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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금·인권유린 형제복지원…위트·풍자극으로 재탄생



공연/전시

    감금·인권유린 형제복지원…위트·풍자극으로 재탄생

    이수인 연출 '해피투게더' … 누구를 위한 '해피투게더'였나

     

    1987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형제복지원' 사건이 무대에 오른다. 극단 떼아뜨르 봄날(대표 이수인)은 제16회 정기공연으로 12월 9일부터 20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연극 '해피투게더'를 무대에 올린다.

    '해피투게더'는 1980년대 부산, ‘형제복지원’에서 벌어진 대규모 감금과 인권유린 사건의 전말과 그 메커니즘을 냉철하고 치밀한 시선으로 극화한 작품이다.

    1970년대 말에서 1987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최소 3000명 이상이 수용되었고, 무려 551명이 의문의 죽음을 당한 ‘형제 복지원’ 사건. 1987년 수감자 중 35명이 탈출을 하고 그 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함으로써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하는 복지시설에 억울하게 갇혀 각종 폭력과 강제노역에 시달리다 10여 년간 551명이 사망하고 사체 일부는 해부실습용으로 매매까지 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시 사회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당시 원장이었던 가해자는 2년6개월이라는 가벼운 처벌로 면죄부를 받았고 사건은 금세 잊혀지고 말았다.

    지난해 7월 새정치민주연합 진선미 의원이 발의한 '형제복지원 특별법(약칭)'이 현재 안행위 법안심사소위에 계류된 채 다음 달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폐기될 운명에 처해 있는 상황. 때문이 이 연극에 대한 관심이 사회적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데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보인다.

    '해피투게더' 연습 장면. (제공 사진)

     

    연극은 이 사건을 통해 누가, 왜, 어떤 근거와 신념으로 무고한 인간을 감금하고 때려죽일 수 있었는지, 그러고도 아무런 가책과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게 만들었는지, 이 끔찍한 범죄의 단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배경은 무엇인지, 어떤 식으로 멀쩡했던 한 인간이 두려움의 노예가 되어가는지, 어떤 과정을 통해 폭력의 공포에 떨던 피학자가 무시무시한 가학자로 변해가는지를 담담하고 치우치지 않는 시선으로 그려낸다.

    연극은 인간의, 인간에 대한 거리낌 없는 폭력과 그것을 가능케 하는 사회적·심리적 동기와 기제를 냉철하게 드러내기 위해 ‘가해자와 피해자’의 이분법, 혹은 ‘나쁜놈과 우리편’의 관습적 구분에서 벗어난다.

    이를 위해 ‘악당이자 가해자’인 복지원장을 논리적이고 확신에 가득찬 1인칭 화자로 내세우고, ‘피해자’들과 주변인들의 객관적 진술을 교차시킴으로써,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상적인 분노와 연민에 치우침 없이 주체적으로 성찰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극적 장치를 제공한다.

    '해피투게더' 연습 장면. (제공 사진)

     

    또한 피해자에 대한 감성적인 동조와 연민에서 거리를 둠으로써 사건의 참혹함 자체에 압도되지 않으면서 묻고 따지고 생각할 여지를 제공한다.

    이로써 ‘우리’ 안에 있는 ‘작은 행복’에 대한 소박한 욕망과 배타적인 무관심이 어떤 식으로 타인의 삶을 파괴하고 유린하는데 공모할 수 있는지를 드러냄으로써 개인의 행복과 공동체의 안녕 사이의 상관관계를 묻고 있다.{RELNEWS:right}

    그래서 연극 제목이 '해피투게더'이다.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장관도, 취임 때는 꼭 하는 말 "국민 모두가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에서, 그들이 외친 "해피투게더"가 과연 누구를 위한 "해피투게더"였는지, 연극은 묻는다.

    극단 떼아뜨르 봄날 대표인 이수인이 연출을 맡았다. 그는 2015년 제2회 윤영선연극상을 수상하였고, 불신시대와 자본주의를 풍자한 '엔론'을 비롯, 2015년에는 헤이그특사 사건을 다룬 '헤이그 1907', 그리스 비극을 감각적으로 재구성한 '그리스의 연인들' 등을 연출한 바 있다. 전석 3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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