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CBS는 연말을 맞아 올 한해 울산을 뜨겁게 달궜던 주요 이슈를 되짚어보는 시간을 마련한다. 그 첫 번째 순서로는 끊이지 않는 산업단지 내 안전사고에 대해 진단한다. [편집자 주]
지난 7월 3일 오전 9시16분쯤 울산시 남구 여천동 한화케미칼 울산 2공장 폐수처리장 저장조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작업자 6명이 숨졌다. (사진=반웅규 기자/자료사진)
지난 7월 3일 오전 9시16분. 울산시 남구 여천동 한화케미칼 울산 2공장에서는 ‘쾅’하는 굉음이 울려퍼졌다. 동시에 콘크리트로 지어진 폐수저장조가 내려앉았다.
사고 당시 폐수저장조 근처에는 10여명의 근로자가 용접작업과 보조작업을 하고 있었다.
가로 17m, 세로 10m의 거대 구조물이 폭삭 주저앉는 바람에 주변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현장에서 근로자 4명이 숨진 채 발견됐고, 이어 수색작업 중에 2명의 시신이 추가로 발견됐다.
사고 직후 수사본부를 설치했던 경찰은 한달여 만에 한달여 만에 수사 결과를 내놓았다.
어김없이 인재(人災)였다.
폐수저장조 관련 공사를 위해 사고 수일 전부터 저장조 내부 가스 제거 설비의 가동을 멈춰두었던 것이 화근이었다.
저장조 내부에 가득찬 가스가 용접 불티와 만나 폭발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가스 배출 조치를 하지 않은 관리감독자에게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고, 법원 또한 원하청 관계자 8명에게 금고형과 집행유예,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렇게 한화케미칼 사고가 일단락될 때쯤 또다시 대형사고가 일어난다.
이수화학 울산공장에서는 지난 11월 16일 오전 0시47분쯤 흰색 기체가 하늘로 치솟았다. 불산 혼합액이 누출됐던 것.
당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불산 누출 경위에 대해 온갖 의혹이 난무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사고 또한 안전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사람’이 문제였다.
이수화학 측은 사고 발생 6시간 전 미세하게 불산이 새어나오자 이를 막기 위해 임의로 작업을 진행했다.
매뉴얼에 따를 경우 번거롭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이 규정을 지키지 않은 이유였다.
결국 회사의 안일한 대처는 불산 혼합물 1천톤이 쏟아져 나오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미 이 회사는 지난해 2월에도 불산 누출사고를 일으켰던 전례가 있었던 만큼 엄청난 지탄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잊을 만하면 터지는 울산지역 산업단지 안전사고는 시민들에게 상당한 불안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울산발전연구원이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울산시민들은 가장 대비해야 할 사회재난으로 공단 폭발사고를 꼽았다.
시민들이 폭발사고에 민감한 이유는 산업단지 내 안전사고가 실제로 빈번하기 때문이다.
최근 5년 동안 발생한 전국 산업단지 안전사고 131건 중 28%인 37건이 울산에서 발생했다.
3건 중 1건은 울산 산업단지에서 일어난 것이다.
때문에 울산은 국민안전처의 전국 지자체 안전지수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분류되는 5등급을 받았다.
보다 못한 울산시는 산업단지 안전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안전사고와 재해 예방에 나서기로 했다.
안전디자인 가이드라인은 화학물질별로 배관의 색깔을 달리하고 작업자의 눈높이 등을 고려한 장소에 안전사인을 설치하는 등 작업자의 인지·준비·확인·행동의 오류로 발생하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마련됐다.
울산시는 단계적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그러나 울산시의 이 같은 조치가 산업단지 안전사고 감소를 이끌어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그동안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마련했던 온갖 대책들은 안전을 등한시 했던 ‘사람’에 의해 무용지물이 됐기 때문이다.
이제는 사람이 아닌 시스템에 의한 안전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