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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천박한 승리지상주의와 오재원



뒤끝작렬

    [뒤끝작렬] 천박한 승리지상주의와 오재원

    페어플레이 논란의 영원한 중심 오재원, 이틀째 검색어 1위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기자들의 취재 뒷 얘기를 가감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공 잡으려고 했을 뿐이라니까요' 두산 오재원(왼쪽)이 11일 넥센과 준플레이오프 2차전 8회 수비 도중 서건창의 번트를 아웃시키는 과정에서 갈등이 벌어지자 글러브를 들고 항변하는 모습.(자료사진=두산)

     

    장면1 # 지난 6월 23일 부산 사직구장. 8회초 삼성라이온즈는 롯데자이언츠에 9-3으로 크게 이기고 있었다.

    삼성 이승엽은 투런 홈런을 날렸다. 그냥 홈런이 아니었다. 홈런치기 어려운 사직구장에서 사상 7번째 장외홈런을 기록하는 대형 아치였다.

    그런데, 이승엽은 고개를 숙이고 1루 베이스를 향해 출발했다. 으레 하는 세리모니는 없었다.

    상대투수에 대한 배려였다. 홈런을 맞은 롯데의 투수는 갓 2년차 신인 조현우였다. 아직 갈길이 많은 어린 후배가 자신의 홈런으로 기죽지 않기를 바라는 깊은 배려심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왜 이승엽이 한국 프로야구에서 가장 존경받는 선수인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장면2 # 지난 7월 30일 목동구장. 6회말 넥센의 공격이 끝난 뒤 박병호가 같은팀 내야수 김하성에게 훈계하는 모습이 방송 중계화면에 잡혔다.

    나중에 알고보니 김하성이 5점 차로 크게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기습번트를 시도했던 상황에 대한 얘기였다.

    프로야구에서 크게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기습번트나 도루시도는 예의없는 플레이로 여겨진다.

    박병호는 나이어리고 경험이 적은 후배 김하성에게 이런 상황에서 기습번트는 상대를 자극하는 행동이니까 주의하라고 훈계한 것이다.

    박병호는 지난 1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서 9회에 한화 정근우가 3루 오버런으로 끝내기 아웃을 당한 뒤에도 애써 기쁨표시를 자제했다.

    아웃을 잡아낸 김하성이 박병호 바로 앞에서 환호성을 질러댔지만 박병호는 김하성에게 자제를 요청했다.

    한화로서는 사실상 5강탈락을 결정짓는 장면이었고 무엇보다 상대팀의 주루실수 때문에 이긴 상황이었기 때문에 상대팀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차분함을 유지하려 한 것이다.

    장면3 # 10월 11일 잠실구장. 넥센히어로즈와 두산베어스 간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 3-2로 두산이 리드하고 있는 가운데 8회초 넥센의 공격 때 벤치클리어링 상황이 벌어졌다.

    두산 수비수 오재원과 넥센 주자 서건창 간에 신경전이 벌어졌다. 오재원이 1루 수비를 하면서 달려오는 서건창과 충돌할 뻔 했다.

    서건창은 지난 4월 9일 역시 두산과의 경기에서 치명적인 부상을 당했다. 1루 수비를 보던 고영민의 발에 걸려 무릎인대 파열이라는 중상을 입었다.

    전년도 한국프로야구 사상 최초의 2백안타 기록으로 시즌 MVP를 받은 서건창의 2년 연속 2백안타 기록에 대한 기대감은 그 순간 물거품이 됐다.

    서건창은 이후 두 달 가까이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복귀 이후에도 정상적인 경기력을 보이지 못하는 원인이 됐다.

    서건창으로서는 그때의 트라우마가 있었을 것이다. 11일 오재원의 수비는 두산팬들조차 프로답지 못한 플레이였다는 반응이 많다.

    보통 1루 수비의 경우, 왼발로 베이스를 밟고 오른발은 내야쪽으로 내딛고 야수의 공을 받는게 상식이다.

    그러나, 오재원은 오른발로 베이스를 밟고 왼발을 달려오는 주자쪽으로 내밀고 있었다. 달려오는 주자로서는 충돌을 우려해 막판에 전력질주를 할 수 없게된다.

    더구나, 똑같은 상황에서 중상을 입었던 경험이 있는 서건창으로서는 속력을 줄일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이 불만으로 표출된 것이고 오재원과 신경전으로 이어지고 벤치클리어링으로 이어진 것이다.

    두산 2루수 오재원(빨간 원)이 넥센과 준플레이오프 2차전 8회초 무사 1, 2루에서 서건창의 희생번트 때 1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간 장면. 3루수 허경민의 송구가 오기 전부터 베이스를 완전히 막아선 모양새다.(사진=KBS 중계화면 캡처)

     

    오재원에게 처음부터 상대선수에 대한 배려는 눈꼽만큼도 없어보였다. 상대선수의 부상을 우려한다면 프로선수로서 그런 플레이는 할 수가 없다.

    11일 경기는 두산의 수비 집중력과 필승조 노경은 함덕주 이현승의 호투, 김현수의 투혼이 빛을 발한 멋진승부였다. 두산으로서는 승리할 자격이 있는 경기내용이었다.

    그러나, 오재원의 그 플레이 하나가 두산팬들조차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경기가 되고말았다.

    오재원의 그런 플레이는 결승점을 뽑아낸 5회말 김현수가 홈으로 파고드는 순간 넥센 포수 박동원과 충돌하면서 부상을 입은데 대한 감정적인 표출일 수도 있다.

    홈베이스를 가로막은 포수 박동원의 플레이 역시 바람직한 수비모습은 아니었다. 타이밍상 아웃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김현수의 대시로 박동원이 공을 떨어뜨리면서 결승점이 됐다.

    오재원이 김현수의 부상 때문에 상대에게 똑같은 식으로 보복을 하려했다면 더욱 더 프로선수로서의 자격이 없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경기 뒤에 "깨끗하게 경기하고 싶은데 두산에서 자꾸 자극을 한다"라며 페어플레이 정신 실종을 지적했다.

    이제는 한국 프로야구의 전설이 된 박찬호는 얼마전 방송중계 때 자신의 선수생활 시절 예를 들며 두산의 오재원 선수의 프로답지 못한 행동을 공개한 적이 있다.

    한화 투수시절 자신이 던진 공에 맞지 않은 것이 분명한데도 오재원이 헐리웃 액션으로 사구를 인정받아 진루했다는 주장이다.

    박찬호는 오재원의 승리에 대한 집념을 말하기보다 프로다운 페어플레이 정신을 강조했던 것이다.

    오재원은 경기가 끝난 11일과 다음날인 12일까지 모든 포탈에서 검색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오재원의 영웅적인 투혼 때문이 아니다. 오재원은 두산의 벤치클리어링 상황이면 항상 논란의 중심에 선다.

    '허슬두' 두산이 상대선수에 대한 배려는 아랑곳없는 플레이에 붙는 칭송이라면 명예가 아니라 오히려 불명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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