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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뉴스] 카카오는 왜 檢 요구를 받을 수밖에 없었나?



법조

    [Why뉴스] 카카오는 왜 檢 요구를 받을 수밖에 없었나?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카카오가 검찰의 감청 영장 불응 방침을 1년 만에 철회했다. 그러자 이를 두고 카카오가 백기 투항을 했다거나, 검찰에 굴복했다거나, 다시 사이버망명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렇지만 감청전문가들은 "카카오가 1년간 감청영장에 불응하면서 비밀대화방을 만들고, 단체대화방 익명처리를 관철시킨 것은 개인의 프라이버시에 대해 이렇게 의식적으로 뭔가 하려고 노력한 최초의 기업"이라는 평가를 하기도 한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카카오는 왜 검찰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을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Why뉴스 전체듣기]

    ▶ 카카오가 검찰의 감청영장 불응 방침을 철회한 것이 굴복이 맞는 거냐?

    = 그 부분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지만 누리꾼들이나 SNS에서 등에서는 '백기투항'이라거나 '굴복'이라거나 하는 평가가 많은 게 사실이다.

    이석우 전 다음 카카오 대표는 지난해 10월 13일 기자회견에서 "감청영장에 대해 10월 7일부터 집행에 응하지 않고 있으며 향후에도 응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1년이 지난 6일 김진태 검찰총장이 대검찰청 국정감사장에서 "현재는 양 기관이 원만하게 실무적으로 다 협의가 돼서 제대로 집행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도출 했다"고 밝혔다.

    이석우 전 카카오 대표 (사진=박종민 기자)

     

    결국, 1년 만에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이를 두고 진보넷 등 2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사이버사찰긴급행동(긴급행동)'은 7일 이번 결정이 '카카오와 정보·수사기관의 야합'이라고 규탄했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이상민 의원은 "사정기관의 압력에 카카오가 굴복한 것"이라고 평가했고 방송통신심의위원을 지낸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문제가 있다"고 평가한다.

    그렇지만 감청전문가인 오길영 신경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진일보한 조치'로 카카오의 노력을 평가한다고 밝혔다.

    트위터에는 "카카오 쥐어 터지면서 버틸때 아무힘도 안 보태줘놓고 무슨 말들이 그리 많은지?"라거나 "카카오는 버틸만큼 버텼다"는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결국, 1년 만에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이를 두고 진보넷 등 2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사이버사찰긴급행동(긴급행동)'은 7일 이번 결정이 '카카오와 정보·수사기관의 야합'이라고 규탄했다.

    ▶ 어떤게 진일보 했다는 거냐?

    = 가장 구체적으로 평가하는 전문가는 오길영 교수다. 오 교수는 "카카오가 무릎을 꿇었다기보다는 절반정도 밀린 것"으로 평가를 하면서도 "개인의 프라이버시 문제를 이렇게 공식적으로 이끌어낸 것은 분명한 진전"이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개인적으로 카카오를 칭찬해주고 싶다. 우리나라 기업 중에 이렇게 할 수 있는 곳이 없다"면서 "네이버나 다른 통신사들은 익명처리나 그런 것도 없이 다 줘버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기업이 이윤만 챙기면 되는데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이렇게 노력한데 대해 높이 평가 하고 싶다"면서 "검찰도 프라이버시 문제에 대해 동참했다는 점이 진일보 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특히 "앞으로는 영장을 발부하는 법원이 프라이버시에 대한 확실한 개념을 갖고 포괄영장 발부를 자제해야 한다. 그렇게 프라이버시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 구글처럼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 아니 다른 업체들은 카카오 만큼도 안 한다는 것이냐?

     

    = 사실 그렇다. 지난해 카카오톡의 사이버 사찰이 문제가 됐는데 다른 포털이나 SNS 그리고 통신사들도 처지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검찰에 확인을 했다. 카카오와의 합의가 다른 업체에도 적용이 되느냐? 라고 물었더니 "카카오와 업무협의를 한 것이고 다른 업체들은 협조를 잘하고 있는데 왜 적용하겠느냐?"고 답했다.

    단체 카톡방에서 수사대상자가 아닌 사람의 대화는 익명 처리하는 건 카카오 이용자들에 대해서만 한다는 얘기였다.

