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곽금주 "수저계급론은 2015년식 시위문화"



사회 일반

    곽금주 "수저계급론은 2015년식 시위문화"

    "수저계급론과 헬조선…2015년 청년들의 자포자기식 시위

    -수저계급론, 불평등 사회에 일침
    -헬조선, 우리사회 절망 반영된 용어
    -젊은층의 합리화 경향도 투영
    -집단 우울증 빠지기전 병폐 끊어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여러분 혹시 수저계급론이라고 들어보셨나요? 부모의 재산에 따라서 자녀의 계급을 나누는 이른바 수저계급론이 지금 젊은이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하고 있습니다. 부모 재산이 많으면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 그 다음은 '은수저', 이것저것 재산 아무것도 없으면 '흙수저'. 이렇게 등급이 나뉜다고 하는데 도대체 우리 사회에서, 특히 우리 청년들 사이에서 왜 이런 말이 유행하고 있는 걸까요? 이 말 속에 담긴 사회심리학,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와 함께 짚어보죠. 곽 교수님, 안녕하세요.

    ◆ 곽금주>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대학에서 학생들 강의를 하시니까 드리는 질문인데, 정말로 학생들이 이런 단어를 씁니까?

    ◆ 곽금주> 인터넷상에서 자기 혼자 자조적으로 불평할 때 쓰는 경우들이 많고요. 또 자신의 배경에 대해서 불만을 가지거나 배경이 좋은 사람들이 더 잘 되는 것. 이러한 것에 대한 불평이라든지 비난은 하고 있죠.

    ◇ 김현정> 온라인상에서 어떤 식으로 이게 사용이 되고 있는 거죠, 이런 말이?

    ◆ 곽금주> 그러니까 원래 집안이 좋거나 힘이 있거나 이럴 때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는 얘기를 하고 있잖아요. 타고난 배경, 이러한 것들이 태어날 때부터 차이가 나고. 이러한 차이가 결국은 살아가면서 영향을 미친다 하는 얘기를 하는 거죠.

    ◇ 김현정> 태어나서 제일 처음 드는 수저가 흙수저냐, 금수저냐, 은수저냐. 결국 나보다는 내 부모의 재산이 너무나 많은 것을 결정하는 사회, 이런 거네요.

    ◆ 곽금주> 네.

    ◇ 김현정> 금수저라는 말과 더불어서 ‘노오력’. 이런 단어도 유행이더라고요. 노력이 아니라 노오력. 이건 뭐죠?

    ◆ 곽금주> 좀 자조적으로 비꼬는 거라고 볼 수 있겠죠.

    ◇ 김현정> 노력 정도로는 안 된다, 우리는 노오력을 해야 한다는 이런 의미.

    ◆ 곽금주> (웃음) 네.

    ◇ 김현정> (웃음) 참 웃으면서 얘기하지만 씁쓸한데. 이런 신조어들이 나오고 그냥 나오는 정도가 아니고 크게 유행을 하는 이유, 뭐라고 보세요?

    ◆ 곽금주> 요즘 상황에서의 젊은 세대들, 청년들의 하나의 시위문화가 아닌가 싶어요. 옛날 같으면 대학가에서 시위를 하면서 정부에 대해서도 비난하고 또 사회 전반에 대해서 자기 목소리를 높였다면 80년대 이후부터는 시위 문화가 점점 더 없어져버렸거든요. 그래서 학생들이 사회에 자기네들의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좀 더 개인화되고 이기주의화가 되어 가고 있어요. 그런데 이제 가끔 이렇게 인터넷상에서 자신의 여론몰이를 하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 지금 현세대의 시위라고 볼 수 있겠고요. 우리 사회의 불균형이라든지 불평등이라든지 불공정성에 대해서 어쩌면 일침을 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 김현정> 예전처럼 띠 두르고 뭔가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고 싶어도, 밖으로 나오고 싶어도, 나올 수도 없는 처지거든요. 학점 따야 하고 취업 준비를 해야 하고요. 그러니까 이런 식의 변형된 방법의 시위를 하고 있다는 말씀이시네요.

