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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쇠몸뚱이' 이승현 "나도 韓 선수 맡고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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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고난 쇠몸뚱이' 이승현 "나도 韓 선수 맡고파요"

    '더 높이 올라가자!' 지난 시즌 신인왕 오리온 이승현은 올 시즌 한층 더 진화한 기량과 체력으로 팀의 1위 질주를 이끌고 있다.(자료사진=KBL)

     

    지난 시즌 프로농구(KBL) 신인왕 이승현(23 · 197cm · 고양 오리온)은 올 시즌 더 발전했다. 풋풋했던 새내기의 패기가 무르익어 데뷔 2시즌 만에 팀의 중심으로 거듭났다.

    주요 지표들을 보면 지난 시즌보다 수치가 나아졌다. 2014-15시즌 이승현은 54경기 전 경기에 나와 평균 10.9점 5.1리바운드 2도움 1가로채기를 기록했다. '2015-2016 KCC 프로농구'에서는 11경기 12.4점 6리바운드 3도움 1가로채기를 찍고 있다.

    숫자가 눈에 확 띄게 늘어나진 않았다. 올 시즌 국내 선수 득점 10위, 리바운드도 7위다. 하지만 팀에서 맡는 그의 역할을 감안하면 소중한 수치다. 또 숫자의 이면에 가려진 궂은 일을 생각하면 확실히 비중은 커졌다.

    ▲외국인 맡으면서도 출전 시간 전체 2위

    올 시즌 이승현은 상대 장신 외국인 선수 수비를 전담하고 있다. KBL 최고의 득점원인 동료 애런 헤인즈(199cm)는 몸이 가벼워 육중한 상대 장신을 골밑에서 버텨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팀 최장신 장재석(204cm · 24)이 불법 스포츠 도박 스캔들로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아 그동안 출전하지 못했다.

    말은 쉽지만 실제로 외인들을 국내 선수들이 막아내는 것은 여간 고역이 아니다. 체질적으로 워낙 힘이 좋은 데다 탄력까지 뛰어나 당하기 일쑤다. 그런 외인들과 골밑 대결에서 2년 차 이승현이 버텨내고 있는 것이다.

    '시계 형님 절절, 너 한국인 맞니?' 이승현의 견고한 수비는 모비스 아이라 클라크 같은 강력한 외인도 버거워 할 때가 적잖다.(자료사진=KBL)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이승현은 창원 LG의 MVP급 용병 데이본 제퍼슨(198cm)을 훌륭하게 마크해냈다. 이런 가운데 주요 기록들까지 상승했다는 것은 그만큼 그가 성장했다는 증좌다.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출전 시간이 말해준다. 이승현은 올 시즌 출전 시간이 전체 2위다. 평균 35분23초를 뛰고 있다. 경기당 5분도 채 못 쉬는 셈이다.

    1위는 부산 케이티 이재도로 평균 35분41초를 뛴다. 3위는 울산 모비스 양동근의 35분19초다. 모두 가드들이다. 전쟁과 같은 골밑 싸움에 체력 소모가 상대적으로 더 심한, 게다가 외인들을 맡는 이승현이 대단한 이유다.

    지난 시즌 이승현은 출전 시간이 전체 3위(33분34초)였다. 양동근이 34분52초로 1위, 원주 동부 윤호영(197cm)이 33분36초로 2위였다. 그런 이승현은 올 시즌 더 출전 시간이 는 것이다.

    ▲"나도 한국 선수 맡고 싶어요" 투정과 신뢰

    이승현이 행여라도 지칠까 추일승 오리온 감독도 이제 체력 안배를 신경쓰고 있다. 13일 서울 SK와 원정에서 추 감독은 선발에서 이승현을 빼고 초반을 벤치에서 쉬게 했다. 때마침 SK도 장신 데이비드 사이먼(203cm)을 선발에서 제외했다. 추 감독은 "승현이를 쉬게 할 참이었는데 참 잘 됐다"고 했다.

    하지만 사이먼이 1쿼터 중반 교체돼 출전하자 이승현도 코트로 나섰다. 그나마 좀 쉬어서 뛴 게 32분28초, 이승현은 사이먼을 맡으면서도 13점에 2리바운드 3도움을 올려 팀의 99-90 승리를 도왔다. 특히 승부처였던 9점을 집중시키며 역전을 이끌었다. 경기 중 상대 신인 이대헌(195cm)의 파울로 코트에 허리부터 떨어지는 아찔한 상황에도 끄덕없었다.

    '비켜, 다친다' 이승현이 12일 SK와 원정에서 상대 이대헌의 수비를 돌파하는 모습.(잠실=KBL)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승현은 "몸뚱아리 하나는 부모님께 잘 타고 나서 괜찮다"면서 "타박상 정도"라고 대수롭지 않게 웃었다. (그의 부모 이용길, 최혜정 씨도 농구 선수 출신이며 이승현은 초등학교 시절 유도를 했다.) 성치 않은 발목에 대해서도 "이제는 하도 아파서 못 느낀다"면서 "견딜 만하다"고 했다. 외인 수비에 대해서도 "나도 한국 선수를 맡고 싶은데 이제 장재석 형이 복귀하면 그럴 때가 오겠죠"라고 싱긋 웃었다.

    "지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체력적으로 괜찮을 때도 있고, 안 그럴 때도 있다"면서 이승현은 "벅차기보다 상대도 같이 지치니까 나는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아시아선수권대회를 치르고 2라운드부터 합류한 데 대해 "대표팀 뛰었던 형들도 다 똑같다"면서 "양동근 형이 오늘 인천 전자랜드 원정에서 40분을 다 뛰었던데 동근이 형 앞에서는 할 말이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함께 인터뷰장에 들어선 헤인즈는 이승현에 대해 "힘이 좋고 수비에서 잘 버티고 리바운드도 강하다"면서 "굉장히 많이 도움이 된다"고 칭찬했다. 이어 "패스 워크까지 너무 많은 역할을 한다"면서 "현재 지쳐 있는 상황인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거듭 호평했다.

    추 감독은 "장재석이 오면 승현이가 쉴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질 것"이라면고 말했다. 장재석은 오는 15일 전주 KCC와 홈 경기에서 컴백한다. 철인 이승현, 이제 조금 쉴 때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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