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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꾼 울린 위안부 만화 '우린 어디로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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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공연/전시

    누리꾼 울린 위안부 만화 '우린 어디로 가고 있는가'

    [노컷 인터뷰] 최인선 작가

    15컷 분량의 만화 한 편이 누리꾼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최인선 작가의 ‘우린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만화이다.

    일본군이 한국 여성에서 저지른 만행을 그린 이 만화는 지난달 31일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 피키캐스트 피키툰을 통해 공개됐다.

    최인선 작가의 '우린 어디로 가고 있는가' 첫 번째 컷. (그림=피키캐스트 제공)
    지난 2014년 프랑스 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발에서 먼저 전시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난달 28일 한일 위안부(성노예) 협상이 타결되자, 최 작가와 피키캐스트가 “모든 할머니들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협상이었는지는 아직 의문으로 남아 있다”면서, 전시용이었던 이 만화를 웹 버전으로 바꿔 공개했다.

    이어 “당시 할머니들께서 얼마나 많은 고통과 아픔을 겪으셨는지 함께 느끼고 과거의 역사를 기리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만화 전체 보기 - 피키캐스트 피키툰.
    ☞최인선 작가의 ‘우린 어디로 가고 있는가?’

    최인선 작가의 '우린 어디로 가고 있는가' 마지막 컷. (그림=피키캐스트 제공)
    개인적으로, 이 만화를 보면서 인상적이었던 컷은 마지막 장면인 욱일기였다. 일본의 국기에 그려진 빨간색 동그라미(붉은 태양) 주위에 퍼져나가는 붉은 햇살(욱광, 旭光)을 그린 욱일기는 일본에서 주로 경사스러운 날에 사용한다.

    그들에게 자랑스러울지 몰라도 짓밟힌 이들에게는 다른 의미이다. 최 작가는 빨간색 동그라미를 ‘(당시) 위안부 소녀들의 시체와 피가 가득한 구덩이’로 보았고, 붉은 햇살은 ‘소녀들의 몸이 끌려가는 피 묻은 흔적’으로 풀어냈다.

    조금 더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최 작가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2014년 프랑스 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발에서 전시됐던 작품이라고. 작가 20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최 작가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 참여 의뢰를 받고, 약 한 달간 위안부에 대한 공부를 한 뒤 2013년 12월 정도에 작품을 완성했다.

    ▶ 한 달이 긴 시간이 아니라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 의뢰를 받았을 때 심도 있게 공부한 뒤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기간이 짧아 충분히 공부하지 못했지만, 인터넷이나 영화, 박물관 내 영상을 통한 할머니들의 증언을 많이 들으며 알아갔다. 내 상상이 가미되지 않게 하려고 당시 배경이나 소품 등 소소한 것을 챙겨 봤다. 그때 당시 트럭이나, 일본군이 입은 옷은 허리띠로 돼 있는지, 고무줄인지. 그런 자료 조사도 포함된다.

    ▶ 그릴 때 어떤 마음이 들었나.
    =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로하기 위해 그린 건 아니었다. 만약 내가 그 시대 살았다면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를 고민했다. 아마 나도 지금처럼 가진 것도 배운 것도 없었을 테고, 돈 벌러 간다니 그냥 쫓아갔을 것 같더라.

    그때부터 그분들이 아닌 나의 이야기가 됐다. 처음에는 돈 벌러 간다는 마음에 신이 났겠지. 하지만 트럭 타고 배 타고 계속 이동하면서, 옆에서 나와 친구들을 지키고 서 있는 군복 입은 사람 때문에 점점 두려워지지 않았을까. ‘나(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최인선 작가의 '우린 어디로 가고 있는가' 다섯 번째 컷. (그림=피키캐스트 제공)
    자료를 보니 전쟁이 끝난 뒤 곱게 안 돌려보내고, 죽여서 구덩이에 파묻었다더라. 그렇게 죽임당한 분들이 암매장 당할 때 느꼈을 감정을 생각해보니 분노보다 역시 두려움이었다. 더럽혀진 몸에 대한 죄책감, 돌아갈 수 없다는 자괴감, 이런 내 몸을 조국이 받아줄지, 아니면 혼이라도 받아줄지.

