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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뉴스] '돌고래호 침몰'과 '세월호 참사' 왜 닮은 꼴인가?



사건/사고

    [Why뉴스] '돌고래호 침몰'과 '세월호 참사' 왜 닮은 꼴인가?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제주 추자도 앞바다에서 전복된 돌고래호 실종자를 찾는 수색작업이 사흘째 이어졌지만 밤사이에 추가 실종자가 발견되지 않고 있다.

    이번 돌고래호 전복사고는 세월호 참사와 비교해 승선인원이 적을 따름이지 정부의 늑장대응이나 안전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판박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돌고래호는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를 달고 있었지만 해경은 V-PASS가 작동하지 않았는데도 사고 조짐조차 파악하지 못했고 신고 늑장대응에 11시간이나 엉뚱한 곳을 수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돌고래호 침몰'과 '세월호 참사' 왜 닮을꼴인가?" 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밤사이 수색에서도 실종자를 발견하지 못했나?

    전복된 채 발견된 돌고래호 (사진=해양경찰청 제공)

     

    = 사흘째 돌고래호 실종자를 찾기위한 수색이 이뤄졌지만 10번째 사망자를 발견한 이후 추가 실종자는 찾지 못하고 있다.

    제주해경은 7일 밤부터 8일 새벽까지 야간 시간대에도 해경 경비함정 25척과 해군 함정 7척, 관공선 3척, 항공기 4대 등을 동원해 실종자 수색에 나섰지만 실종자를 추가로 발견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해경은 오늘도 수색작업을 계속 할 예정이지만 조류흐름이 복잡해서 먼바다로 떠밀려갔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 이번 사고도 해양경찰이 문제인가?

    = 돌고래호 침몰사고는 발생에서부터 신고접수와 출동, 구조 등을 면밀히 따져보면 해경의 책임이 무겁다는 걸 부인하기 어렵다.

    모든걸 해경 탓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피해가 커진 것은 세월호 참사 때와 마찬가지로 새롭게 출범한 국민안전처가 제기능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이전과 이후는 분명 달라져야 한다고 정부 스스로 강조했고 그래서 해경을 해체하고 국민안전처를 설치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게 없는 것이다.

    그래서 세월호 참사와 돌고래호 전복사고를 판박이니 닮을꼴이니 하는 것이다.

    ▶ 또 골든타임을 허비한 것인가?

    = 그게 가장 큰 문제점이다.

    5일 밤 8시 40분 돌고래1호 선장의 최초 신고가 제주해경안전본부 상황실로 전달되기까지는 23분이 걸렸다. 최초 신고를 받은 추자안전센터 직원이 통신두절인지 실종이 맞는지 확인하느라 '골든타임'을 허비한 것이다.

    돌고래호 1호 선장(41세 정모)이 정식 신고를 한 것은 아니지만 7시30분 출항했다가 8시 10분쯤 상추자출장소를 찾아 입항신고를 하면서 돌고래호와 연락이 안된다는 말을 했을 때부터 따지면 1시간 가까이 시간이 흘러버린 것이다. 이때 어선발신장치를 확인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정 선장은 8시 25분쯤 다시 출장소를 찾아 돌고래호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어선위치발신장치(이하 V-PASS) 항적기록을 보자며 정식으로 신고했는데, V-PASS에는 돌고래호의 위치신호가 저녁 7시 39분에 소멸된 상태였다.

    상추자출장소는 곧바로 하추자도에 있는 해경안전센터에 보고했지만 여기에서 제주해경상황센터로 보고되는 시간이 24분이나 흘러버렸다.

    어선위치발신장치가 소멸된 뒤부터 1시간 24분 '골든타임'이 무망하게 사라진 것이다.

    ▶ 제주해경은 신고접수 후 11시간 동안 뭘한거냐?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곧바로 수십척의 함정을 동원해서 밤새 돌고래호 수색에 나섰다. 그렇지만 11시간 동안 배를 찾지 못했다.

    결국 전복된 돌고래호는 새벽6시 25분 조업에 나섰던 어선에 의해 발견됐고 생존자 3명은 어선이 구조했다.

