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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노예' 한국…정부, 복합리조트 선정 혼돈



경제정책

    '카지노 노예' 한국…정부, 복합리조트 선정 혼돈

    복합리조트 선정 과정에 정치권 개입…국민의 문화적 가치 훼손

    스페인 북부 바스크지방에 위치한 빌바오는 1600년대부터 제철소와 조선소 등이 즐비했던 공업도시로 명성을 날렸다. 하지만 1980년대 철강산업이 쇠퇴의 길로 접어들면서 빌바오는 몰락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그런데, 이런 빌바오가 관광, 문화의 중심지로 부상하면서 도시 전체가 활기를 되찾았다.

    이유는 단 하나, 지난 1997년 구겐하임 미술관이 개관한 이후 전 세계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의 랜드마크 하나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 상징처럼 보여주는 사례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의 수도 서울에는 전 세계에 자랑할 만한 이런 랜드마크가 존재하는가? 대부분의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없다'고 일축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경제를 살리겠다며 내놓은 카드가 바로 '복합리조트' 개발사업이다. 최고급 숙박시설과 문화시설, 국제 회의실, 쇼핑 공간, 여기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까지 들어서는 대규모 랜드마크 조성사업이다.

    그런데 어디에 건설할지 위치 선정을 놓고 정치적으로 갑론을박을 거듭하며 산으로 가는 모양새다. 관광수요와 일자리 창출, 편익성 등 경제적 타당성은 뒷전으로 밀리는 형국이다.

    ◇ 정부, '복합리조트 개발 계획'…경제 활성화 기대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월 '제7차 투자활성화 대책'을 통해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들어서는 복합리조트를 전국에 2곳 정도 허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외국인 관광객이 지난해 1천400만 명을 넘어선데 이어 앞으로 2천만 명 시대를 대비해 국내 관광 인프라와 문화콘텐츠를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문체부는 이달 말까지 복합리조트 사업제안서를 받아 1차 후보 대상지역 4~5곳을 우선 선정한 이후 평가를 통해 올해 연말까지 최종 대상지역과 사업자를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복합리조트가 다양한 시설로 구성돼 새로운 레저문화 형성과 경제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협 서울 노량진 복합리조트 조감도. (사진=자료사진)

     

    ◇ 9개 시·도에 국내외 34개 업체 유치경쟁

    문체부는 24일 현재 전 세계에서 34개 업체가 사업 제안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지역은 서울과 인천, 강원, 부산 등 전국 9개 시·도가 참여하고 있다.

    서울지역은 수협중앙회가 단독으로 노량진 수산시장 4만8천233㎡ 부지에 1조2천943억 원을 투입해 지상 52층, 지하 6층 규모의 호텔과 컨벤션센터, 해양수산테마파크, 카지노, 워터파크 등을 담겠다고 제안했다.

    특히, 24일 기획재정부와 서울시가 공동 발표한 '한강협력계획'과 연계해 여의도와 용산 아이파크몰, 홍대 등과 어우러진 관광루트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또 인천지역은 한국과 미국, 영국, 캄보디아 등 무려 16개 업체가 제안서를 제출했다. 특히 영종도에만 11개 업체가 몰렸다. 인천공항과 연계해 이른바 '카지노 집적단지'를 조성하겠다는 생각이다.

    이밖에 경기와 경남, 전남지역은 각각 3개 업체가, 부산지역은 2개 업체가 참여했다. 경북과 충북, 강원지역은 각각 1개 업체가 사업제안서를 제출했다.

    ◇ '카지노' 군침…배가 산으로 가는 형국

    그런데 이번 복합리조트 개발사업이 지역 선정 단계부터 정치 논리에 휘말리면서 배가 산으로 올라가는 형국이다.

    특히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 매몰되면서 당초 복합리조트 개발사업 취지인 경제 활성화와 문화콘텐츠 확산, 국제 관광인프라 구축 등이 뒷전으로 내몰리고 있다.

    전남은 전국에 16개 외국인 카지노가 있지만 호남권에는 단 한 개도 없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키며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6일에는 호남지역 국회의원들이 성명을 발표했다.

    강원도는 최동용 춘천시장과 김진태 국회의원이 지난 13일 김종덕 문체부장관을 만나 지역 유치의 당위성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외국인 전용카지노가 허용된 인천의 경우도 유정복 시장을 비롯한 지역 정치권 인사들이 미국의 라스베이거스 예를 들며 카지노 집적화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복합리조트 개발사업에 정치권이 개입하면서 부산과 전남, 인천이 1차 후보 대상지역으로 선정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전남 여수가 지역구인 주승용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문체부 김종 제2차관이 여수 복합리조트 유치와 관련해 '적극 검토하겠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고 23일 전했다.

    ◇ 복합리조트 선정…경제성·문화성이 최우선 조건

    복합리조트 개발사업은 우리나라의 랜드마크를 세우는 중요한 정책과제다. 이렇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지역성과 정치적 논리에 따라 판단하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경희대 서원석 교수(호텔경영학과)는 "복합리조트가 어떤 시설이 갖춰지느냐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관광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콘텐츠가 무엇이 있는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또 "복합리조트 선정은 다양한 요소가 고려돼야 한다"며 "카지노 산업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경제적 논리로써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복합리조트가 단순히 외국인 전용카지노에 매몰돼선 안 되고 내국인들을 위한 공간으로써 경제적, 문화적 효과를 극대화 시켜야 한다는 말이다.

    수협중앙회 김임권 회장은 "복합리조트 위치 선정이 경제적 논리를 떠나서 지역과 정치적 논리에 의해 휘둘리는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며 "한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써 과연 어디에 들어서는 게 국가를 위해서 바람직한 것인지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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