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국보급 문화재 가치가 있는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을 보관하고 있는 50대 남성이 국가헌납의 대가로 1천억원을 요구했다.
상주본을 보관하고 있는 배익기(52)씨는 1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1조원 이상의 가치를 갖고 있는 상주본의 1할 정도는 받아야 국가에 헌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배 씨는 "내가 (보관하는데) 한계를 느끼고 차선책으로 (국가에) 헌납할테니 1할 정도는 확보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상주본의 가치는 1조원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무상으로 국가에 헌납할 의사가 없느냐'는 질문에 "차라리 없앴으면 없앴지 (무상으로는) 못준다"고 밝혔다.
'1천억원이 너무 과다한 요구 아니냐'는 질문에는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것을 피카소 그림 한장 값에 넘기려는 것은 결혼도 안한 나의 상황에서 부득이한 결정"이라며 "문화재청이 거저 먹겠다고 말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소유권을 인정하면 무상헌납도 가능한가'라는 질문에는 "(소유권을 인정받으면)내가 재벌에 팔든지 하더라도 관이 관여할 근거가 없어지지 않겠느냐"며 무상헌납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그러나 상주본을 해외에 매각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런 생각이 있다한들 그 돈을 어떻게 쓰겠느냐"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상주본 보관 여부에 대해서는 "잘 있지 못하다"며 "집에 있는지, 다른 어디에 있는지 내가 말을 해서는 안된다. 물어볼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상주본 입수경위에 대해서는 "언제 구입했는지 추측은 하지만 발설하지 않겠다"고 입을 닫았다.
{RELNEWS:right}훈민정음 창제 배경을 밝힌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은 지난 2008년 배씨가 지역언론에 공개하면서 존재가 드러났다. 현재 국보로 지정된 훈민정음 해례본 '전형필본'(간송박물관 소장)보다 내용이 풍부해 국보급 문화재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공개된 이후 골동품업자인 조 모씨가 "배씨가 자신의 골동품상에서 상주본을 훔쳐갔다"고 주장하면서 소유권 다툼이 일었다. 민사소송 결과 대법원은 조씨를 소유권자로 인정했지만 배씨는 상주본을 감춘 뒤 입을 다물고 있다.
문화재청은 소유권자인 조씨가 사망하기 전인 지난 2012년 5월 국가헌납 의사를 밝힌만큼 정당한 소유권자는 국가라며 환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배 씨는 여전히 상주본의 소재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는 가운데 지난 3월에는 배씨의 집에서 불이 나 상주본이 훼손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