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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타 알바 청년들 "약 먹고 피 뽑아 등록금을…"



사회 일반

    마루타 알바 청년들 "약 먹고 피 뽑아 등록금을…"

    - 2주 아르바이트에 75만 원… 위험해도 고수익에 시작
    - 시간마다 피 뽑아… 실험실 쥐 같단 생각 들어
    - 병원에 같이 누운 청년들 보며 마음 짠해
    - 등록금 인하? 전혀 체감 못해
    - 실제로 도움이 되는 청년 정책 기대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정준 (생동성알바 경험자)

    약 먹고 피 뽑는 아르바이트에 청년들이 지금 몰리고 있다면 여러분 믿으시겠습니까? 말이 좀 어려운데요. 이른바 생동성 아르바이트. 즉 제약회사의 생체실험 대상이 돼주는 그런 아르바이트랍니다. 부작용의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아르바이트들보다 고수익이라는 이유로 요즘 인기가 높다는데요. 참 우리 청춘들, 취업 안 되고 힘들다, 힘들다 해도 이런 알바까지 인기 있을 정도라니 현실이 씁쓸합니다. 청년들의 얘기 직접 들어보죠. 직접 이 생동성 아르바이트라는 걸 경험해 본 분이세요. 이정준 씨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이정준 씨, 안녕하세요.

    ◆ 이정준>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실례지만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십니까?

    ◆ 이정준> 올해 지금 27살입니다.

    ◇ 김현정> 스물일곱. 그러면 학생?

    ◆ 이정준> 졸업했고 3개월 정도 됐습니다.

    ◇ 김현정> 3개월, 아직 취업은 못하셨어요?

    ◆ 이정준> 취업은 했습니다.

    ◇ 김현정> 취업은 하셨고. 운이 좋은 케이스시네요, 그래도.

    ◆ 이정준> 그렇죠. 빨리 이렇게 취업을 했으니까.

    ◇ 김현정> 그러면 이 생동성 아르바이트라는 건 언제 하신 겁니까?

    ◆ 이정준> 지금부터 딱 1년 전에 2014년 7월, 8월달 이렇게 두 번 했습니다.

    ◇ 김현정> 구체적으로 생동성 아르바이트라는 게 뭘 하는 거죠.

    ◆ 이정준> 제가 경험했던 생동성 알바는 두 가지 약을 가지고 하나는 진짜 약이고
    하나는 카피약으로 A군, B군 해서, A군과 B군의 반응을 살펴보는 그런 실험이었어요.

    ◇ 김현정> 카피약이라고 하면 잘 못 알아듣는 분들이 계실 텐데. 오리지널로 개발된 약이 있으면, 그것과 유사한 성분으로 만든 다른 복제약의 성분을 실험하는 거였군요.

    ◆ 이정준> 그렇죠.

    ◇ 김현정> 어떤 식으로 진행이 되죠, 실험이?

    ◆ 이정준> 일단 저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했어요, 한 주 할 때.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병원에 가서 1박 2일로 투숙을 한 다음에 거기에서 약을 먹고 한 시간 간격으로 피를 뽑아요, 하루 종일. 그 다음에 목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아침에 8시까지 가서 한 번씩 피를 또 뽑고요. 그걸 일주일 하고, 그걸 두 번 하는 거예요.

    ◇ 김현정> 실험시작 하기 전날 가서 자는 건 왜 그래요?

    ◆ 이정준> 준비를 하는 단계죠. 그 전날 빨리 와서 준비를 하고 뭔가 소속을 밟고, 신분증 같은 거 확인하고. 여러 가지 한 다음에 그 다음 날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단계죠.

    ◇ 김현정> 그러면 병원에 가서 환자복 갈아입고 누워서 약 먹고?

    ◆ 이정준> 그렇죠, 약 먹고, 그날 가서 하룻밤 잔 다음에 그 다음 날에 실험이 시작되고. 수요일쯤에 퇴소를 하고 다시 목요일, 금요일은 아침에만 나가서 피 한 번씩 뽑고 오는 그런 형태로 진행됐었습니다.

    ◇ 김현정> 약을 먹고 피를 한 시간마다 뽑았다고요?

    ◆ 이정준> 네, 한 시간 간격으로 뽑았습니다.

    ◇ 김현정> 이렇게 실험 대상이 되신 분이, 그때 모인 사람들은 몇 명이나 되던가요?

    ◆ 이정준> 대략 한 50명쯤 됩니다.

    ◇ 김현정> 50명. 대부분이 청년들이고.

    ◆ 이정준> 대부분 저랑 나이가 비슷하거나 저보다 어린 사람이 많았습니다.

