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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소니 때문에…' 비극으로 끝난 세 딸 아버지의 '생일'



사건/사고

    '뺑소니 때문에…' 비극으로 끝난 세 딸 아버지의 '생일'

    사고 1분 전 인근 파출소 CCTV에 찍힌 용의 차량 (사진=강서경찰서 제공)

     

    세 아이의 아버지인 박모(37)씨가 집 앞에서 뺑소니 차량에 치여 숨진 건 지난 22일, 하필 자신의 생일 다음날이었다.

    박 씨처럼 하루 평균 12시간을 넘게 일하는 택배 기사의 하루는 밤 10시를 넘겨서야 끝이 난다.

    같은 처지인 동료들과 늦게 시작한 생일 축하 술자리는 금세 새벽 3시를 넘겼다.

    초등학교 2, 3학년인 딸들과 함께, 3살짜리 늦둥이 딸도 아버지를 기다리다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잠들었을 시간이었다.

    친구들과 헤어진 박씨는 술기운을 이기지 못해 그만 집 근처 길가에 앉아 깜빡 잠이 들고 말았다.

    이날 새벽 5시 25분쯤, "술에 취한 사람이 길가에 누워있다"는 신고가 112로 접수됐고, 경찰은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의 한 아파트 단지 앞에 도착했다.

    하지만 경찰이 출동하는 데 걸린, 불과 2~3분의 짧은 시간 사이 박씨는 지나가던 차에 머리를 치어 싸늘한 시신이 된 채 발견됐다.

    유일한 목격자는 인근 아파트 단지의 경비원, 그마저도 사고 상황은 보지 못한 채 "'퍽'하는 소리가 나서 길가에 나가보니 은색 고급차량이 사고 현장에 머무르다 떠났다"는 증언만 남겼다.

    교통사고 현장에 흔히 있을법한 자동차 전조등이나 범퍼 조각 같은 차량 파손물도 없었고, 하필 사고 현장을 비추는 CCTV도 없었다.

    증거를 찾지 못한 경찰이 인근 CCTV 70여개를 뒤진 끝에 용의선상에 올린 차량은 45대로, 이 가운데 경비원의 증언과 일치하는 은색 고급 외제 차량이 형사들의 눈길을 끌었다.

    용의차량이 사고 직전 현장으로부터 1km 가량 떨어진 또 다른 아파트 단지 입구에 한 여성을 내려주고 돌아간 사실을 알아낸 경찰은 해당 여성을 통해 중국인 피의자 A(23) 씨를 붙잡았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A씨의 고급 외제 차량 하체 부분에서 박씨의 혈흔을 발견하고, 뺑소니 사망사고를 낸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 차량 등)로 A씨를 구속했다고 28일 밝혔다.{RELNEWS:right}

    B대학교 유학생인 A씨는 친구들의 술자리에 어울렸다가 그 자리에서 소개받은 여성을 집에 데려다준 뒤 사고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친구들은 술을 마셨지만 나는 술은 마시지 않았고, 박씨를 미처 보지 못해 쓰레기 봉지를 밟고 지나간 줄 알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A씨의 차는 사고 직후 그 자리에서 유턴해 다시 사고현장으로 돌아왔다가 경비원의 눈에 띄었다"며 "A씨가 박씨를 치었다는 사실을 몰랐을 리가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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