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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이 된 배우 조한선의 의지…"2, 3등으로 오래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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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이 된 배우 조한선의 의지…"2, 3등으로 오래 가겠다"

    [노컷 인터뷰] '함정'으로 5년 만에 스크린 복귀…"대중에게 많이 잊힌 것 알아"

    배우 조한선이 2일 서울 논현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배우 조한선(35)은 "결혼을 전후로 연기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2010년 '무적자' 이후 5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 '함정'(감독 권형진) 개봉에 앞서 2일 서울 논현동 한 카페에 마련된 인터뷰 자리에서였다.

    "지난 5년은 생각이 많았던 시간이었어요. 결혼 전, 무적자를 할 때까지만 해도 임팩트 있는 연기를 많이 해 최고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었죠. 지금은 관객들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는 캐릭터로 다가가고 싶은 생각이 큽니다. 1등보다는 2, 3등을 하면서 쭉 가고 싶은 마음이죠."

    그는 이에 대해 "5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면서 자연스레 깨닫게 된 것"이라고 했다. 아내의 조언도 크게 작용했단다.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는 연기를 해야지, 제 욕심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집사람도 '관객,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춰 소통해야 하지 않느냐'는 말을 해 줬죠. 지극히 현실적으로 바뀌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웃음)"

    오는 10일 개봉하는 영화 함정은 사연을 지닌 채 외딴 섬으로 여행을 떠난 한 부부가 끔찍한 음모에 휘말리는 과정을 그린 스릴러다. 조한선은 극중 아내를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남편 준식 역을 맡았다. 그와 나눈 영화, 배우, 가장으로서 살아 온 이야기를 전한다.

    ▶ 오랜 만의 복귀작에 대한 고민이 컸을 텐데, 함정을 선택하게 된 데는.

    = 무엇보다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컸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완성도가 높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감독님과 생각을 나누면서 캐릭터를 만들어갈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알고 선택했다. 대작들이 많은 현실에서 제작비 20억 원 규모의 영화도 저예산이라고 하던데, 우리는 더욱 어려운 환경에서 촬영했다. '적은 예산으로 어느 정도 스케일을 담을 수 있을까' 걱정도 했지만, 캐릭터 구축을 해 가면서 가능하다는 확신을 얻었다. 모두가 주어진 여건 안에서 열정을 갖고 최선을 다한 결과다.

     

    ▶ 극중 과감한 장면이 많다는 것에 대한 고민도 있었을 텐데.

    = 준식은 에너지 넘치는 캐릭터가 아니다. 그 점에서 심리적인 묘사가 중요하다고 봤다. 주요 인물들 사이에서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긴장감을 가져가는 흐름을 많이 고민했다. 촬영이 이어진 한 달 동안 감독님과 새벽 4, 5시까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신중을 기했다. '이 부부는 어떻게 이 지경까지 오게 됐을까' '준식은 왜 그런 선택을 해야 했을까' 등 시나리오에는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 않은 것들을 만들어갔다.

    ▶ 준식 캐릭터를 어떻게 이해했는지.

    = 부부 관계에서는 소통과 배려가 중요하다고 본다. 영화 속 부부가 왜 외딴 섬까지 갔을까를 뒤집어서 생각해 봤다. 남편 준식은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사건의 전말을 알아가는 인물이지만, '그에게도 책임이 있지 않을까'라는 쪽으로 생각을 발전시켜갔다. 영화 초반 회사 동료들과 술자리를 가진 뒤 혼자 남아 우는 신도, 이 부부의 상황을 나타낼 거라 여겨 감독님께 건의했던 장면이다.

    ▶ 실제로 결혼을 한 입장에서 영화 속 인물, 상황에 대한 남다른 감정 이입은 없었나.

    = 현실의 부부 생활이 반영된 점은 크게 없다. 다만 제가 결혼을 했다는 점과 부부로 살아 온 경험 등을 통해 소통과 배려에 대한 생각을 밑바탕에 까는 동기 부여는 됐다. 영화 속 부부의 관계는 순탄하지 않다. 준식이 혼자 살 수 있는 상황에서 도망칠 수도 있었지만, 아내를 살리기 위해 다시 돌아간다. 지금 제게 사랑하는 아내가 있다는 점에서 그런 준식에게 공감할 수 있었다.

