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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빽' 없는 자 좌절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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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빽' 없는 자 좌절해야 하나

    자료사진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1월 퇴임을 앞두고 자신이 가장 바라는 사회로 '특권과 반칙이 없는 사회'를 꼽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곳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와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쳤다.

    정권 마다 그렇게 애타게 바꾸고자 했던 사회상(社會相)이었던 만큼 이제 반칙없는 사회가 됐을까?

    인사청문회의 단골메뉴이기도 했고, 최근 다시 불거진 지역구 국회의원의 자녀 취업청탁 사례가 답변을 대신하고 있다. 그렇다. 아직도 요원하다. 취업청탁은 법의 잣대로 재단하기에는 어설프지만, '힘 있는 자'와 '빽 없는 자'를 갈라놓아 계층갈등을 조장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측면에서는 매우 중한 일탈행위다.

    새정치민주연합 윤후덕 의원은 지난 2013년 로스쿨을 졸업한 자신의 딸을 LG계열사 법무팀에 취업시키기 위해 지역구인 파주에 대규모 공장을 보유한 LG디스플레이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회사측은 당초 공정거래 분야 4년 이상 경력자 1명을 뽑기로 하고 채용공고를 냈으나 로스쿨을 갓 졸업해 경력이 일천한 윤 의원의 딸까지 포함해 2명을 합격시켰다고 한다.

    법조인 등 572명은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이 정부법무공단 고위관계자와의 친분을 이용해 자녀에게 취업특혜를 준 것으로 의심된다며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이들은 2013년 9월 '법조경력 5년 이상 변호사'였던 채용기준이 두달 뒤 '2010년 1월1일~2013년 3월1일 사법연수원을 수료했거나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법조경력자'로 바뀐 사실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의 취업난은 법률시장도 예외는 아니지만 그렇더라도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법조 분야 만큼은 깨끗해야 한다는 믿음이 국민들 마음속에 존재한다. 그러나 로스쿨 제도가 도입되면서 채용과정에 권력과 연줄, 갑을관계가 막강한 영향을 미쳐 이러한 믿음은 여지없이 깨지고 있다.

    로스쿨은 한 해 등록금이 2천만원에 이르고 책값과 용돈까지 포함하면 한해 3천만원 가량 들어 졸업하려면 소위 '억'소리가 난다고 할 정도로 돈이 많이 드는 과정이다. 로스쿨 입학생 열 명 중 여섯명 가량이 서울에 살고, 강남3구 거주비율도 30%에 육박하는 것이 반증이다. 그런데 졸업 후에도 성적이 우수한 극소수 졸업자를 제외하고는 채용과정이 불투명해 이른바 '현대판 음서제'로 통한다는 게 문제다.

    특히 최근까지도 변호사시험 성적공개가 금지돼 판검사 임용과 변호사 채용과정에서는 면접 점수가 당락을 좌우하기도 했다.

    변호사협회에서도 "로스쿨이나 로펌의 경우 같은 점수대라면 사회 고위층이나 재력가의 자제를 선호하지 않겠냐"는 말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는 현실이다.

    취업 유형은 다양하다. 법조인의 자녀가 연줄을 타고 로펌에 취업하는가 하면 윤후덕 의원 사례처럼 기업에 청탁해 자녀를 취업시키는 경우도 있다. 또 로펌 입장에서는 평소 사건을 빈번하게 맡기는 대기업측의 취업청탁을 거절하기 어려워 갑을관계에 의한 뒷거래도 있다고 한다.

    이처럼 실력보다는 '빽'이 통하자 로펌에 채용되기로 한 상태에서 변호사시험에 탈락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취업절벽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청년 취업난이 극심한 상황에서 이런 반칙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면 사회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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