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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환상 깬 전도연…진화하는 배우 발자취



영화

    로맨스 환상 깬 전도연…진화하는 배우 발자취

    [노컷 인터뷰] "사랑 방식, 하나일 수 없다…궁금한 삶 그린 작품 눈길"

    배우 전도연(이하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13일 개봉한 영화 '협녀, 칼의 기억'(감독 박흥식, 이하 협녀)에는 고려를 손아귀에 넣으려는 야심가 유백(이병헌)이, 정인에서 원수가 된 맹인 검객 월소(전도연)로부터 오래 전 들었던 찻물 끓이는 법을 회상하는 신이 나온다.

    검과 검이 부딪히는 처절한 싸움이 벌어지는 와중에 흐르는 월소의 차분한 목소리는, 때가 돼야만 진가를 발휘하는 '차' '칼' '민란'의 상관관계를 찾으려 애쓴 이 영화의 지향점을 증언하는 듯하다.

    협녀 개봉에 앞서 최근 서울 삼청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난 전도연에게 그 내레이션에 어떠한 느낌으로 임했는지를 물었다.

    "그 말을 나눌 당시 월소와 유백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잖아요. 월소는 유백에게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차를 달여 줬을 테고, 유백 역시 월소가 달인 차를 수없이 많이 마셨을 겁니다. 그 애틋한 감정을 살려 옆에서 유백의 귓가에 대고 이야기하듯이, '우리 그땐 이랬잖아'라는 식으로 편하게 말하려 애썼죠."

    부담 없는 편안함을 강조한, 별 뜻 없이 받아들여질 수도 있었을 이 말이 '전도연이라는 배우의 내면을 엿볼 수 있는 열쇠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마지막 물음에 대한 답을 들은 뒤였다.

    전도연에게 물었다. 1997년 개봉한 데뷔작 '접속' 이래 현재 세계적인 여배우로 우뚝 서기까지 소회를. 잠시 숙고한 그는 "제가 이 일을 이렇게 오래 할 줄 몰랐다"고 운을 뗐다.

    "제 꿈이 배우가 아니었기에 지금쯤이면 다른 삶을 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죠. 꿈이 뭐였냐고요? 현모양처요. (웃음) 저는 광고 모델로 데뷔해 TV 드라마도 하면서 상대적으로 늦은 나이에 영화를 알게 됐고, 빠져들었어요. 그랬기에 지금도 애정을 갖고 지켜가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전도연은 "배우로서 개인적으로 궁금하고 호기심이 생기는 작품에 갈수록 끌리게 된다"고 했다. "제 사랑의 방식도 진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예전에는 사랑에 대한 판타지 같은 것이 있었어요. '사랑은 이래야 한다'는 하나의 생각. 그런데 지금은 사랑의 방식이 하나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죠. 그래서인지 시간이 지나면서 가벼운 사랑 이야기보다는 단순하지 않고 의문도 생기는 사랑, 삶을 다룬 이야기에 눈길이 가네요."

    ▶ 협녀,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 연출을 맡은 박흥식 감독님과 '인어공주'(2004)를 촬영할 당시 "세 여자 검객이 나오는 무협물을 할 계획"이라는 말을 감독님께 얼핏 들은 정도였다. 그때 "좋다. 하고 싶다"고 말했고, 감독님도 "조만간 하자"고 했는데, 너무 긴 시간이 흐르면서 잊고 있었다. 그러던 중 박 감독님 메신저에서 '협녀'라는 글귀를 보고 '곧 연락이 오겠구나' 생각했는데, 소식이 없어 제가 먼저 연락했다. (웃음) 감독님이 "남자 배우들 먼저 캐스팅하고 연락을 하려 했다"고 해명하셨는데, '남자 배우에 따라 여배우도 바뀔 수 있는 운명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더라. (웃음)

    ▶ 원래 무협 장르에 관심이 있었는지.

