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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롯데'를 사랑한 두 남자의 슬픔



칼럼

    [칼럼] '롯데'를 사랑한 두 남자의 슬픔

    ‘신격호 총괄회장’ 과 ‘젊은 베르테르’

    “그대는 우리가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부르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오. 그것으로 인해 인간성이 크게 손상되고, 갖가지 힘이 침식되며, 인간성의 작용이 사라져 다시는 회복되지 못하고, 아무리 행운의 격변이 일어나도 더 이상 생활의 궤도를 원래대로 돌이킬 수가 없는 것이라오.”

    1774년 괴테(Die Leiden des jungen Werthers)가 발표한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나오는 명대사다. 젊은 베르테르가 자신이 사랑했던 ‘샤롯데’의 남편 알베르트와 자살논쟁을 벌이면서 인간성의 필연적인 한계를 주장하면서 했던 말이다.

    베르테르는 샤롯데를 연모하지만 그녀에게는 약혼자가 있다. 그럼에도 그는 샤롯데에 대한 사랑의 열정을 감출 수 없어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연정을 바친다. 그러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한계를 깨달은 그가 샤롯데의 남편 알베르트를 만나 슬픔과 절망에 빠져 “더 이상 생활의 궤도를 원래대로 돌이킬 수가 없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그의 권총을 빌려 자살하는 것으로 소설은 끝난다.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은 학생시절 하숙방에서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몇 번이나 탐독하면서 여주인공 샤롯데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고 회고한다. 훗날 창업 때 소설 속 여주인공인 샤롯데의 이름을 따 회사 이름을 작명했다. 그리고 직원들에게는 베르테르의 사랑처럼 일과 삶에 대한 열정을 강조한다. ‘롯데’라는 상호는 소비자들로부터 호감을 사며 기업 이미지를 높이는데 기여한다. 그리고 임직원 10만 명에 연매출 83조원에 이르는 국내 5대 기업으로 급성장한다. 문학청년이었던 신 총괄회장의 감수성과 예감이 적중한 것이다.

    롯데를 창립한 신격호 총괄회장은 그 후 승승장구한다. 잘 나가는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은 자기가 낳은 두 아들이다. 94살의 고령에 자신이 창립한 ‘롯데’ 때문에 기쁨이 슬픔으로, 희망이 절망으로 바뀐 것이다. 신격호의 ‘슬픔’을 들여다보면 베르테르의 ‘슬픔’과 비슷한 면이 있다. 베르테르는 사랑하는 여인을 차지할 수 없는 운명 때문에 절망하고 슬퍼했지만, 신격호는 롯데를 차지하려는 두 아들의 질투와 분노 때문에 고통스럽고 슬프다. ‘인간성의 필연적인 한계’를 토로했던 소설 속 베르테르의 명언이 240여년이 흐른 지금 신격호 총괄회장의 머릿속을 맴돌고 있는 것은 아닌지.

    “롯데라는 이름이 내 일생일대 최고의 수확이자 최고의 선택”이라고 말했던 신 총괄회장이 이제 ‘롯데’의 사랑을 독차지하려는 동주 동빈 두 아들을 놓고 선택의 기로에 섰다. 문제는 둘 다 승자가 될 수 없다는 것. 누군가 한사람은 패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신 총괄회장은 알고 있다.

    형제 간 갈등은 역사적으로 보아도 비참한 결말을 맞는다. 창세기에 등장하는 이삭은 두 아들 에서와 야곱이 장자권을 놓고 갈등을 빚다가 원수가 되는 것을 본다. 아버지 이삭은 사냥을 잘하는 장남 에서를 사랑하지만 어머니 리브가는 천막에 머물러 자기를 돕는 야곱을 사랑한다. 야곱은 어머니와 짜고 사냥터에서 돌아온 형 에서에게 팥죽 한 그릇으로 장자권을 얻은 뒤 아버지를 속여 장자의 축복을 받는다. 야곱은 형 에서가 장자의 축복을 가로챈 자기를 죽이려 한다는 것을 눈치 채고 외삼촌 라반에게 피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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