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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에너지와 자원회수로 글로벌 기업이 되겠다"



기업/산업

    "깨끗한 에너지와 자원회수로 글로벌 기업이 되겠다"

    [청년창업기획 ①] 김찬호 ㈜SNS에너지 대표

    최근 미래 성장동력으로서 창업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과거 어느 때보다 높은 편이다. 청년 창업도 많이 이뤄지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새해를 맞아 청년 창업에 성공한 벤처기업 대표들의 창업 스토리를 기획보도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김찬호 ㈜SNS에너지 대표
    ② 김미균 시지온 공동대표
    ③ 강준혁 오픈크리에이터즈 대표
    김찬호 ㈜SNS에너지 대표 (사진=SNS에너지 제공)

     

    30대 초반에, 직원 22명, 연 매출 60억원(2015년 추정치)에 이르는 회사 CEO.

    폐수 열에너지 회수업체인 ㈜SNS에너지의 김찬호(31)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젊은 나이에 CEO가 된 것이 아니다.

    연이은 사업 실패 뒤 부친이 물려준 것은 빚이었다.

    7년 전인 2009년 24살의 나이에 빚더미 속에서 창업해 말 그대로 산전수전 다 거쳐 여기까지 이르렀다.

    학력이 훌륭한 것도 아니다. 대학 2년 중퇴(K대 물리학과)로 공식학력은 고졸이다.

    김찬호대표가 창업을 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 2008년 미국 보스턴에서 8개월 동안 머물렀을 때의 귀중한 체험이다.

    ◇ "왜 MIT에서는 열에너지를 재생할 생각은 안할까?…어차피 해야 할 일이면 내가 하자"

    "군대를 제대하고 인생의 진로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다 세계 일류대학인 하버드대와 MIT가 있는 보스턴에 가서 부딪쳐보자는 생각으로 미국으로 건너갔다. 보스턴에서는 태권도장에서 파트타임으로 돈을 벌면서 시간이 날 때마다 하버드대와 MIT에 가서 청강을 하고 친구도 많이 사귀었다. 당시 거기서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 그린(Green)이었다. 에너지와 환경을 빼놓고는 얘기가 안됐다. MIT에서는 친환경으로 전기를 만드는 것에 꽂혀 있었고 그와 관련해 아이디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다 나와서 그 쪽 분야에서는 내가 아무리 해도 이길 수 없을 것 같았다. 그 때 아시아에서는 산업체에서 전기보다 열을 훨씬 많이 쓴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왜 이곳에서는 어떤 연구실에서도 열 에너지를 재생하는 방안은 연구를 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열에너지 재생 쪽으로 사업을 해보자는 마음을 굳히고 귀국하게 됐다."

    김 대표가 착상한 것은 한번 쓰고 버리는 폐수 열을 회수하는 것이었다.

    당시 MIT는 재생 분야의 천국이었지만 폐수에서 열 에너지를 회수할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다.

    "폐지나 고철, 물 등은 다 재생하는데 열 에너지는 왜 재생할 생각을 않는지 의문이 들었다. 에너지는 오염되거나 변화되지 않는다. 물리학 1법칙이 에너지 불변의 법칙이다. 아주 어려운 기술도 아니다. 폐수가 더럽기 때문에 폐수조에 들어가 에너지를 뽑겠다는 생각을 안했다고 본다. 이 일은 사명감을 갖고 해야 할 일이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내가 하자고 생각했다."

    폐수에서 열을 회수하는 기술이나 시설이 이전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미 열 교환기를 통해 폐수의 열을 회수하는 기술이 있었고 일부 열을 많이 쓰는 공장에서는 이 시설을 가동하고 있었다.

    열교환기는 고온의 폐수와 저온의 깨끗한 물이 교차해 관을 지나면서 1대 1로 온도가 뒤바뀌도록 하는 설비이다.

    하지만 당시 열교환기는 폐수의 부유물질이 제대로 걸러지지 않아 관을 막거나 열교환 효율이 높지 않아서 한계가 있었다.

    김 대표는 귀국해서 지인으로부터 5백만원을 빌려 사업자금으로 삼고 수소문 끝에 염색공장이 많은 안산반월 시화공단을 무작정 찾아갔다.

    고온의 폐수가 많이 나오는 곳이 염색공장이기 때문이다.

    김대표는 염색공장의 한 켠을 빌려 자신이 구상한 폐수열 회수설비를 직접 용접하고 만들면서 실험에 들어갔다.

    이때 용접은 제조업체에서 30년 동안 용접 일을 한 뒤 정년 퇴직한 큰아버지의 도움을 받았다.

    염색공장 직원들도 열교환기를 운영해본 경험을 얘기해 주면서 설비를 이것저것 개량시키는데 많은 도움을 줘 3개월만에 어렵사리 제품을 개발하고 개인사업자로 창업했다.

    ◇ "엔세이버, 해외를 돌아 국내에서도 판매…8개국 60군데 사업장에 설치"

    하지만 제품 개발과 판매는 별개였다.

