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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공기 한 봉지 주세요!"



칼럼

    [칼럼] "공기 한 봉지 주세요!"

    공기오염 위성지도 (출처=NASA 홈페이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영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보고 나서 받은 충격을 잊을 수 없다. 벌써 15년 전 이때쯤 이야기다. 그때 애니메이션 영화는 어린아이들이나 보는 것이라는 선입견이 깨졌다. 만화영화가 인간의 탐욕과 환경파괴 그리고 자연과 인간의 공존이라는 미래 문제까지 다루면서도 뛰어난 예술성과 오락성 그리고 감동을 주는 것에 놀랐다.

    지난 15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공개한 '세계 공기오염 지도'를 보다가 떠올린 것이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였다. 인공위성에서 찍어 보낸 지구에는 감청색의 바다와 용담꽃처럼 파란 대륙이 펼쳐있었다. 대륙 가운데 유독 붉은 핏빛으로 물들여진 땅에 눈길을 쏠렸다. 대한민국과 중국 중서부, 일본의 남서부 지역이 온통 핏빛이었다. 공기오염이 세계 '최악'임을 나타내는 경고등인 셈이었다. 나머지 대륙 가운데 붉게 칠해진 땅은 영국과 프랑스 주변의 서유럽과 뉴욕을 중심으로 한 미국 동부가 전부였다. 나머지 오염 도시들은 작은 점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포스터

     

    오염지도가 그려진 위성사진을 보면서 언젠가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도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처럼 될 수 있다는 생각이 스쳐갔다. 인간이 숨 쉴 수 없는 땅, 산소마스크를 착용해야만 살 수 있는 땅… 마음이 착잡했다. 그때 자연과의 친화만이 인간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보여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가 비상시 탈출구를 알려주는 '표지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을 되돌려보자. 1970~8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봄과 함께 황사가 몰려와 산야를 뿌옇게 물들였다. 이때가 일년 중 공기가 가장 나쁘다고 배웠다. 그 다음은 송홧가루 날리는 사월이었다. 봄바람이 소나무 가지를 흔들면 노란 송홧가루가 연기처럼 하늘로 날아올라갔다. 장독대와 대청마루는 물론 빨랫줄에 널린 옷가지가 노란 가루를 뒤집어썼다. 오월 단오 무렵이면 버드나무 솜털씨앗이 함박눈처럼 분분 날렸다. 봄철 황사나 송홧가루, 버드나무 솜털씨앗은 그래도 낭만적이었다. 알레르기에 비염과 눈병을 일으켰지만 오염된 미세먼지가 떠다니는 요즘의 공기처럼 인체에 치명적이지는 않았다.

    이제는 계절에 상관없이 중금속에 오염된 미세먼지가 수시로 서울 상공을 뒤덮는다. 중국에서 불어오는 북서풍에는 공장과 자동차에서 뿜어낸 이산화질소와 같은 독성물질이 가득하다. 대한민국 하늘의 오염지도도 달라졌다. 도시지역과 공업지대의 대기오염이 문제였지만 지금은 바닷가 어촌이든 산간 농촌이든 오염된 공기다.

    나사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서울의 공기오염도는 세계 5위다. 서울의 평균 이산화질소 농도는 베이징과 광저우, 도쿄, 로스앤젤레스 다음이다. 자동차와 화력발전소, 각종 산업현장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이 주범이다. 이들 오염물질을 줄이기 위해서는 자동차를 타지 않아야 하고 발전소를 가동하지 않아야 하고, 공장가동도 중단해야 한다. 전기차와 수소차 같은 친환경 차량을 보급해 배기가스를 줄여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이 오염된 공기를 살리는 데 얼마나 기여할지 계산해보면 답이 없다. 전기 없이 인간이 얼마나 버틸까. 공장에서 생산해 내는 생필품 없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삼십 년 전만 해도 우리가 돈을 지불하고 '물'을 사먹을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는가. 땅을 파기만 하면 신선한 물이 솟아나는 나라였다. 그사이 지하수는 먹을 수 없을 만큼 오염되고 말았다. 물이 그랬던 것처럼 이제는 '공기'를 사 먹어야 할 날이 닥칠지 모른다. 코와 입만 벌리면 저절로 들어오는 '공기'지만 인체에 치명적인 독소가 공기 중에 떠돈다면, 잘못 마셔 숨질 수 있다면, 돈을 주고 신선한 공기를 사먹으려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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