    그리고 통신사들의 경우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통화기록, 인터넷 접속 기록 등 민감한 개인정보가 다수 포함되어 있는 통신사실확인자료 요청에 응하고 있고 감청영장에도 적극협조하고 있다.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미래부로부터 제출받은 '2012~2014년 통신비밀자료 제출 현황'에 따르면 지난 3년간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 군 수사기관 등이 이동통신사에서 제출받은 관련 자료는 총 8224만5445건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7만5000여건이다.

    법에 따른 통신사실확인자료 요청이나 감청영장 집행에 불응하는 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만 이런 게 아니라 스노든의 폭로에서 봤듯이 세계 각국 정보기관들의 감청이나 심지어 도청이 심각한 지경이다. 그래서 해커들 사이에서는 '스마트폰은 아이폰만 쓰고 메신저는 아이메신저만 쓴다'는 말까지 있다고 한다.

    ▶ "구글처럼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구글은 어떻게 하고 있나?

     

    = 이걸 직접 구글로부터 확인한 건 아닌데 오길영 교수는 구글의 경우 정부에서 압수수색 영장이 오면 그걸 자체 심의해서 받아들일 것인지 아니면 제한적으로 받아들일 것인지 또 응하지 않을 것인지를 결정해서 한다고 한다.

    구글이 거대 글로벌 기업이니까 그게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인식이 확고해지면 가능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구글은 지난 2011년 7월부터 중국 서비스를 중단했는데 중국 정부의 강화된 검열과 해킹에 반발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도 애플에 대해 암호화를 풀라고 압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CEO인 팀쿡이 버티고 있다고 한다.

    물론 전문가들은 애플도 미국이나 중국 정부의 압력에 무조건 버티는 것이 아니라 뒤로는 협조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는 하다.

    ▶ 카카오가 검찰의 감청영장 집행에 불응한 이유가 있었을 텐데 그 문제가 해소된 것이냐?

    (사진=자료사진)

     

    = 그건 아닌 것으로 파악이 됐다. 1년 전 상황과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굴복이니 백기투항이니 하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다.

    카카오가 수사기관이 법원에서 발부한 감청영장 집행에 불응 할 수 있었던 것은 법제도상 모순 때문이었다.

    무슨 얘기냐 하면 수사기관이 감청영장을 받지만 실제로는 압수수색을 했기 때문이었다. 감청영장은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영장이다. 그런데 검찰은 감청영장으로 수사대상자의 카카오톡 대화내용을 실시간 감시한 것이 아니라 사후에 대화기록을 압수해 간 것이다.

    지난해 불법사찰 문제가 제기됐을 때 다음카카오는 "카카오톡의 실시간 감시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고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이상민 법사위원장은 "영장을 받을 때는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서 받았는데 실제로 집행은 일어난 카톡방의 대화를 압수하는 형식"이라면서 "이 문제가 법리적으로 해소되지 않았는데 카카오가 감청영장 집행에 응하겠다고 한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카카오톡 대화 자료를 확보하려면 좀 더 구체적이고 엄격한 기준으로 압수수색영장을 받아서 대화기록을 압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양홍석 변호사는 "통신 행위가 완료된 이후의 통신 내용에 대한 수사는 압수수색 영장을 통해야 하는데 감청 영장의 대상도 아닌 것을 집행하겠다고 하면 이것은 법을 어기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 변호사는 "카카오도 이런 문제점을 느껴 감청 협조를 중단해놓고 이제 와서 아무런 변화도 없이 감청에 협조를 하겠다고 하면 이는 이용자의 권리보다 회사의 안위만 우선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카카오의 설명대로 단체대화방에서 수사 대상자 외에 나머지를 익명처리하면 프라이버시가 지켜지는 거냐?

    = 한 단계를 더 밟아야 하니까 까다로워진 건 틀림없는데 프라이버시가 지켜진다고 하기에는 한계가 너무 뚜렷하다.