    "도와주는 것과 물건을 사주는 것은 다르다. 어렵사리 제품이 나왔는데 사주지는 않았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한 업체의 사장이 물건을 팔기 위해서는 국내외를 연결해 설비를 판매할 수 있는 에이전트가 필요하다면서 한 분을 소개시켜 줬는데 그 분이 현재 우리 회사 영업이사다. 그 분이 소개한 일본 바이어가 우리 제품의 설명서를 보고 제품을 주문해 첫 판매가 이뤄졌다. 이 제품이 에너지가 절감되고 성과가 좋으니까 일본 바이어가 자신의 대만 친구를 소개시켜줘 대만에 판매하게 됐고 대만 바이어도 너무 좋다고 중국에 소개시켜줬다. 이렇게 일본, 대만, 중국에 판매가 되고 난 뒤 소문이 돌아서 국내에서도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해외를 돌아 국내에서도 판매가 이뤄진 것이다. 그래서 2009년 창업 첫해 매출이 2, 3억 났고 3년만에 매출이 17억까지 올라갔다. 2012년 1월에 법인으로 전환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8개국 60군데 사업장에 제품이 나가 있다."

    SNS에너지가 자체 개발, 제작한 폐수 열 회수설비 '엔세이버' (사진=SNS에너지 제공)

     

    이 회사의 폐수 열 회수 설비인 '엔세이버'(Ensaver)의 가장 큰 특징은 4단계의 자동필터로 폐수 속 부유물질을 99% 이상 걸러준다는 점이다.

    필터링과 유지보수를 전세계 어디서나 인터넷을 통해 전자동으로 원격 관리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 설비를 갖췄을 때 절감되는 연료비는 평균 40도에 이르는 온폐수를 하루 천톤 씩 방류하는 공장에서는 1년에 1억 8천만원에 이르게 돼, 이 설비 값을 뽑고도 남는다는 것이 SNS에너지 관계자의 말이다.

    폐수 열 회수상황은 원거리에서 실시간으로 모니터해 관리할 수 있다(사진=SNS에너지 제공)

     

    특히 이러한 연료비 절감 효과 뿐만 아니라 AS도 인터넷 전자동 원격 관리로 가능하기 때문에 중국 등 해외 매출이 전체 매출의 8, 90%를 차지하는 등 해외 판매 비중이 높은 편이다.

    투자자들도 많은 관심을 보여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7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한번 쓰고 버리는 에너지를 회수해서 친환경적으로 깨끗하게 공급할 뿐만 아니라 연료비도 대폭 절감되는 만큼 엔세이버에 대한 수요는 국내외에서 앞으로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 "열에너지 뿐만 아니라 전기나 물도 친환경적으로 재생해서 공급하고 싶다"

    김 대표의 관심은 폐수 열에너지 회수를 넘어 모든 에너지와 자원 재생에 있다.

    "창업할 때 회사 이름을 SNS에너지로 지었는데 SNS는 Saving & Solution의 약자다.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해결책을 내놓는 회사가 되겠다는 의미다. 버리는 에너지를 재생하는 것은 자원이 하나도 없는 대한민국이 제일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 재생했지만 기존자원보다 깨끗하고 가격이 저렴해서 쓰기 좋으면 당연히 시장에서도 팔릴 것이다. 더 나아가서 에너지나 자원이나 재생하는 사업이면 모두 관심을 갖고 있다. 지금은 열에너지를 재생해 공급하지만 전기도 공급하고 물도 친환경적으로 재생해서 공급하고 싶다. 그래서 자원재생분야에서 만큼은 대한민국 업체가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내 꿈이다. 나이가 어리니까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 "대한민국이 해 준 것은 여권 밖에 없었다…죽기살기로 하니까 문제가 다 풀렸다"

    김대표의 창업스토리는 말 그대로 자수성가형이다.

    벤처기업 창업 때 흔히 받을 수 있는 정부지원은 물론 은행대출 하나도 받지 못했다.

    "한 언론기관에서 사업하면서 가장 인상 깊은 아이템을 하나 가져오라고 해서 가져간 것이 여권이었다. 대한민국이 내게 해준 것은 여권 밖에 없었다. 여권이 있어서 다른 나라에 가서 물건을 팔 수 있었다. 다른 것은 하나도 혜택 받은 것이 없다."

    정부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벤처기업확인도 창업한지 5년만인 2014년에야 받았다.

    "벤처기업을 확인할 때는 크게 기술평가와 경영자 평가 두 부분으로 나눠서 평가를 한다. 우리 회사는 기술평가는 최고 등급이 나왔는데 경영자 평가는 최악으로 나와 벤처기업으로 인증을 못 받았다. 대학 중퇴를 해 공식 학력이 고졸이고, 취직 경험이 없고 나이가 어려서 점수에 미달된다는 것이었다. 하도 억울해서 4년 동안 청와대 신문고에 올리고 탄원서까지 쓰는 등 생난리를 쳐서 지난해에야 벤처기업 인증을 받았다. 그래서 그 전에 공장 분양 받을 때도 은행에서 이자를 13%나 주면서 시설자금 융자를 받는 등 벤처기업 혜택을 전혀 받지 못했다."