    = 그렇지는 않다. 어릴 때 본 무협물 몇 편이 전부다. 다만 그 속의 배신과 음모, 사랑은 흥미로웠다. 협녀 역시 무협이라는 장르보다는 강렬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장르적으로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액션에 대한 부담은.

    = 제가 맡은 월소가 무림의 초절정 고수다. 막연했다. 검의 무게가 상당했는데, 고수답게 검을 한 손으로 휘두를 수 있을 만큼 익숙해지려니 오래 연습할 수밖에 없었다. 무술감독님에게 왜 이리 오래 연습하냐고 투정도 부렸는데, "자기 몸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상대를 지키기 위함"이라는 답을 듣고 열심히 했다. 그렇게 3개월을 연습했는데도 막상 현장에서 해보니 턱없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더라. 더욱이 맹인 검객이라는 점에서 어려움이 배가 됐다. 감독님은 "눈을 깜박이지 않았으면 한다"고 주문하셨다. 맹인 연기는 연습보다는 현장에서 집중하려 애썼다.

    영화 '협녀, 칼의 기억' 스틸

     

    ▶ 월소는 왜 맹인이어야 했을까.

    = 월소의 시간은 새 세상을 꿈꾸며 손을 맞잡았던 사형 풍천(배수빈)을 배신한 순간 멈췄다. 그녀의 시간이 다시 움직이는 것은 극 말미다. 이 두 지점 사이에서 월소의 곡절 많은 감정을 극단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설정이 맹인이라고 봤다.

    ▶ 영화의 장면 장면이 '와호장룡' '일대종사' 등 기존 무협물과 겹친다.

    = 사실 우리는 유명한 중국 무협영화를 뛰어넘는 영상미를 만들자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것들에 대한 이미지가 이미 관객들에게 강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정이 느껴지는 액션을 하자는 데 합의했다. 특정 신에서 그 장면에 맞는 감정을 효과적으로 드러내자는 것이었다. 이 지점에서 중국 무협물과의 차별화를 시도한 셈이다.

    ▶ 복수의 일념으로 살아가는 월소 캐릭터에 감정 이입이 잘 됐나.

    = 처음에는 사랑과 복수를 위해 너무 많은 것을 희생하는 월소에 대해 잘 납득이 가지 않더라. 감독님께 월소를 통해 무엇을 보여 주고 싶은지를 물었을 때 "협은 항상 존재했다. 지금도 협은 있다. 하지만 협을 지키고 사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월소라는 캐릭터로 고지식할 정도로 협을 지켜내는 인물을 보여 주고 싶었다"고 답하시더라. 그런 점에 저도 동의를 했다. 월소 캐릭터가 지독해 보이기도 했지만, 사사로움을 끊어낸 협을 생각하니 이해가 됐다.

    ▶ 협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 옳은 것을 옳다고 믿는 것. 그 생각조차 지독하고 고지식하다는 점에서 이기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결코 자신의 생각이 잘못됐다고 여기지 않으니까. 그것이 옳은 길이더라도 입장에 따라 다를 수 있기에 이기적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월소는 그것이 옳다고 믿으면서 모든 것을 건다.

    배우 전도연

     

    ▶ 촬영장에서는 영화의 방향성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나.

    = 배우들이 감독님의 말에 동의한 뒤 들어갔기에, 적어도 제게는 어려움이 없었다. '왜'에 대한 고민은 저보다는 복수를 위해 키워진 홍이 역의 (김)고은 양이 많았을 것이다. 감정적으로 기복이 심한 홍이를 연기하면서 힘들지 않았을까.

    ▶ 기대주로 꼽히는 후배 김고은과의 연기 호흡은.

    = 고은 양이 많은 작품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 나이 또래에 비해 이미지보다는 이야기를 따라가려는 친구여서 예뻐 보였다. 고은 양이 욕심도 많다. 이야기를 따라가는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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