    ◇ 김현정> 처음에 어떻게 알고 가셨습니까? 이 아르바이트는?

    ◆ 이정준> 주변에서 이렇게 많이들 하니까. 제 주변에 하는 분을 제가 한 명 봤어요. 그런데 시간당 페이가 괜찮더라고요.

    ◇ 김현정> 얼마나 받습니까, 시간당?

    ◆ 이정준> 2주를 가면 75만원을 받게 되죠. 시간당 정확히 얼마로 따지는지 잘 모르겠는데, 실험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많이 주는 걸로 알고 있어요.

    ◇ 김현정> 2주 동안 약 먹고 피 뽑고 75만원. 이 아르바이트가 인기가 많다는 게 사실입니까, 지금 젊은이들 사이에서?

    ◆ 이정준> 네, 사실입니다.

    ◇ 김현정> 사실이에요?

    ◆ 이정준> 시간당 돈이 많이 벌리니까. 또 시간이 많이 필요한 학생들이 많잖아요. 취업 준비하고 스펙 쌓느라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지원하는 걸로 제가 알고 있습니다. 제 주변도 많이 지원하려고 하고. 왜냐하면 등록금도 비싸고 생활비도 벌어야 되는 학생들이 많으니까요.

    ◇ 김현정> 그럼 어디 모집공고 같은 게 올라오면 바로 마감되고 그래요? 경쟁률도 높고?

    ◆ 이정준> 이틀 만에 마감되거나 하루만에 마감되거나.

    ◇ 김현정> 하루 정도 마감될 정도로?

    ◆ 이정준> 이 정도로 빠르게 마감돼요. 저도 지원하려고 딱 하루 전에 봤던 게 그 다음 날 봤더니 없더라고요. 다 마감됐다고 뜨고, 공고가 나오고.

    ◇ 김현정> 그래요. 그러면 좀 겁나지 않았습니까? 이게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는 건데.

    ◆ 이정준> 가기 전에 신체검사를 하는데, 거기 의사 선생님께서 이 약은 안전하다, 이렇게 말씀을 해 주셔서. 돈을 벌러 온 거기 때문에 그런 불안함은 있었지만 시작을 하게 됐죠.

    ◇ 김현정> 불안은 했지만 시작했다라고 말씀을 하시는데. 막상 침대에 누워서 실험이 시작되고 한 시간 단위로 피 뽑아갈 때 그때는 기분이 좀 그랬을 것 같아요.

    ◆ 이정준> 묘했죠, 기분이. 카터기를 제 팔의 동맥에 꽂아서 피를 뽑는데. 시간이 되면 그냥 뽑으러 와요, 간호사 분들이. 그러면 뭔가 실험실에 있는 쥐가 된 느낌이기도 하고. 기분이 안 좋았죠. 인간적으로 대접을 못 받는다는. 간호사분들이 그렇게 대접을 하는 게 아니라 제가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 김현정> 그렇죠, 스스로. 물론 이 생동성 아르바이트도 새로운 약 만들기 위해서 누군가는 해야 되는 일이고. 값지지 않다는 건 아닙니다마는 ‘인류를 위해 한 몫 하겠어’ 이런 결심으로 가는 분은 솔직히 많지 않은 거잖아요.

    ◆ 이정준> 그렇죠. 돈이 필요하고 많은 사람들이 많이 오니까요.

    ◇ 김현정> 같이 병원에 쭉 누워있는 그 50명의 같은 처지의 청년들을 보면서는 어떤 생각이 들던가요.

    ◆ 이정준> 아 참.. 이렇게 막 와서 자기 몸에 있는 피를 뽑으려고 온 학생들을 보니까 마음이 짠하더라고요. 저랑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이기도 하고. 신문에서 말한 생활고로 어렵다. 그런 게 현실적으로 이렇게 느껴지더라고요.

    ◇ 김현정> 나도 여기에서 이렇게 피를 뽑히고 있지만, 저기 있는 50명의 친구들을 보니까 마음이 짠해지는.

    ◆ 이정준> 마음이 짠해지고. 저랑 비슷한 처지니까요, 그 학생들도.

    ◇ 김현정> 그러네요. 올해 나이 스물일곱, 지금까지 무슨 무슨 아르바이트를 해보셨어요. 등록금 벌기 위해서?

    ◆ 이정준> 일단은 처음 시작한 일은 청원경찰이고요.

    ◇ 김현정> 청원경찰.

    ◆ 이정준> 번호표 뽑아주고 하는 거 있잖아요. 그거랑, 중국집 서빙 알바도 했었고. 한 달이지만 영업 알바도 좀 해 봤었고요. 그 다음에 상담사.

