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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 속의 성장…정우의 '히말라야' 원정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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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난 속의 성장…정우의 '히말라야' 원정일기

    [노컷 인터뷰] "고산병 때문에 자괴감 들어…어려움 계산하면 작품 못해"

    영화 '히말라야'에서 박무택 대원 역을 맡은 배우 정우.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전작 영화 '쎄시봉'이 크게 흥행하지 못한 탓일까. 배우 정우는 많은 이들에게 아직까지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쓰레기'로 기억되고 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정 넘치는 히말라야 원정대의 막내 박무택으로 돌아왔다.

    정우의 상업 영화 주연 경력은 길지 않다. '쎄시봉'에서 트윈폴리오 제 3의 멤버 오근태 역을 맡아 가슴 찡한 첫사랑을 그렸고, 이번 영화 '히말라야'가 두 번째다.

    여러 배우들이 함께 이야기를 나눠 가졌던 '쎄시봉'과 달리 그는 '히말라야'에서 황정민(엄홍길 대장 역)과 함께 극을 이끌어 가는 중심축에 서있다.

    중간 중간 튀어나오는 경상도 사투리는 '쓰레기'를 연상시키지만 박무택이 가져가는 감정은 전혀 다른 그 어떤 것이다. 죽음 앞에 선 인간. 정우는 배우가 넘기 만만치 않은 그 벽을 생각보다 수월하게 극복해 냈다.

    '히말라야' 박무택처럼 정우에게도 역경과 고난은 있었다. 해발 4,000m 이상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히던 고산병과 사기 저하가 그것. 당시를 떠올리며 선배 배우들에게 죄송했던 마음을 떠올리는 얼굴에는 순간적으로 깊은 수심이 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그는 극복해 냈다. 이것이 그를 더욱 강하고 단단하게만들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아직 성장하고 있는 배우, 정우와의 일문일답.

    ▶ 촬영 과정이 상당히 고생스러웠다고 들었다. 6~7개월 정도 고생이 반복되다 보니 적응 노하우가 생기기도 했나?

    - 평소에 등산을 즐겨 하는 편은 아니다. 적응할 만하면 다른 곳에 가서 또 다른 것을 배웠다. 그래서 딱히 요령이라는 것을 생각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위 아래로 두껍게 입은 상태에서 모자에 고글까지 쓰고, 신발 밑에 아이젠을 차고 걸어 다니면 그 움직임 자체가 쉽지가 않다. 누군가 나를 훅하고 불면 바람처럼 사라질 것 같은 웅장함이 있다. 예쁘거나 멋있다거나 아름답다는 말로 표현되지 않는 중압감이 상당하다. 특히 히말라야는 그랬던 것 같다.

    ▶ 고산병 때문에 힘들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건강이 좋지 않았던 것이 본인 탓은 아니었겠지만 막내로서 부담감도 있었겠다.

    - 잘 먹고, 순환이 되면 괜찮은데 그렇지 않아서 힘이 들었다. 영화에서 좋은 그림을 만들기 위해 높이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4,300m에서 4,500m 정도? 아무래도 나이가 어리니까 활기차고 건강하게 다녔어야 하는데 고산병 때문에 술 한 잔 기울이지 못하고 많이 뒤에서 쳐져 있었다. 물론 선배들은 별 거 아니라면서 괜찮다, 몸이 그런 것을 어떻게 하겠냐고 말해 주지만 제 입장에서는 또 그렇게 될 수가 없더라. 기다리게 하는 것 자체가 미안한 행동이고, 저 때문이라는 생각이 드니까 자괴감이 들었다.

    영화 '히말라야'에서 박무택 대원 역을 맡은 배우 정우.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그래도 일단 촬영을 무사히 마쳤고, 영화가 개봉했다. 마지막 촬영 때는 어떤 기분이었는지 궁금하다. 힘들었던 만큼, 그 기분이 남달랐을 것 같은데.

    - 마지막 촬영을 했을 때는 마치 재촬영을 해야 될 것 같더라. 실감을 못했다. 함께 동고동락하면서 지냈던 시간들, 훈련 받았던 시간들, 해외 가서 힘들게 고생한 시간들 등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더라.

