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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 극찬 '아이리버'의 귀환… 벤처 1세대 '부활'



IT/과학

    빌 게이츠 극찬 '아이리버'의 귀환… 벤처 1세대 '부활'

    애플 최대 경쟁자 '아이리버', 베가 신화 '팬택'…국내 ICT 산업 활력소 기대

    아이리버 iFP-108T 모델

     

    # 지난 2003년 한 여고 3학년 교실, 수능을 앞둔 어느 날, 발칵 뒤집어졌다. 자습시간, 조용히 공부를 하던 한 친구가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순식간에 반 아이들에게 둘러싸이고 말았다. 손가락 두세개 크기에 깜찍한 삼각기둥모양, 작은 교복 조끼 주머니에도 쏙 들어가는 아이리버 MP3 때문이었다.

    "이기 머꼬? 진~짜 이쁘네, 내 한 번만 들어보자" 아무리 서울과 몹시 떨어진 한 지방 여고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촌구석 가시나들 아니랄까봐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그 조그만 걸 둘러싸고 쟁탈전이 벌어졌고 정작 아이리버 주인은 노래 한 곡 채 듣기도 전에 반 아이들의 손 때를 다 묻혀야했다. 군대간 친오빠가 두고 가 나름 자랑처럼(?) 들고다녔던 소니 CD플레이어는 조용히 가방 속으로 들어갔다.

    당시 빌 게이츠는 아이리버 B-10을 들고 "최고의 혁신"이라 극찬했고, 동양의 한 작은 나라에서, 그것도 중소기업 MP3에 밀리고 만 스티브 잡스는 아이팟 신모델을 출시하면서 "경쟁작은 아이리버"라고 언급할 정도였다. 그야말로 "아이리버가 애플을 씹어먹던" 시절이었다.

    아이리버, TG앤컴퍼니(옛 삼보), 팬택, 싸이월드는 한 때 국내 IT 업계를 대표했던 벤처 1세대다. 급속한 시장 변화와 함께 잊혀졌던 이들이 재기에 나섰다. 소비자 니즈를 겨냥한 다양한 서비스와 첨단 기술로 중무장해 돌아온 과거 IT 영웅들이 예전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나선 것이다.

    아이리버의 Astell&Kern 시리즈

     

    ◇ 애플 씹어먹던 '아이리버'…MP3 본연의 휴대용 '고음질'에 집중

    2000년대 초반 MP3플레이어로 세계를 놀라게했던 아이리버는,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불법음원 유통이 차단되고 휴대폰에 MP3 기능이 내장되면서 MP3 플레이어 사용자들이 줄기 시작했다.

    그렇게 서랍 한 구석으로 처박혔던 아이리버가 화려하게 복귀했다. 아이리버는 지난해 SK텔레콤에 인수된 뒤 6년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1000원대까지 내려갔던 주가도 7000원대로 크게 올랐다. MP3 본연의 기능 '음질'에 집중한 것이 재기의 발판이 됐다. 휴대용 고음질 음향기기 제품을 앞세워 외연을 넓히는 중이다.

    지난 2012년 선보인 고음질 음악 플레이어 '아스텔앤컨(Astell&Kern)' 시리즈가 부활의 원동력이다. 첫 제품이 68만원, 현재 주력제품은 278만원의 고가임에도 없어서 못 팔 정도다. 특히 모회사인 SK텔레콤과 협업의 시너지를 내기 위해 최근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의 핵심인 사물인터넷(IoT) 제품들을 다양하게 만들어내고 있다는 평가다.

    TG앤컴퍼니의 루나폰

     

    ◇ 삼보컴퓨터 창업주 2세 'TG앤컴퍼니'… '루나'로 화려한 부활

    TG앤컴퍼니는 최근 중저가 스마트폰 '루나'로 침체되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의 핵으로 떠올랐다. TG앤컴퍼니는 1990년대 데스크톱 PC로 국내 PC 대중화에 큰 역할을 했던 '삼보컴퓨터' 창업주 2세가 이끌고 있다.

    '루나'폰은 하루에 2000대 이상씩 판매되면서 출시 한 달만에 초기물량이 소진되는 등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TG앤컴퍼니는 '저렴한 가격'에 승부를 걸었다. 100만원을 호가하는 비싼 스마트폰에 지쳐가고 있는 소비자의 심리를 재빠르게 반영한 것이다.

    이러한 전략을 바탕으로 TG앤컴퍼니와 SK텔레콤이 함께 디자인과 개발을, 중국의 폭스콘이 제조에 나서 만든 중저가폰 루나폰은 시장에 새로운 흐름을 제시하고 있다.

    싸이월드 '싸이홈'

     

    ◇ '베가 시리즈' 제조업 벤처신화 '팬택'… 감성 '미니홈피' 싸이홈

    파산 위기에 놓였던 팬택은 최근 쏠리드-옵티스 컨소시엄으로 인수되면서 '기회의 땅' 인도네시아를 발판삼아 재기를 노린다. 쏠리드-옵티스 컨소시엄은 내수 기업이었던 옛 '팬택'을 전형적인 수출 위주 기업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계획이다.

    1991년 벤처기업으로 출발한 팬택은 '베가 시리즈'를 성공시키면서 한 때 국내 휴대전화 점유율 14%까지 기록, LG전자를 제치고 국내 2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애플과 삼성전자의 양대 체제로 굳혀졌고, 국내 스마트폰 시장마저 포화상태에 달하면서 차츰 경쟁력을 잃어갔다.

    팬택은 스마트폰과 IoT를 주력사업으로 선택, 글로벌 ICT 기업으로 재탄생한다는 목표다. 이로써 매번 불발되는 매각에 꺼져가던 팬택의 '24년 제조업 벤처신화'가 되살아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조상 격이자 '미니홈피'로 2000년대를 주름잡은 싸이월드도 '싸이홈'으로 돌아왔다. '싸이홈'은 기존 블로그형보다는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개인의 '일상 담기'를 지향한다. 미니홈피의 감성은 그대로 가져왔다. 현재 SNS의 과도한 일상 노출에 지쳐가는 엄지족을 겨냥한 서비스다.

    그러나 최근 트래픽이 몰리면서 접속 장애 문제가 발생하고 비공개 사진의 노출, PC기반 서비스 축소 등의 논란에 휩싸이면서, 재도약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싸이질의 추억, 미니홈피의 감성은 현재 2~30대에게 향수로 젖어있다. 싸이월드'의 열풍이 기대되는 이유다.

    ◇ 돌아온 벤처 1세대…국내 ICT 산업의 새로운 활력소 기대

    국내 ICT 산업이 미국이나 중국에 밀려 활력을 잃고 있는 시점에 과거 IT영웅들의 복귀는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업계에서도 이들의 복귀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빠르게 변화하는 ICT 산업의 특성상 영원한 1등도 없고, 실패했다고 해서 영원한 패자가 되라는 법도 없다"며 "과거 IT 영웅들이 한 때 시장을 주름잡았던 만큼 그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국내 IT 산업에 활기를 넣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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