    해경은 '표류예측시스템'을 수색에 활용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2009년 해양과학기술원이 개발해 지금까지 시스템 개선에 140억 원을 들였는데 정작 필요한 순간에는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해경은 이 시스템을 이용해 돌고래호가 조류를 따라 표류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해역을 집중 수색했으나 전복된 선박은 정반대 해역에서 발견됐다. 수십 척 함정이 10시간 가까이 엉뚱한 지역을 헤맨 셈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탄생한 국민안전처는 올해 초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육상에서는 30분 이내, 바다에서는 1시간 이내에 재난현장에 도착할 수 있는 대응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지만 헛구호에 그친 것이다.

    ▶ 낚시꾼 1명의 거짓말 때문에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건 무슨 얘기냐?

    = 낚시객의 거짓말은 분명 문제가 있다. 그렇지만 이 문제가 크게 부각되는 이유는 해경이 책임을 면피하려는 의도 때문은 아닌지 의문스럽다.

    돌고래1호 선장의 신고를 접수한 하추자도 해경안전센터는 돌고래호 승선원 명부를 토대로 전화를 했고 8시 39분에 A씨와 통화가 됐다. A씨는 처음부터 배를 타지 않았지만 "돌고래호를 타고 잘 가는 중이다"라고 거짓말을 했다.

    A씨는 6분 뒤인 8시 45분에 다시 하추자도해경안전센터에 전화를 걸어 처음부터 돌고래호에 승선하지 않았음을 실토했다. A씨의 거짓말 때문에 골든타임 중 6분이 소모된 것이다.

    해경안전센터가 돌고래1호 선장의 신고를 접수한 뒤 먼저 제주해경에 보고를 했거나 A씨에게 기상상태는 어떤지 선장은 왜 통화가 되지 않는지 등을 추가로 확인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A씨는 처음부터 돌고래호에 승선하지 않고 해남에 남아 있었는데 승선원명부에 이름을 올리고도 배에 타지 않은 것이 적발될 경우 선장에게 불이익을 돌아갈까 두려워 거짓말을 했다고 한다.

    A씨의 잘못이 크지만 해경이 골든타임을 놓친 게 A씨 때문인 것처럼 과대포장하는 것은 책임을 피해가려는 의도이고 또 평소 관리감독이 얼마나 소홀한지를 스스로 드러내는 것과 마찬가지다.

    ▶ 선박마다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가 장착돼 있지않나?

    돌고래호가 전복된 채 발견된 가운데 해양경찰이 실종자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해양경찰청 제공)

     

    = 해상에서는 선박 사고가 발생하면 조류 등으로 떠내려가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할 때 위치 파악이 매우 어렵다.

    그래서 해양수산부는 어선의 해상사고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어선 위치를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를 2011년부터 의무 설치하도록 했고 처음에는 국가가 342억원을 들여 2011년부터 2015년 5월까지 4만 260척의 어선에 브이패스를 설치했다.

    실제로 브이패스 덕분에 인명을 조기에 구조한 사례도 많았다. 여기까지는 제대로 정책을 편 것이다.

    돌고래호 선장이 승객들에게 "배가 항해를 하면 어떤 무선통신이 해경과 연결돼 있어 해경이 반드시 구조하러 온다. 해경이 금방 올 것이다"라고 말한 것도 이 브이패스를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돌고래호의 브이패스는 5일 오후 7시 38∼40분에 끊겼는데도 돌고래1호 선장이 추자안전센터로 신고를 하기까지 VTS나 해경안전본부는 사고 가능성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 왜 사고 가능성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냐?

    = 브이패스에 대한 사후관리가 소홀했기 때문이다.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만 제대로 작동되고 모니터가 이뤄졌더라면 조기 구조가 가능했을 것이고 사망 실종자는 훨씬 적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브이패스에 대한 유지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다보니까 인명피해가 커진 것이다.

    감사원 감사결과 지난 5월 현재 고장난 브이패스는 전체 설치된 배 가운데 7.3%인 2,946대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지만 해상 현장에서 브이패스의 오작동이나 고장은 이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한다.