    ▶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

    = 저는 개인적으로 임팩트 있는, 센 역할을 선호해 왔다. 이번 영화 함정에서도 (마)동석 형이 맡은 성철에 대한 욕심도 있었다. 사실 촬영 전 감독님을 찾아뵌 것도 출연 고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스태프들이 '늑대의 유혹'(2004) 때부터 알고 지냈으니 그렇게 하는 게 예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감독님과 얘기를 나누면서 제가 만들어낼 수 있는 캐릭터 영역에 대한 믿음이 갔다. 시나리오에서는 준식 캐릭터의 분량도 적고 구체적인 설명도 없었다. 감독님께서 "캐릭터를 찾아가면서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하시더라. 그런 부분에 신뢰가 갔다.

    영화 '함정' 스틸컷(사진=데이드림 엔터테인먼트 제공)

     

    ▶ 결혼이 가져다 준 큰 변화를 꼽는다면.

    = 물론 지금도 철이 없지만 결혼 전에는 주어진 상황 안에서 열심히만 했다. 결혼하고 나니 계획적으로 하게 되더라. 연기 목표를 업그레이드 시키지 않으면,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발전이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이번 영화를 깊이 파고 들었다. 그런 면에서 부부로 등장한 이번 캐릭터에 많은 공감이 갔다. 이번 캐릭터처럼 많은 연구를 통해 방향을 잡은 건 '열혈남아'(2006) 이후 오랜 만이다.

    ▶ 2000년대 초반 청춘스타로 최고의 인기를 얻기도 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어떤지.

    = 저 스스로 지극히 현실적으로 변했고, 대중에게 잊힌 것도 잘 안다. 지금은 평범한 배우라고 생각한다. 청춘스타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연기 잘하는 배우로 남고 싶을 뿐이다.

    ▶ 주로 어떤 시나리오가 들어오나.

    = 센 역할이 많이 들어온다. (웃음) 센 역을 원하지만 작품성도 봐야 한다. 극에 녹아들 수 있는 캐릭터를 하고 싶기 때문이다. 한 지인께서 최근 제게 "풍선 같다"는 말을 하시더라. "바늘로 찌르면 터질 텐데, 아무도 안 찔러 준다"고. 저를 좀 찔러 주시기를 바란다. (웃음) 이번 영화를 통해 하나의 풍선이 터졌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누군가 터뜨려 주실 거라 믿는다.

    ▶ 최근 관심이 가는 역할이 있다면.

    = 노숙자들의 삶이 궁금하다. 영화 촬영을 위해 열차를 타고 오가면서 그분들의 모습을 많이 봤다. '어떤 사연을 지녔을까' '아픔이 있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 부자와 빈자의 대비를 떠나 솔직하게 그 안으로 들어가서 연기로 삶을 살아보고 싶다.

    배우 조한선(사진=박종민 기자)

     

    ▶ 전작들을 보면 배우로서 연기 영역을 넓히려 했던 의지가 엿보인다.

    = 사실 예전처럼 많은 시나리오가 들어오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작품에서 캐릭터가 겹치지 않도록 애를 많이 썼다. 다양한 캐릭터로 상반된 감정을 주고 싶었다. 이번에 자기 혼자 아픔을 가져가는 준식 역을 했으니, 다음에는 이해심 많고 포용력 있는 캐릭터를 하고 싶었다. 차기작으로 '마차 타고 고래고래'를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 영화에서 10년 무명 배우로 나오는데, 저랑 비슷한 면이 있다. 영화 함정이 도전이었다면, 차기작은 제가 공감할 수 있고 잘할 수 있는 이야기인 셈이다.

    ▶ 가장으로서 생계를 꾸려가야 한다는 생각도 클 텐데.

    = 집이 어려웠기에 모델 일을 처음 시작하면서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연기를 하게 되면서는 재미를 느꼈다. '돈 버는 것보다 연기가 하고 싶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더라. 결혼을 하고 아이도 둘 키우면서 생활을 해 보니 결코 내가 하고 싶은 연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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