    ◆ 곽금주> 네. 또 이제 한편으로는 조금 자조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스스로 상황에 대해서, 시대에 대해서 비판을 하면서도 나는 어쩔 수 없고, 스스로 포기해 버리는 그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 김현정> 그러면 예전에 80년대 시위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어떻게든 뭔가 해 보는 적극적인 시위였다면 지금 이 시위는 시위는 시위인데, 다른 의미의 시위예요.

    ◆ 곽금주> 네. 벌써 포기한 시위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러나 뭔가를 이야기는 해야 되겠고 내가 이걸 바꿀 수는 없는 거고. 결국은 앞장서서 바꿔보겠다는 의지보다는 불평, 불만에 가까운 그러한 부분이라는 점에서 우리 지금 젊은 세대들이 많이 지금 의기소침해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 김현정> 헬조선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저는 헬조선이 무슨 헬스조선의 줄임말인가 했는데 그런 게 아니에요.

    ◆ 곽금주> 지옥 같은 조선, 한국이라는 뜻이죠. 그래서 왜 한 30대 지나면서 이민을 많이 간다는 거잖아요. 지옥 같은 한국에서 아무리 내가 살려고 노력해도 힘드니까 아예 떠나겠다는 의미에서 나왔다라고 할 수 있겠죠.

    ◇ 김현정> 무서운 말입니다. 지옥 같은 대한민국. 헬조선. 수저론도 그렇고요. 노오력, 헬조선 이런 거 외에도 우리 젊은이들이 위태위태하다는 걸 보여주는 다른 현상들 발견하신 게 있으세요?

    ◆ 곽금주> 빈곤 관련해서 연구한 자료에 의하면 빈곤층이냐에 따라서 대학을 졸업하는 비율도 달라지고요. 또 청년들의 자살 비율이 굉장히 높다는 거죠. 그래서 한 2, 30대에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그런 통계도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절망감, 자조적인 현상에서 이러한 용어들을 쓰고 있는 것 같다고 볼 수 있겠죠.

    ◇ 김현정> '아이들이 너무 나약해, 뭔가 바꿔볼 생각을 안 하고 포기부터 하냐?'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잖아요, 지금.

    ◆ 곽금주> 그렇게 말하기에는 사회 구조가 정말 힘들게 가고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이러한 사회에서 내가 아무리 노력해봤자 뭐가 되겠느냐 하는 그런 자조적인 것도 있고요. 또 한편으로 어떻게 보면 스스로가 합리화하려고 하는 것도 있습니다. 어차피 노력해봤자다, 어떤 의미에서는 약간의 합리화를 시키면서 그러한 불씨를 만들고 하는 모습도 보이는 거거든요. 아예 나는 포기할래, 그러고 사회 탓을 하고 타인, 다른 사람, 남탓을 하는 그러한 심리도 작용한다고 볼 수 있거든요.

    ◇ 김현정> 두 가지가 맞물려서 돌아가는 거네요, 그러니까 돌고 도는 악순환이군요.

    ◆ 곽금주> 그러한 부분도 분명히 있겠죠.

    ◇ 김현정> 대안이 쉽지 않겠습니다마는 뭔가 우리가 해결책을 조금이라도 내놔야 될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좀 사회 구조적인 문제도 해결하고 청년들 내면의 힘도 키워가고 무슨 방법이 필요할까요?

    ◆ 곽금주> 일단 개개인들이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 필요하고요. 또 하나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있는 이 불투명한 것, 불공평, 불평등 이런 것들을 계속 낮춰가려고 노력을 해야 되겠죠. 의문이 드는 부분이 있으면 투명하게 알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인터넷상에서 막 얘기들을 하고 있는데. 아예 거기를 그냥 무시하겠다라고 지나가는 게 아니고요. 정부 측도 즉각즉각 이러한 것들을 해명해 나가고 설명해 나가고 이해를 시키고 하려는 노력이 이전 세대보다 훨씬 더 필요한 사회가 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 김현정> 이대로 두면 개인이 그냥 온라인상에서 자조적인 말을 내뱉는 데서 나아가 사회 병리적인 현상으로까지 갈 수도 있는 거죠?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