비단 충남교육청만의 일은 아니다. 서울과 경기, 광주와 전남 등은 어린이집 뿐 아니라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도 편성하지 않았고, 세종과 강원 전북은 유치원 예산만 편성했다.

    충북교육청 등 의회에 재의를 요구한 것이 충남 뿐은 아니어서 사실상 대부분 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을 두고 교육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와중에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전국 시·도교육감들이 '직무유기' 등을 언급하며 맞붙으면서 사태는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 지난 5일 최 부총리는 "시도교육감이 누리과정 예산을 미편성하는 것은 엄연한 직무유기로 감사원 감사 청구와 검찰 고발을 포함한 법적 행정적, 재정적 수단 등 모든 방법 등을 총동원해 강력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압박했다.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는 이튿날인 6일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누리과정 문제는 정부의 무책임한 재정 대책 때문"이라며 "보육대란이 코앞에 와 있는 상황에서 감사나 고발은 해법이 될 수 없으며 오히려 문제를 해결해야 할 정부와 국회가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대해서도 양 측 입장은 첨예하다.

    최 부총리가 "누리예산 4조원을 포함한 교부금을 시도교육청에 보냈다"고 강조하고 있다. '누리과정 재원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집행하기로 시도교육감과 협의했다'는 것.

    하지만 교육감들의 생각은 다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지원 대상이 교육기관, 즉 유·초·중등인데 반해 어린이집은 보육기관으로 해당 교부금의 지원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시행령에 따라 '실질적으로 교육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어린이집도 교육의 장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인데 반해 시행령보다 상위법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으로 볼 때 어린이집은 교육기관이 아닌 보육기관으로 봐야 한다는 게 교육감들의 반박이다.

    ◇ 박근혜 대통령 공약 = 마주보고 달리는 기차는 언제부터였을까. 해답은 지난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찾아볼 수 있다. 누리과정, 좀 더 구체적으로 '무상보육'은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의 공약이었다.

    공약집 272쪽에는 '보육과 육아는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적시되어 있고 대선을 3일 앞둔 2012년 12월 16일, TV 토론에서도 박 후보는 "0세부터 5세 보육은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 사태 본질은 =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한 약속을 정부의 수장으로서 이행하느냐 여부가 이번 사태의 본질이다. 지원금을 주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누가' 지원금을 주느냐를 두고 벌어지는 싸움이다. {RELNEWS:right}

    첨예한 갈등이 장기화되고 각자의 주장에만 초점이 맞춰지면서 본질은 흐려지고 혼란과 우려도 깊어지고 말았다.

    교육계 한 인사는 "본질은 간단하다. 사태 해결도 간단하다.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물론 모든 약속을 지킬 수는 없다. 그럴 때에는 합리적인 설명과 설득을 통해 상대방을 이해시켜야 한다. 힘으로만 찍어 누르면 혼란과 반발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결국 소통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결과적으로 어린이집과 학부모들의 반발과 우려도, 교육청과 의회의 갈등도, 교육청들과 정부의 싸움도 모두 하나의 약속에서 시작됐다"며 "하지만 약속이 소통없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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