    그러한 감정선을 따라서 그림을 그렸다. 그리면서 많이 울었다. 하지만 내 상상에서 이루어진 것뿐, 막상 실제로 당한 할머니들에게는 내가 생각하지 못한 감정이 있을 거다. 그래서 이런 그림을 그릴 때 조심스럽다.

    ▶ ‘우린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우리'가 ‘나를 포함해 후손들’에게 하는 얘기 같더라.
    = 만화를 다 그린 다음 제목을 지었다. 앞서 얘기했지만 나 또는 내 친구의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그렸다. 그래서 마지막 부분에 친구들의 이름을 부르면서 ‘우리 이제 어디로 가야 하지?’라고 물었다. 오가지도 못하는 꽉 막힌 상황에 대한 이야기다.

    ▶ ‘나’ 자신에게 어디로 가고 있느냐고 느낀 건, 찔려서인지도 모르겠다.
    = 그렇게 얘기하면 나도 할 말이 없다. 내가 정대협이나 다른 사회단체에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문제를 놓고 지속적으로 활동하던 사람이라면 모를까. 그랬다면 이런 인터뷰 요청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그런 단체나 할머니들이 겪는 사회적 불이익에도 도움이 될 텐데. 지금은 인터뷰에서 한 말들이 할머니들에게 누가 될까 걱정이다. 그래서 나서서 말을 하는 것보다 그저 작품으로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 시기가 시기인 만큼 작품이 SNS 등을 통해 많이 회자되고 있다.
    = 이전에 전시할 때랑 비교하면 젊은 사람들이 많이 접한다. 특히 청소년들. 전시 때는 욕설이나 청소년이 보면 안 되는 부분이 있다며 총 15점(컷) 중 8~9점(컷)만 전시했다.

    최인선 작가의 '우린 어디로 가고 있는가' 열 번째 컷. (그림=피키캐스트 제공)
    그 당시 일본군들이 (소녀들에게) 욕설을 내뱉으며 감정 표현을 하지 않았을까. 입이 곱지는 않았을 거다. 그나마 거르고 걸러, 당한 모습만 담았다. 직접적이지 않으면 관념 속에서만 맴돈다.

    그런데 어른들이 야하다며 전시 못하게 한 그림을 중학생들이 보고 ‘이걸 보고 야하다 생각하면 안 되지’라며 이해해 주더라. 또 같이 가슴 아파해 주니 작가로서 고맙다.

    ▶ 혹시 또 다른 작품은 없나.
    = 지난달 30일에 올린 작품이 있다.

    차기작을 준비하는 것은 아니지만 고국으로 돌아온 할머니들의 삶은 어땠을까 생각해봤다. 좋지 않은 시선으로 2차 피해를 입어 힘들었을 거다. 치료는커녕 보듬어주지 못하는 우리 사회에게 느꼈을 울화가 더 큰 문제이겠구나 생각했다.

    최인선 작가가 지난달 30일에 올린 그림. (최인선 페이스북 캡처)
    유튜브서 영상을 하나 봤는데, 한 할머니께서 ‘다른 것 다 필요 없다. 내 15살 때로만 돌려줘라’고 말씀하시더라. 울화가 느껴졌다. 그때 아이디어가 떠올라 그렸다.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시더라.

    작가들은 사회적 문제를 그릴 때 조사를 많이 한다. 시간이 부족하면 치우치게 되고, 감정 이입이 힘들다. 2~3달은 그것만 파고들어 감정을 이입할 수 있게 자료 조사도 충분히 하는 기간이 필요한데, 요즘 세상은 너무 빨라서 감정 이입할 시간 안 주는 것 같다.

    ▶ 6일 수요집회가 24주년을 맞는다더라. 혹시 할머니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이 문제에 대해서 손발이 닳도록 도움이 되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밖에 못하겠다. 지속적으로 관심은 갖되 30일 그린 소녀상 그림처럼 떠돌아다니는 뉴스나 영상 보다가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그리겠다. 잊힐 만할 때 올려서 사람들 마음속에 한 점이라도 남는다면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그런 식으로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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