    사업을 하다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힘든 시절도 있었다.

    "2012년에 대기업 두 군데와 대형프로젝트를 했는데 대기업에 코가 꿰서 진짜 망할 뻔했다. 프로젝트가 한 순간에 망하게 생겼고 대기업은 모든 책임을 우리한테 다 뒤집어 씌워서 영업도 할 수 없었다. 평소 자살을 혐오하는 사람인데 10억원의 부채가 쌓이는 것보다 죽는 것이 차라리 더 낫겠다고 일순간 생각했다. 지금도 그날 그 새벽 시간을 생생히 기억한다. 그렇지만 못해본 게 너무 많은데 그 때 죽는 것은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볼 것 다 해보고 나서 죽자고 했다. 그 때부터 정말 죽기살기로 일을 했다. 그렇게 맘을 고쳐먹고 나니까 인생이 바뀌더라. 관련 대기업에 대해서도 '내 책임이요' 하고 나가니까 다 풀렸다. 돈 다 들고 해외에 나가서 죽기살기로 하니까 영업도 잘됐다. 매출도 두 배씩 뛰었다."

    ◇ "자기 자녀라면 창업하라고 무책임하게 벼랑 끝으로 내몰 수 있겠나"

    김 대표는 자신이 힘들게 창업한 만큼 무책임하게 청년 창업을 부추길 일은 아니라고 본다.

    "우리나라에서는 창업해서 실패하면 바로 신용불량자가 된다. 정부에서 보증을 통해 대출지원을 해준다고 하는데 대출해 주면 뭐하나. 사채랑 똑 같은 거다. 정부보증기관의 보증을 받을 때도 대표가 연대보증을 선다. 6천만원 빌려줘도 수익을 못 내면 6개월이면 임대료와 인건비, 영업비용으로 다 까먹는다. 투자를 받아도 마찬가지다. 투자자들도 우선주 등 자본투자가 아니라 CB(전환사채)나 BW(신주인수권부사채) 등의 투자고 모두 연대보증이 걸린다. 우리나라는 모두가 다 대출기관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기 자녀라면 창업하라고 무책임하게 벼랑 끝으로 내몰 수 있겠나, 집안에 돈이 빵빵하게 있으면 모르지만. 성공확률이 1% 밖에 안된다. 역지사지하면 그럴 수 없을 것이다."

    젊은이들이 장밋빛 환상을 가지고 창업 전선에 뛰어드는 것에 대해서도 경계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돈 무서운지 모른다. 사업의 본질은 수익을 내기 위한 것이다. 수익을 내기 위한 기준에서 시작해서 자금도 들여오고 상환도 하고 해야 하는데 요즘에는 거기에 관심이 없다. 투자 받으면 성공했다고 생각을 한다. 나도 그랬다. 투자 받으면 나한테 돈을 주는지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투자 받는 것은 갚아야 할 돈이 느는 거다. 돈 버는 것은 사업이 잘 돼서 구주를 팔고 M&A(인수합병)해야 가능하다. 그렇게 하기 전까지 사업가는 월급만 받아가는 거다. M&A시장이 발달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공식적으로 사업해서 돈을 벌 수 있는 길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세상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한 꿈을 꾸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 중요"

    그렇다고 젊은이들이 아예 창업을 포기하라는 말은 아니다.

    창업을 해도 허황된 꿈을 꾸지 말고 눈 앞의 현실을 분명히 직시하고 창업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SNS에너지가 내걸고 있는 슬로건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하여(For the better world)'이다. 이는 김 대표의 비전과 꿈이기도 하다.

    이 비전과 꿈은 미국 보스턴 시절에 형성됐다.

    "하버드대나 MIT에 가보니까 세상의 벽을 많이 느꼈다. 정말 세상에는 날고 뛰는 천재가 많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감명받은 것은 그런 친구들이 갖고 있는 생각과 고민이었다. 그 친구들의 고민은 돈이 아니었다. 그 친구들은 자기가 이 세상에 도움을 줄 것이 무엇인지를 철학적으로 고민하고 있었다. 자신의 능력을 어디에 써야 이 세상이 더 좋게 될지를 갖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여기에서 세상을 이끌어가는 미국의 힘을 느꼈다."

    김 대표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 특히 창업을 하는 젊은이들이 이러한 꿈을 함께 꿨으면 하고 소망한다.

    "요즘 꿈이 없는 친구들이 많다. 창업을 하는 젊은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다만 꿈을 꿀 때는 허황된 꿈이 아니라 이 세상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 실현이 가능한 꿈을 꾸고 그것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창업자들의 꿈 때문에 세상이 이렇게 발전해서 우리가 살고 있다. 주위 사람들도 그들의 꿈을 적극 응원해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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