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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발상으로 대박난 서울도심의 새 랜드마크



사회 일반

    역발상으로 대박난 서울도심의 새 랜드마크

    일제 잔재 치우니 이국적인 깜짝 풍광 생겨…태평로 국세청 별관 '역사속으로'

     

    "서울도서관과도 가까우니 도서관 별관으로 활용하는 건 어떤가요?"

    2013년 9월 서울시 의회 옆의 국세청 남대문 별관이 서울시 재산으로 귀속된 이후 박원순 서울시장이 활용 아이디어를 냈다.

    서울시 재산이었던 청와대 사랑채와 국가 소유였던 국세청 남대문 별관의 주인이 서로 바뀐 직후였다.

    박 시장의 지시를 받고 국세청 건물에 들어가 실사를 벌였던 공무원들은 아연실색했다.

    겉보기엔 붙어 있는 단일 건물인줄 알았던 문제의 건물은 신관과 구관 두 개의 건물이 붙은 기형적인 단면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각 층이 모두 연결돼 있지도 않았고 양 층의 높이조차 맞지 않은 우스꽝스러운 모양이었다.

    건물의 역사를 조사한 결과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문제의 건물이 있던 부지는 원래 덕수궁 내부에 포함된 구역으로 고종의 일곱째 아들인 영친왕의 생모 귀비 엄(嚴)씨의 거처 덕안궁이 있던 곳이다.

    1937년 신축된 체신국 청사 (사진=서울시 제공)

     

    덕안궁이 이전돼 가자 일제는 이 곳이 덕수궁 궁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멋대로 매각하고 조선총독부가 이를 재매입하는 과정을 거쳐 체신국 청사를 지은 것이다. 그 때가 1937년이었다.

    이 건물은 뒤이어 1945년 증축된 이후 1980년에는 태평로가 확장되면서 전면부가 일부 절단돼 나갔다.

    보존 가치를 이미 상실한 터였다. 보존 가치는 물론 실용성까지 떨어지는 문제의 건물을 놓고 서울시 공무원들은 고민에 빠졌다.

    부분철거 후 리모델링할 것인지, 완전철거 뒤 새로운 건물을 지을 것인지를 놓고 저울질하기 시작했다.

    이때만 해도 완전철거는 현실성 없는 옵션이었다.

    완전철거로 방향이 급선회한 것은 이 건물 뒤에 웅장하지만 수줍게 숨어있던 성공회 성당의 모습 때문이었다.

    건물실사에 나섰던 서울시 이창성 공공개발센터장은 "구관 비상계단에서 우연히 마주한 성공회성당의 풍경에 깜짝 놀랐던 기억을 잊을 수 없다"고 회고했다.

    여론은 일제시대의 흔적을 지우자, 그 뒤에 생기는 이국적인 풍경을 시민들에게 선사하자는 쪽으로 자연스럽게 모아지기 시작했다.

    낡고 보잘 없는 건물은 새롭게 리모델링하거나, 빈 공간에는 뭔가를 채워야 직성이 풀렸던 기존 발상에서 180도 전환한 비움의 미학이 서울시 정책담당자들의 마음을 파고든 것이다.

    처음에 도서관으로 활용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던 박 시장도 이 같은 역발상을 지지했다.

    이 건물은 지난 5월부터 본격적인 철거 작업에 들어간지 3개월 만인 20일 '광장'으로 다시 태어났다.

    한때 당대 최대 기업이었던 동방생명(현 삼성생명)을 관할에 두고 세금을 거둬들이며 권력의 상징으로 통했던 국세청 건물이 시민들의 품에 안기게 된 것이다.

    서울시 서해성 광복70주년기념사업 예술총감독은 예술총감독은 "일제의 체신이나 광복 뒤 납세라는 수직적 권위의 공간이 시민 중심의 수평적 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된 역사적인 변동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국세청 별관 철거 후 이 곳의 지상부에는 광장, 지하부에는 덕수궁 지하보도와 연결되는 시민문화공간을 조성을 위해 현상설계공모를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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