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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사미 '007 스펙터', 클리셰는 클래식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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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두사미 '007 스펙터', 클리셰는 클래식이 될 수 있을까

    [노컷 리뷰] 캐릭터·액션·서사는 평범…'007 시리즈' 전통은 지켜내

    영화 '007 스펙터' 스틸컷.

     

    '007 시리즈'를 대표하는 몇 가지가 있다. 본드걸과의 로맨스, 본드카 그리고 제임스 본드 그 자체. 다분히 낭만주의적이고 영웅적인 이 스파이물은 벌써 24번 째 시리즈를 맞았다.

    '007 스펙터'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국제범죄조직 '스펙터'와 영국 MI6 요원 제임스 본드의 정면대결을 그렸다. 법적인 문제로 사용할 수 없던 '스펙터'에 대한 권한을 넘겨 받으면서 1971년 시리즈 '007 다이아몬드는 영원히' 이후 처음으로 '절대 악'인 국제범죄조직이 등장한 것이다.

    '007 시리즈'의 주인공은 엄연히 살인면허를 부여받은 제임스 본드이지만 영화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본드와 맞서는 '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리즈물의 특성상 제임스 본드 캐릭터는 이미 정형화되어 있어 변화를 주기 힘들다. 그렇다보니 자연스럽게 악당의 매력도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렇다면 이번에 등장하는 '스펙터'의 수장 블로펠드(크리스토프 왈츠 분)는 어떨까. 게임으로 치면 최종 보스 같은 느낌이지만 영화 속 블로펠드는 오히려 심심하기까지 하다. 본드에 대한 그의 원한이 특징 없는 개인적인 기억에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정보를 손에 넣고 쥐락펴락하는 테러리스트임에도 불구, 그 당위성과 명분이 충분하지도 매력적이지도 못하다.

    영화는 줄곧 제임스 본드의 개인사에 집중한다. 배우 다니엘 크레이그가 네 편에 걸쳐 맡았던 '007 시리즈'의 미스터리한 사건들이 모두 그에게 개인적 원한을 가졌던 블로펠드의 소행이라고 밝힌다. 문제는 드러난 원한의 정체가 벌어진 사건에 비해 김이 빠질 정도로 식상하다는 점이다. 모든 키를 쥐고있는 블로펠드 캐릭터의 서사 자체가 약하다보니 영화 전체가 흔들리는 결과를 낳는다.

    비단 서사가 약한 것은 블로펠드 캐릭터뿐만 아니다. 영화에서는 해체 위기를 맞은 런던의 MI6와 본드가 '스펙터'를 찾아 나서는 여정을 계속해서 교차한다. MI6의 상황은 본드에게 홀로 '스펙터'를 일망타진하고 조직까지 구하는 영웅성을 부여한다. 여기까지는 좋다. 대체로 모든 스파이 영화는 주인공 요원이 일당백을 하기 마련이니까.

    영화 '007 스펙터' 스틸컷.

     

    우리 생각보다 '007 시리즈'는 제임스 본드 주변 인물들의 활약상이 중요하다. 이들은 제임스 본드와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며 뻔하거나 평범할 수 있는 스파이 드라마를 풍부하게 발전시켜 나간다.

    그런데 '007 스펙터'의 본드는 본드걸인 매들린 스완(레아 세이두 분)과도, 과거를 공유하고 있는 블로펠드와도 그다지 흥미로운 관계를 구축하지 못했다. 제임스 본드 스스로 관계를 발전시키거나 깊게 생각할 여지를 주지 않는다. 깊게 풀어내야 하는 이야기들은 다 풀리지 않은 채 끝나 버린다.

    사실 스파이 영화에 어떤 메시지나 드라마를 기대하고 보는 관객은 없을 것이다. 언제나 이런 류의 영화들은 압도적인 액션과 스릴 그리고 재미가 우선시된다. 확실히 '007 스펙터'는 설원부터 사막까지 많은 장소를 바쁘게 누비긴 했다. 그러나 그 액션신들을 과히 세련됐다거나 긴박감 넘친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을 듯하다. 본드카를 활용한 도심 추격신도 크게 예상을 벗어나는 의외성이 부족하다. 기존 '007 시리즈'가 보여준 클래식한 액션과 가깝다는 점에서 오랜 팬들에게는 정겹게 다가올 수도 있겠다.

    2시간 30분에 이르는 러닝타임 중 가장 인상적이면서 기대감을 부풀게 하는 장면은 초반 20분의 오프닝 시퀀스다. 멕시코 축제 '죽은 자들의 날', 군중 속에서 펼쳐지는 액션신은 음산하면서도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자극한다. 물론 이후 2시간 10분 가량 이어지는 병렬적인 클리셰의 나열은 기대와 다른 방향일 가능성이 있다.

    '007 시리즈'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부가적인 요소가 바로 음악이다. 그래미를 휩쓴 영국 가수 샘 스미스의 애절한 러브송과 웅장한 토마스 뉴먼의 BGM은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훌륭하다. 특히 BGM은 영화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한 장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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