    ◇ 김현정> (웃음) 많이 하셨네요. 각종 알바.

    ◆ 이정준> 여러 가지 알바를 많이 경험해 봤었죠.

    ◇ 김현정> 부모님한테 손 벌린 상황은 도저히 아니었습니까?

    ◆ 이정준> 부모님도 사실 힘드세요. 제 동생도 대학을 다니는데 저까지 손을 벌려버리면 부모님은 도저히 생활비가 감당 안 되시고 힘드시거든요. 그래서 힘든 부분이 있었죠.

    ◇ 김현정> 알바 중에도 시간 절약되고 돈 많이 주는 거 찾다보니까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하게 되는 거네요.

    ◆ 이정준> 그렇죠, 그런 걸 따질 겨를이 없었던 것 같아요, 제가.

    ◇ 김현정> 대학생들이 대학에다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붙여서 화제 됐었잖아요. 아시죠?

    ◆ 이정준>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2015년대 청춘들의 현실도 그렇게 달라진 게 없는 거예요, 지금?

    ◆ 이정준> 글쎄요. 체감적으로 느끼기에 그렇게 많이 달라진 건 없다고 저는 생각이 들거든요.

    ◇ 김현정> 제일 답답해들 하는 게 뭡니까?

    ◆ 이정준> 제일 답답한 건, 아무래도 지금 현실적으로 가장 문제가 되는 취업이 아닌가 싶어요.

    ◇ 김현정> 주변 친구들 중에 졸업하고 취업 제대로 된 친구들이 얼마나 돼요?

    ◆ 이정준> 제 주변에 자동차 공학과를 나오고 그래서 취업을 지원하는 친구가 있는데. 수십개를 넣어도 안 되는 그런 친구들이 있더라고요.

    ◇ 김현정> 수십 개 넣어도 안 되는 친구들. 그게 흔한 거죠? 아주 특수한 케이스가 아니고.

    ◆ 이정준> 그렇죠, 흔한 거죠. 제 주변이 그러니까요. 가장 흔하다고 저는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자동차 공학과 정도면 그래도 공대인데. 예전에는 공대는 그래도 잘 됐거든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인문대는 어려워도.

    ◆ 이정준> 예전에는 잘 됐죠.

    ◇ 김현정> 이제는 공대도 쉽지 않은 상황이군요.

    ◆ 이정준> 그렇죠. 잘 안 받아주더라고요.

    ◇ 김현정> 이 현실을 보면서 이 세상을 향해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마디 하실 기회 드리겠습니다, 끝으로.

    ◆ 이정준> 아… 글쎄요. 아…지금 반값등록금 한다고 하는데 사실 그게 안 와닿거든요. 아무리 반값등록금 해도 비싼 건 진짜 비싼 거고.

    ◇ 김현정> 그렇죠.

    ◆ 이정준> 또 생활고도 힘들고 하여튼 되게 힘듭니다. 그래서 정책적으로 답답한 걸 해결해 줄 수 있는 좋은 정책들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저는 그게 너무 답답하더라고요. 정책들이 한다고 한다고 하면서 안 하는. 도저히 체감상 못 느끼는, 그게 너무 힘들더라고요. 도와준다, 도와준다 말은 하지만, 실제로 도움이 안 되는.

    ◇ 김현정> 현실은 그렇지 않은.

    ◆ 이정준> 현실은 절대 그렇지 않은, 그게 너무 답답해요. 그런 부분을 진짜… 제 한 목소리지만 그런 부분들이. 진짜 좋은 정책들도 입안하고 해서 잘 했으면 좋겠습니다. 국회에서잘 해서 그렇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 김현정> 이정준 씨.

    ◆ 이정준> 네.

    ◇ 김현정> '아프니까 청춘이다, 참아라' 이 말이 과거에만 해도 맞는 말이었는데 이제는 더 못하겠더라고요. 언제까지 참으라고 해야 되는 건지. 하도 미안해서 언제까지 참으라고 해야 되는 건지 이제 못하겠더라고요.

    ◆ 이정준> 그렇죠.

    ◇ 김현정> 그저 토닥토닥 위로해 드립니다. 큰 힘이 못 돼 드려서 죄송하고요. 그래도 용기 잃지 마시고요.

    ◆ 이정준> 네.

    ◇ 김현정> 열심히 사십시오.

    ◆ 이정준> 감사합니다.

    ◇ 김현정>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이정준>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생동성 알바라는 인체 실험 대상이 되는 아르바이트가 지금 청춘들 사이에, 청년들 사이에 인기랍니다. 이게 어떻게 된 세태인가 진단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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