    카카오는 보도자료를 통해 "단체대화방(단톡방)의 경우 수사 대상자를 제외한 나머지 대화 참여자들에 대해서는 익명으로 처리해서 자료를 제공하기로 했다.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익명화 처리된 사람들 중 범죄 관련성이 있는 사람이 나올 경우에 한해, 대상자를 특정해서 추가로 전화번호를 요청하게 되는데 이때도 관할 수사기관장의 승인을 받은 공문으로만 요청하도록 엄격히 절차를 규정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수사를 하는 수사기관장의 공문이라는 건 어떻게 보면 요식절차에 불과할 수 있다.

    박경신 교수는 "검찰이 감청 영장으로 대화 내용을 가져간 뒤 공문으로 대화방 참여자 100명 가운데 나머지 90여 명 정보를 모두 달라고 해도 사실상 통제할 수단이 없다"면서 "2단계로 나눴다고 해도 결국 검찰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도 "그렇게 해도 수사에 차질이 없기 때문에 협의를 한 것 아니겠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 결국 카카오가 굴복했다는 얘기가 되는데 왜 감청영장 집행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냐?

    = 현실적으로 어쩔 도리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힘센 정부기관들이 카카오와 카카오 고위임원들에 대해 융단폭격을 퍼붓듯이 카카오를 무차별적으로 압박을 해왔다.

    이석우 전 카카오 대표 (사진=박종민 기자)

     

    지난해 10월 이석우 전 다음카카오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검찰의 감청영장 집행에 협조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이게 실정법 위반이라 한다면 대표이사인 제가 최종결정을 했기 때문에 그 벌은 제가 달게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두 달 뒤 이 전 대표는 카카오톡이 불법성인 동영상 유포를 방조했다는 혐의로 경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고 검찰조사도 받았다.

    지난 6월에는 국세청 그것도 검찰의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나서서 특별 세무조사에 들어갔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다음과 카카오 합병 과정에서 내부 정보를 활용해 시세 차익을 챙긴 혐의로 임직원들이 사법처리되기도 했으며, 검찰이 김범수 이사회 의장의 개인비리에 대해 조사 중이라는 언론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카카오의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기업으로서 권력기관과 유력언론들이 그렇게 몰아붙이는데 감청중단 상황을 계속 유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불려나가고 방송에 이어 포털에 대해 무차별 공세를 퍼붓는 여권의 압박을 견디는데도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는 게 IT 전문가들의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정당한 수사에도 협조하지 않는다는 비판에 끝까지 버티는 데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카카오는 관계자는 "국가안보와 사회 안녕을 위협하는 간첩, 살인범, 유괴범 등 중범죄자 수사에 차질을 빚는다는 비판에도 귀 기울여 왔다"고 말했다.

    오길영 교수는 "사실 감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불법인 상태로 버틴다는 건 법치주의국가에서 어렵고, 또 세무 조사가 터지고 정부에서 정치적 압박까지 하는데 이 정도면 기업입장에서는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한"면서 기업이 프라이버시에 대해서 이 정도로 고민하고 실행하기는 힘든 측면이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려면 또 '사이버 망명'을 해야 하는 거냐?

    (사진=자료사진)

     

    = 사실 디지털세상에서 안전한 사이버 공간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오길영 교수는 "쉽게 얘기해서 마음먹으면 어떤 방식으로든 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노던의 폭로로 각국 정보기관의 도청이나 감청이 어떤 지경인지는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RELNEWS:right}그리고 국정원의 RCS(원격제어시스템, Remote Control System) 사태에서 봤듯이 수사기관이나 정보기관이 감청영장도 없이 불법으로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려는 시도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사이버 망명'을 한다고 해서 안전하지 않다는 얘기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들 중 카카오만큼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려고 노력한 국내 기업이 없다는 사실, 그리고 카카오가 2013년 요청받은 감청 건수는 86건, 같은 해 국내 모든 통신사업자가 받은 감청 건수는 592건, 2013년 모든 통신사업자가 받은 압수수색 영장 16만여 건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라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

    구글 정도로 기업이 수사기관에서 제시한 영장을 다시 심의해서 협조할 건지 협조하지 않을 건지를 결정하려면 기업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수사기관이 프라이버시 보호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가져야 하고 법원이 영장발부에 신중해야 하며, 기업은 기업대로 쉽게 협조할 일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리고 국민들도 프라이버시 보호에 대한 분명한 의식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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