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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롯데팬이 아니라 자이언츠팬입니다"



기업/산업

    "나는 롯데팬이 아니라 자이언츠팬입니다"

     

    부산이 고향인 박모씨(54)는 프로야구 광팬이다. 야구에 살고 야구에 죽는, 말 그대로 야생(生)야사(死)인 인생이다.

    당연히 고향팀을 34년째 열렬히 응원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를 '롯데팬'이라 칭하지 않는다. '자이언츠팬'이라고 부른다.

    박씨에게 롯데팬과 자이언츠팬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는 간단하게 설명한다. "나는 고향팀인 자이언츠를 응원하는 것이지 롯데를 응원하는게 아니다"

    ◇ "차라리 부산자이언츠"

    부산은 우리나라 야도(야구도시)라고 불릴 정도로 350만 시민이 야구에 열광하고 야구에 탄식하는 도시다.

    독특한 응원구호와 주황색 쓰레기 봉투를 남녀노소할 것 없이 아무런 부끄럼없이 뒤집어쓰며 동질감과 일체감을 느끼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박씨는 요즘 신이 나지 않는다. 롯데자이언츠가 하위권에 머물러 있어서만이 아니다.

    박씨는 롯데가 4년 연속 꼴찌를 기록한 2001년에서 2004년에도 자이언츠팬이라는 사실이 부끄럽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응원이 부족한 탓이라고 여기고 더욱 열렬하게 응원했다.

    최근 부산에서 야구 올드팬을 만나면 박씨처럼 자신을 롯데팬이 아니라 자이언츠팬이라고 칭하는 사람들이 많다. '부산자이언츠'로 불러달라는 팬이 많다.

    부산 야구팬들 사이에 "자이언츠는 사랑할지언정 롯데는 싫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그만큼 롯데가 시민들 사이에 시민기업으로서의 그 위상을 잃고있다는 반증이다.

    ◇ 프런트가 구단운영을 좌지우지 하는 전근대적인 롯데구단

     

    한국 프로야구 10개 구단 가운데 롯데자이언츠만큼 '프런트야구'를 하는 곳이 없다. 프런트의 입김이 그만큼 강한 곳이다.

    롯데구단은 다른 구단과 달리 구단 운영비를 내고 구단 운영에 도움을 주는 수준을 넘어 경기운영과 경기력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친다.

    감독이든 코치든 구단과 뜻이 맞지 않으면 시즌 도중에라도 가차없이 옷을 벗는 곳이 롯데자이언츠다.

    급기야 지난해 CCTV 불법사찰 사건이 터졌다. 구단이 선수단을 신뢰하지 못해 CCTV를 설치해 선수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한 일이다.

    구단직원들은 선수단에 대한 동정을 보고서로 제출해야 했고 선수들과는 수당문제로 갈등이 생겨 선수들의 태업시비까지 발생했다.

    다른 구단에서는 없는 특이한 일들이 롯데자이언츠에서는 비일비재하다.

    선수단과 구단 사이에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롯데자이언츠팬들 사이에 고 최동원 선수는 최고의 레전드이자 긍지로 기억된다.

    그러나, 팬들은 최동원을 롯데구단이 살아 생전에는 물론 죽는날까지 외면했던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

    롯데자이언츠의 레전드가 마지막 가는 장례식을 롯데가 아닌 한화이글스가 엄수했다는 사실에 한탄스럽고 분통해한다.

    ◇ "롯데가 부끄럽다"

    자이언츠라는 이름은 최고의 팀만이 갖는 영예로운 호칭이다. 일본에서 자이언츠는 최고 인기구단인 요미우리자이언츠의 것이며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자이언츠라는 이름은 서부지역 최고 인기구단인 샌프란시스코 지역이 갖고 있다.

    부산팬들은 그래서 자이언츠라는 팀은 자랑이지만 롯데는 삼성라이언즈나 한화이글스 등 다른 구단처럼 팀 이름 앞에 붙는 재벌 모기업과는 구분하고 싶어한다.

    스스로 '부산자이언츠'로 부르는 팬들이 많다.

    최근 신동빈·신동주 형제간 분쟁으로 롯데그룹의 역사가 드러나면서 국민기업인지를 놓고 정체성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신동인 구단주의 롯데구단 운영행태에 대한 팬들의 불만도 많다.

    신동인 구단주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가난했던 시절, 학업을 이어가는데 도움을 줬던 큰아버지 고 신진걸씨의 손자로 2005년부터 롯데자이언츠 구단을 책임져왔다.

    신동인 구단주는 CCTV 불법사찰 사건 때도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지난해 CCTV 불법사찰 사건 이후 거론됐던 시민구단 창단 움직임이 최근 성적 하락세까지 겹치면서 재거론되고 있다.

    강민호 (사진=롯데자이언츠 제공)

     

    롯데 홈페이지에는 롯데에 구단매각을 촉구하는 글들이 자주 올라온다.

    롯데자이언츠는 올시즌 린드블럼과 레일리, 아두치 등 구단 사상 처음으로 세 명의 걸출한 용병을 한꺼번에 거느리고도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0일 현재 리그 8위다. 5강 진입은 지금으로서는 멀고도 험한길이다.

    롯데자이언츠는 한국 프로야구에서 최대 빅마켓이다. 기아타이거즈, LG트윈스와 함께 한국 프로야구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팀이다.

    한국 프로야구는 지난 6일자로 8년 연속 5백만 관중을 돌파했다. 사상 최초 8백만 관중을 향해 나아가고 있지만 공교롭게도 롯데와 기아, LG 모두 최하위권에 함께 묶여있다.

    야구팬들 사이에 '엘롯기동맹'이라고 불리며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들 세 팀의 성적이 추락하면서 8백만 관중동원 목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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