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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박근혜 정부..'잘되면 내 탓, 안 되면 국회 탓'



뒤끝작렬

    [뒤끝작렬] 박근혜 정부..'잘되면 내 탓, 안 되면 국회 탓'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 얘기를 가감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한국 사람들은 유독 남의 평가에 매우 민감하다. 아무래도 학창시절부터 직장생활까지 치열한 경쟁 상황에서, 남에게 점수 매겨지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내 의사결정이나 행동에 내가 얼마나 만족하는지보다는 남들이 몇 점을 매기는지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어한다.

    그래서 그럴까.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대한민국의 신용등급을 유사이래 최대 등급으로 상향조정하면서, 우리 정부는 마치 잔치라도 한 판 벌일 기세다.

    우리 시간으로 19일 토요일 새벽에 결과가 발표되자, 기획재정부는 이례적으로 주말에 차관보급인 최희남 국제경제관리관이 배경브리핑에 나섰다. 주말을 보내고 있던 출입 기자들은 갑작스런 브리핑에 부랴부랴 세종청사로 향했다. 그리고 이것도 부족했는지, 다음날인 20일 일요일 오후에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친히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회견장에서 최 부총리는 "이번에 무디스가 우리나라에 부여한 Aa2 등급은 지금껏 우리나라가 한번도 받아보지 못한 역사상 최고 등급"이라고 한껏 의미를 부여하면서 "이번 신용등급 상향은 박근혜 정부 3년간의 경제성과에 대한 무디스의 총체적 평가"라고 자찬했다.

    앞으로 신용등급이 낮아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화살을 국회로 돌렸다. 그는 "구조개혁 입법의 입법화가 지연될 경우 대내적으로 경제 활성화를 저해할 뿐 아니라 대외적으로 글로벌 불안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국가 신인도에 매우 큰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에 계류돼 있는 노동관련 5대 입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을 콕 집어, '국회가 통과시켜야 한다'고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결국 지금까지 박근혜 정부가 경제정책을 잘 시행해서 신용등급이 올라갔고 대외적으로 인정을 받았지만, 앞으로 국회에서 잘못하면 "모든게 한순간에 잘못될 수 있다"는 명시적인 압박이었다.

    다시말해, 잘 되면 '박근혜 정부 탓'이요, 안 되면 '국회 탓'이라는 뜻이다.

    공교롭게도 지난 9월 국정감사 당시에는 또다른 국제신평사인 S&P가 우리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해 최경환 부총리를 곤경에서 구해준 적이 있다.

    당시는 기재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중앙정부 채무가 크게 늘어나 마지노선인 GDP대비 40%를 넘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드러난 직후였다. 야당은 국정감사를 통해 국가 재정 건전성에 대한 파상공세에 나섰지만, 최 부총리는 S&P의 신용등급 상향을 방패삼아 상황을 돌파해 나갔다.

    그리고 최경환 부총리가 막 기재부 장관 '만기 제대'를 앞둔 시점에서 우연찮게 무디스의 신용등급 상향이라는 낭보가 날아들었으니, 앞으로 이를 자신의 재임기간 경제성적표에 대한 우등상장 같이 활용하고 싶은 마음도 클 것이다. 분명 자신의 총선 기간 동안, '경제부총리로 해놓은게 뭐 있냐'는 상대방의 공격을 방어할 효과적인 방패로 활용될 것이다.

    물론 무디스와 같은 국제신용평가사가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올려주는 것은 좋은 일이다. 특히나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 와중에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우리의 신용도를 높게 평가해준 것은 금융시장 변동성을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무디스는 3대 국제신용평가사라고 하나, 결국은 하나의 민간기업에 불과하다. 또 이들 신용평가사의 등급 산정과 관련해 각종 시비도 끊이지 않는다. 그런데 이것이 마치 국제사회 전체가 우리에게 부여한 훈장이나 상장쯤이나 되는 듯 경제부총리까지 나서서 주말을 잊은 자화자찬에 나서는 것은 과하다는 느낌이 든다. {RELNEWS:right}

    게다가 신용등급은 우리 경제 상황을 나타내는 다양한 지표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어떤 학생이 한 과목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고 전과목에서 우등생이 되는 것도 아니며, 시험 점수가 그 학생의 전인적 상태를 대변해주는 것도 아니다. 그 학생은 특정 과목의 점수만 높을 뿐, 갈등의 중재나 소통 능력 등 인간 관계는 빵점일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입법화되지 않으면 국제 신인도가 떨어진다고 지목된 법안 중 하나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1400일 넘게 계속 국회를 통과 못하고 있다. 그렇게 오랜 기간동안 법안이 통과되지 못했다면 법안에 잘못된 것이 있는지, 어떤 것이 갈등의 쟁점인지 다시 따져봐야 한다. 내가 점수를 높게 받아서 내 말이 무조건 맞으니 통과시켜달라고 압박만 넣는 것은 소통도 아니고, 그렇게 일이 해결되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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