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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이 또 꺼내든 사정통치…檢에 기대 정치력 실종



법조

    박 대통령이 또 꺼내든 사정통치…檢에 기대 정치력 실종

    "부정부패는 민주주의의 가장 큰 적이며 경제시스템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사회적 질병이다" (2013년 7월 1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中)

    "부정부패는 국가 경제를 뒤흔드는 일이다. 비리의 뿌리를 찾아 덩어리를 들어내야 한다" (2014년 3월 17일 청와대 국무회의 中)

    "(황교안) 총리를 선두로 향후 30년의 성장을 위한 토양을 새롭게 한다는 각오로 개혁과 부패 척결에 범정부적 역량을 결집해 달라" (2015년 7월 21일 청와대 국무회의 中)

    "과거의 적폐가 경제활력의 걸림돌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각 부처는 부정부패 척결에 더욱 매진해주길 바란다" (2016년 1월 5일 청와대 국무회의 中)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 등 공식석상에서 철마다 '부정부패 척결'을 강조해왔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매번 고강도 '사정(司正) 정국'을 예고하는 발언으로 해석돼 정재계를 긴장시켰다.

    집권 4년차를 맞은 올해 첫 국무회의에서도 박 대통령은 일성으로 부정부패 척결을 되새김질했다. 여기에 발맞춰 검찰도 '미니 중수부'격인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을 신설하는 등 특수수사의 고삐를 조이면서 맞장구치고 있다. 정권이 검찰을 통해 사정 분위기를 조성해 기강을 잡으려 하는 패턴이 매번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 박 대통령 부패척결 발언 다음날 檢 미니 중수부 출범 선언… 또 사정 조성?

    법무부는 최근 검찰총장 직속의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의 운영을 선언하고, 특수통 검사들을 중심으로 진용을 갖췄다. 공교롭게도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부정부패 척결을 강조한 바로 다음날 검찰이 특별수사단 운영을 공식화한 것이다.

    특별수사단은 사실상 대검 중수부의 부활로 여겨진다. 사무실 건물만 서울고등검찰청을 빌렸을 뿐 검찰총장이 직접 지휘하고 보고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방위사업비리합동수사단을 이끌었던 김기동 검사장이 단장을 맡았으며, 해당 기수에 특수통인 주영환 부장검사와 한동훈 부장검사가 팀장으로 임명됐다. 조직을 유동적으로 운영해 언제든지 전국 검사 인력을 보강할 수 있는 길을 열어뒀다.

    벌써부터 특별수사단이 어디에 활을 겨누느냐는 초미의 관심사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대기업보다는 공직자나 공기업, 정치권이 타킷이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다.

    검찰 관계자는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대기업을 건드리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공직비리나 공기업, 정치권 수사가 이뤄지지 않겠느냐"면서 "공직비리 수사는 첩보가 얼마나 상세하게 들어오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여러 정보를 검토하고 거르는 중일 것이다"고 말했다.

    이번 검찰 인사에서 눈여겨 볼 것은 서울중앙지검에서 활약하던 특수, 공안 부장검사들을 주요 지방의 특수, 공안부장으로 내려보냈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임관혁 특수1부장이 부산 특수부장으로, 배종혁 특수4부장이 대구 특수부장, 문홍성 방위사업합동수사단 부단장이 대전 특수부장으로 임명됐다.

    총선을 앞두고 민감한 지역에는 공안통들이 내려간다. 김신 공안2부장이 대구 공안부장으로, 이문한 공공형사부장이 광주 공안부장으로 선임됐다.

    보통은 선임 부장들은 형사부장이나 지청장을 맡는 것이 관례였는데 이를 과감히 깨고 지방의 수사력을 다잡겠다는 의지를 인사로 내비쳤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특수 및 공안 분야의 장점을 살려야 한다며 이같은 인사 방침을 직접 구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검찰이 일사분란하게 진용을 갖추면서 대대적인 사정을 예고하고 있다. 가뜩이나 특수수사의 화력이 약해졌다는 평을 받고 있는 터라 검찰 구성원들은 벌써부터 수사 성과에 대한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특수통 검찰 관계자는 "특별수사단에 거는 기대가 안팎에서 크기 때문에 제대로 된 성과를 내야한다는 부담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면서 "검찰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크기 때문에 잘 풀리지 않거나 사고가 날 경우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반복되는 사정통치 피로감 높아져… "성완종 리스트처럼 부메랑 돼 돌아올수도"

    (사진=자료사진)

     

    청와대가 부패 청산 카드를 꺼내들며 검찰을 통해 기강을 다잡는 방식은 이번 정권에서 수차례 반복돼 왔다. 하지만 집권 초반에 비해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청와대의 과도한 개입이 오히려 부메랑이 돼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초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취임후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사자방'(4대강 사업·자원개발·방위사업비리)을 지목했다가 역으로 본인이 비리에 휘말려 불명예스럽게 옷을 벗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자원개발 비리 수사 도중 자살하면서 리스트를 남겨 이 전 총리 등 여권 실세들을 지목한 것이다.

    검찰이 청와대의 하명을 받아 움직이는 것처럼 비쳐지면서, 수사의 긴박감이 떨어지는 양상도 보이고 있다. 포스코그룹, 농협, KT&G 등의 수사도 청와대 하명으로 여겨져 소리만 요란했을 뿐 기대치 이상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때문에 검찰 내부에서도 특수수사 강화 움직임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

    서울중앙지검 모 부장검사는 "검찰이 몇몇 군데를 수사하면 공직사회나 재계의 기강이 잡힌다고 믿는 것은 과거 정권에서 통용되던 상당히 오래된 사고방식이다"면서 "부정부패 척결의 선의도 있지만,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하기 때문에 종종 사고가 터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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