    ▶ 작품에 들어가기 전,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이렇게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었나?

    - 시나리오를 볼 때는 감성적으로 접하게 되지, 이성적으로 보지는 않는다. 캐릭터의 감정이나 메시지를 중심적으로 본다. 그런데 이것 저것 계산하면 못한다. 이거 재고, 저거 재면 어떻게 영화 촬영하고 작품을 선택하겠느냐. 캐릭터나 이야기 분석만 해도 쉬운 일은 아니라서 이걸 촬영할 때 얼마나 힘들지는 생각을 못했다.

    ▶ 사실 어떻게 보면 박무택은 '히말라야'의 드라마가 가진 비극의 중심에 선 인물이다. 스스로 어떻게 연기하기 위해 노력했는지 궁금하다.

    - 저는 일단 선배들이 말해주면 묵묵히 잘 따르는 것이 제 몫이라고 생각했다. 연기에 대한 의견이 있으면 선배들도 잘 들어주고, 수용해주면서 함께 작업을 해나갔다. 어느 정도 대충 계산을 하기는 하는데 세세하게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게 연기할 때 사람을 경직되게 만드는 게 있더라. 현장에서 선배들도 상대 배우가 어떻게 연기 하느냐에 따라 바뀌기 때문에 정말 조화가 제일 중요하지 않나 생각하는 편이다. 저 혼자 생각해 놓은 연기를 펼쳐서 거기에 맞추기 보다는 함께 산에 올라갔던 것처럼 맞춰가면서 이야기하고, 의견도 내면서 그렇게 해온 것 같다. 이번 작품에서는 특히 그랬다.

    ▶ '휴먼원정대' 대원들과는 어땠는지 궁금하다. 배우 황정민, 라미란, 조성하, 김인권 등 많은 이들과 함께 했는데.

    - 라미란 누나는 성격이 정말 좋다. 그리고 생각보다 힘들어하지 않더라. 체력적으로 여자라고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정말 친누나처럼 대해줬다. 우리 대원들 중 최고령인 조성하 선배도 얼마나 따뜻하게 돌봐주고 잘 대해줬는지 모른다. (김)인권이 형에게는 제가 의지하는 부분이 있었다. 비슷한 나이여서 그런지 잘 챙겨줬다. 인권이 형도 많이 힘들어했다. 이게 약간 복불복이다 전혀 힘들어 보이지 않는 사람이 힘들어 하기도 하고, 그 반대가 되기도 한다. 또 전혀 의외의 사람들이 괜찮기도 하고, 의외의 사람들이 아프기도 한다. 아마 (황)정민 선배도 괜찮아 보였지만 힘들었을 것이다. 함께 고생하는 걸 뻔히 아니까 대원들 전체가 끈끈해질 수밖에 없다.

    영화 '히말라야'에서 박무택 대원 역을 맡은 배우 정우.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산에 올라갔을 때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은 무엇이었나?

    - 샤워? (웃음) 먹거나, 자거나, 씻거나 입는 건 그냥 괜찮았던 것 같다. 빨아서 쓰면 되기도 하고 땀을 흘리지 않으니까 속옷이나 옷도 몇 날 며칠 입어도 찜찜하거나 그러진 않다. 기본적인 것들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 그러고 보니 라미란이 현재 '응답하라 1988'에 출연 중이다. 전 시리즈에 출연했던 배우로서, 어떻게 시청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특별 출연도 생각이 있는지?

    - 시간 날 때마다 보고 있다. 만약에 거기서 부르면 갈 것이다. (웃음) 정말 따뜻하고 좋은 작품인 것 같다. 드라마를 정말 하고 싶다. 장르나 역할 불문하고 이야기 자체가 제 마음을 울린다면 상관 없다. 드라마 촬영할 때 밤새고 촬영하는 거 정말 좋아한다. 계속 작품에 빠져서 지낼 수밖에 없는 환경이 좋다. 컨디션은 저하될지 몰라도 어쨌든 촬영 기간 동안 연기는 재미있다.

    ▶ 생각해 보면, 항상 따뜻하고 인간적인 작품들을 선택해 왔던 것 같다.

    - 그런 이야기 자체가 제 감정을 설득했던 것 같다. 드라마든 영화든 그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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