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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쿡방' 보면서 배달앱을 누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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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쿡방' 보면서 배달앱을 누를까

    [문화연예 연말정산 ⑥] "요리 해먹을 시간 부족, 쿡방 보며 휴식"

    CBS노컷뉴스가 2015년의 끄트머리에서 올 한 해 문화·연예계를 달군 굵직한 사건들을 되짚어 보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차곡차곡 모아 온 관련 자료와 정교한 시선으로 사건의 현재와 흥미로운 뒷이야기를 전합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유병재·최민수·김미화와 함께 기록한 '세월호 1주기'
    ② 승자 없는 서울시향 사태, 남은 건 언론의 마녀사냥
    ③ 네 번 터진 '천만영화'…그 이면의 '양극화'
    ④ "빼앗긴 '볼 권리' 되찾자"…영화계·국회는 '불구경'
    ⑤ 가요계 덮친 '음원 사재기' 의혹, 그 뒷이야기
    ⑥ 왜 '쿡방' 보면서 배달앱을 누를까
    (계속)


    '삼시세끼' 차승원, 집밥 백선생, 냉장고를 부탁해 정형돈. 좌로부터. 사진=tvN, JTBC 제공

     

    올해 방송 트렌드를 설명할 때 쿡방 열풍을 빼놓을 수 없다. 현재 지상파·종편·케이블에서 방송 중인 쿡방은 어림잡아 20여 개에 달한다. 최근 종영한 '삼시세끼'(tvN)를 비롯해 '냉장고를 부탁해'(JTBC), '집밥 백선생'(tvN) 등은 여전히 높은 시청률을 자랑한다. 연말쯤에는 열풍이 잦아들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쿡방의 인기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 쿡방 인기, 왜 사그라들지 않을까

    전문가들은 쿡방이 방송가에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잡았다고 분석한다. '집밥 백선생'의 고민구 PD는 "쿡방은 유럽이나 미국에서 방송 장르의 한 축을 이룬다. 우리나라는 한 시대를 풍미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지나간 자리를 쿡방이 대신 채우는 과정에 있다"고 했다. 프로그램이 상품화하는 상황에서 유행의 흐름을 역행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고민도 밝혔다. 고 PD는 "유행을 선도할 수 있다면 시대의 아이콘인 나영석, 김태호 PD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이유는 과거의 요리 프로그램이 교양적 성격을 띈 것과 달리 지금의 쿡방은 엔터테인먼트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문화평론가 문강형준은 "쿡방의 핵심은 '쿡'이 아닌 '방'이다. 쿡방은 방송이고 보는 것이다. 원재료가 근사한 요리로 변신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시청자의 시선을 끈다"면서 "하지만 그것이 이런 식의 열광이 되는 건 시청자의 마음 속에 쿡방을 보고 싶어하는 열망이 자연스럽게 생겨서라기 보다는, 엔터테인먼트와 결합해 웃음과 눈요기를 함께 주는 쿡방 포맷의 탁월성과 관련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요리 프로그램의 시청층은 주부 등 여성으로 한정됐다. 반면 요즘 쿡방은 남녀노소를 아우른다. 요리에 웃음과 토크를 곁들인 형식이라서 재미있는 콘텐츠에 열광하는 10, 20대가 특히 쿡방을 즐겨 본다.

    쿡방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일부 시청자는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쿡방의 인기가 지속될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고 PD는 "형식이 달라져도 쿡방은 계속 존재할 것이다. 다만 경쟁의 원리에 의해 자연스럽게 도태되는 셰프나 프로그램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강형준 평론가는 "과포화 상태가 되면 새로운 포맷이 유행할 것이다. 그럼에도 여성노동이 전문화되고 고급화된 자리에 남성이 들어가 부와 명성을 얻는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 왜 남성 셰프만 인기가 있을까

    요리연구가 백종원, 셰프 최현석, 이연복. 사진=MBC, JTBC 제공

     

    쿡방 열풍과 맞물려 셰프의 인기도 뜨겁다. 요리실력에 예능감까지 갖춘 요리연구가 백종원과 셰프 이연복, 최현석, 샘 킴 등은 쿡방뿐만 아니라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을 섭렵한 덕분에 셰프테이너(셰프+엔터테이너)로 불린다. 실제 홈쇼핑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올 한 해 인기 셰프가 직접 기획한 간편조리식품·편의점 도시락과 이들이 모델로 활동한 주방용품의 매출 증가가 두드러진다.

    소위 셰프테이너로 불리는 셰프는 모두 남성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왜 유독 남성 셰프가 인기 있을까. 첫 번째로 신선함을 들 수 있다. 문강형준 평론가는 "기존 가부장제의 '요리=여성' 공식에서 벗어나 있어 신선한 느낌을 준다. 차승원이 아줌마처럼 요리하는 모습이 인기를 얻은 것과 동일하다"면서도 "남성 셰프는 요리를 포함한 가사노동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시간이 막대한 한국의 성별 노동분업 실태를 보지 못하게 한다"고 꼬집었다.

    남성 셰프의 인기는 신자유주의 시대에서 노동이 미학화되는 경향과도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문강형준 평론가는 "꽃꽂이 하는 사람이 플로리스트가 되고, 보험아줌마가 라이프 플래너가 되는 이 시대의 노동은, 그 본질은 유사하고 강도는 훨씬 세졌지만 이름만 고급화되면서 노동자에게 자기경영자가 된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며 "과거 요리연구가와 현재의 셰프 사이에는 본인의 이름과 직함이 브랜드가 된 현실이 담겨 있다"고 지적했다.

    바야흐로 셰프 전성시대지만 여성 셰프는 이런 흐름에서 배제되어 있다. 전문가들은 여성 진행자 소외가 비단 쿡방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은 아니라고 말한다. 고 PD는 "방송 전반적으로 여성 진행자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며 "쿡방 PD 입장에서는 실력과 자신만의 캐릭터가 있는 여성 셰프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 쿡방은 일상에 어떤 영향 미칠까

    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자료사진

     

    쿡방이 인기를 끌면서 남성 요리 인구가 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마이크로밀엠브레인이 지난 7월 16~21일 전국의 성인남녀(만 19~59세) 2000명을 대상으로 요리 프로그램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쿡방 시청자의 63.2%가 프로그램에 소개된 요리를 직접 만든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남성 시청자 중 과반수(52.3%) 이상이 쿡방을 보고 요리를 따라해 본 적 있다고 대답했다.

    고 PD는 "쉽고 간편한 레시피를 전달하는 쿡방의 영향으로 혼밥남(혼자 밥 먹는 남자의 준말), 자취남은 물론 가부장적인 40대 이상 남성들이 가정의 다른 구성원을 위해 기꺼이 요리에 도전하는 모습을 SNS 상으로 봤을 때 쿡방 PD로서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쿡방이 인기를 모으고, 요리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지만 동시에 배달앱 시장은 날로 호황이고, 반찬가게나 편의점 도시락 이용률은 급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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