    제주해경 관계자는 "브이패스를 매년 개선하고 있지만 음영지역(신호감청불가지역)에서는 아예 신호가 잡히지 않고 심지어는 오수신 되는 경우도 많아 신뢰도가 크게 떨어진 상태"라고 실토했다. 또 "브이패스가 작동하지 않거나 고장나면 고치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이지만, 추가 설치요구에 대해서는 비용을 부담할 수 없다며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제주 해경 관계자는 또 "브이패스가 오작동 되는 경우가 너무 흔하다보니 신호가 잡히지 않아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브이패스의 오작동에 대해 만성화 됐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한국해양구조협회 황대식 구조본부장의 발언은 더욱 충격적이다.

    황 본부장은 "일부 어민들은 자신의 낚시용 포인트를 관리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브이패스의 스위치를 끄는 경우까지 있다"고 말했다. 브이패스를 작동하면 자신만이 알고 있는 어장이 탄로날까봐 고의로 꺼버린다는 것이다.

    ▶ 돌고래호 사고와 세월호 참사가 왜 닮은 꼴인가?

    지난해 4월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한 세월호 여객선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 대략 다섯가지 정도로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는 사고 발생 하루가 다 지나도록 정확한 승선인원을 파악하지 못해 누가 탔는지, 실종자가 몇 명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승선기록에는 22명이 탄 것으로 나와있지만 승선을 했다고 기재된 승객 중 4명은 배를 타지 않았고 배를 탔다는 기록이 없는 3명이 추가로 승선했다. 해경은 3명은 구조, 10명은 사망, 8명은 실종됐다고 발표했다. 지금으로서는 21명이 탑승한 것으로 보인다.

    승선관리의 허점은 제도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두 번째는 앞서 설명한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부분이다. 브이패스 모니터만 제대로 이뤄졌다면, 돌고래1호 선장이 입항하면서 브이패스를 확인했더라면, 해경안전센터가 신고를 접수받은 직후 제주해경에 곧바로 보고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세 번째는 선박 침몰 원인이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악천후에 무리하게 출항을 했고 승객들도 구명동의를 착용하지 않았다. 안전불감증이 여전했다는 얘기다.

    네 번째는 선박의 안전점검이 소홀했다는 점이다. 2008년부터 낚싯배 영업을 한 돌고래호는 7년간 한 번도 안전점검을 받은 적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가 불법으로 선박 개조를 하고 평형수를 줄였는데 돌고래호도 안전점검을 소홀히 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다섯 번째는 해경보다는 어선이 승객을 구조했다는 점이다.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 123정은 선장과 선원들을 먼저 구조한 뒤 바다에 뛰어내린 승객들을 구조했지만 어선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구조에 나섰다. 이번 돌고래호 사고도 새벽 조업에 나섰던 어선이 전복된 선박을 발견하고 생존자를 구조했다.

    다만 세월호와 돌고래호의 다른점은 선장이 마지막까지 본연의 임무를 다하려고 했다는 점이다. 돌고래호 선장 김철수(46)씨는 세월호 선장 이준석 씨와 달리 배가 침몰하기전 승객들에게 퇴선하도록 했고 배에 매달려 있으면서도 다른 승객을 안심시키거나 구조하려는 노력을 했다고 생존자들이 전하고 있다.

    ▶ 사고 원인은 밝혀졌나?

    = 일단 악천후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해경은 오늘 선박을 인양할 예정인데 전복된 돌고래의 바닥이 깨끗해서 충돌이나 그물 같은 것에 걸린 게 아니라 너울성 파도가 높았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평현 제주해양경비안전본부장은 7일 브리핑에서 "돌고래호 밑바닥에 외부충격 흔적은 없다"면서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가 끊긴 해역에는 양식장이 없었고 스크류에 그물이 걸려 있지도 않다"고 밝혔다.

    양식장 밧줄에 걸려 사고가 난 것 같다는 일부 생존자의 증언과는 배치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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