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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뉴스] "3권 분립, 왜 점점 유명무실화 되나?"



정치 일반

    [Why뉴스] "3권 분립, 왜 점점 유명무실화 되나?"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왼쪽부터 대법원, 청와대, 국회 (자료사진)

     

    3권분립의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 3권분립은 국가의 권력을 입법·사법·행정의 삼권으로 분리해서 서로 견제하게 함으로써 권력이 함부로 사용되는 것을 막고,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보장하는 제도를 말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사법부 고위법관들을 행정부의 고위관료로 임명하거나 현직 국회의원을 청와대 특보로 임명하면서 그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3권 분립, 왜 점점 유명무실화 되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Why 뉴스 전체듣기]

    ◇ 3권분립이 훼손되고 있는 사례가 있나?

    = 최근 가장 두드러진 것이 사법부의 고위법관들을 행정부의 고위관료로 임명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황찬현 감사원장이 서울중앙지방법원장에서 바로 자리를 옮겼고,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춘천지방법원장을 마치고 평생법관을 선택해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자리를 옮긴지 한 달여 만에 방통위원장에 내정됐다.

    그러더니 최근에는 이성호 서울중앙지법원장이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으로 내정됐다. 국가인권위원장은 장관급이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김황식 대법관이 임기 도중 감사원장에 임명됐다가 다시 임기를 마치기도 전에 국무총리로 지명됐고 이성보 서울중앙지법원장이 국민권익위원장에 임명되기도 했다.

    ◇ 고위법관이 행정부 고위관료로 임명되는 게 문제가 있는 거냐?

    김황식 전 국무총리. 이명박 정부에서는 김황식 전 총리는 대법관 임기 도중 감사원장에 임명됐다가 다시 임기를 마치기도 전에 국무총리로 지명됐다. (자료사진)

     

    = 3권분립이 뭐냐? 국민들이 선출한 국회의원들이 입법부를 구성해서 국민을 위한 법률을 만들면 행정부는 이 법률을 집행한다. 사법부는 행정부의 법률 집행이 올바른지 감시하고 통제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다.

    스포츠에 비유하자면 사법부는 심판이다. 그런데 심판을 선수로 뽑아서 뛰게 하면 어떻게 되겠나? 선수가 심판의 눈치를 보면서 규칙을 지켜야 하는 것인데 거꾸로 심판이 선수 또는 구단의 눈치를 보게 되는 것이다.

    수도권의 한 중견판사는 "심판을 선수로 뽑아서 뛰게 만들면 그걸 불법이라고 하기는 어려워도 매우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한 중견법관도 "어쩌다 예외적으로 법관을 행정부 고위직으로 임명하는 건 모르겠지만 연이어서 이렇게 하는 건 아주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연 타석으로 이렇게 임명하는 것이 고착화되면 일선 재판장들에게도 이게 하나의 길이구나 하는 인식을 주게 되고 그러면 눈치를 보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영남대 정치학과 김태일 교수는 "고위 법관을 행정부 고위직에 임명하게 되면 사법부에서 기대도 있을 것이고 그런 기대가 대통령의 눈치를 보는 그런 결과를 가져오지 않겠느냐?"면서 "그게 결과적으로 3권 분립의 정신을 훼손하는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한양대 로스쿨 박찬운 교수는 "법관에서 행정부로 바로 가는 것은 법원 및 법관의 독립에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는 사법부의 독립이 우선 훼손 되는 것이고 그 연장선상에서 행정부의 사법부 지배가 예상되므로 삼권분립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본다"고 말했다.

    ◇ 몇 명 임명한다고 반드시 3권분립을 해친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나?

    위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음.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물론 고위법관 몇 명을 행정부 고위관료로 임명한다고 그 자체로 사법부의 독립이 훼손되고 법원이 행정부나 대통령에 휘둘릴 것이라고 얘기하는 건 과도한 비판일 수 있다.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사법부 통제나 포획을 위해서 그렇게 한다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면서 "법원은 검찰보다는 독립적"이라고 말했다.

    헌법학자인 연세대 김종철 교수는 "법관이어서 행정부 고위직을 맡아서는 안 된다는 단순논리보다는 공직을 위해 법관직을 오용할 위험성이 있다거나 또는 그런 판결을 했는지를 제대로 검증하는 인식과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직판사들도 "법관 몇 명을 청와대 고위직으로 임명한다고 해서 법원이 순치되거나 행정부의 통제를 받는다고 보는 건 무리"라고 말한다.

    한 중견법관은 "청와대 법원 고위직 몇 명의 인사로 법원을 장악하려 한다면 오히려 반발을 불러올 것"이라면서 "부적절한 것은 맞지만 그것만으로 3권분립을 해친다고 하기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한 법조인은 "현직 법관을 행정부로 임명하는데 대한 문제의식이 없는 것이지 그것으로 법원을 어떻게 해보겠다는 의도는 없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 박 대통령이 판사나 검사 법조인을 중용하는 이유가 있나?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수여받는 황찬현 감사원장 (사진=청와대 제공)

     

    = 선의로 보자면 '법과 원칙'이라는 이미지에 어울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판사들이 반듯하고 청문회 통과도 쉬울 거고 법과 원칙이라는 이미지에도 부합하고 주어진 업무 잘하고 그런 게 중요한 이유"라면서 "인재풀도 적은데 고위법관들은 '안전빵'"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안전빵'이라는 의미를 곱씹어보면 법조인 상당수가 체제순응형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찬운 교수는 판사들을 계속 임명하는 이유를 세 가지로 분석했는데 가장 핵심은 체제순응형 법조인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첫 번째 "판검사들이 체제 순응형이기 때문이다. 대우만 잘해주면 제도권 내에서 충성을 바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형식적 법치 독재다. 이것을 제일 잘하는 것이 판검사들이다"이라고 했고, 세 번째는 "사법부 길들이기"라면서 "현 정권은 사법부가 빗나가면(바로서면) 매우 코너에 몰리게 돼 있다. 사전에 이런 식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병준 교수는 "유신시절 퍼스트레이디를 경험한 박근혜 대통령이 과거지향적인 질서유지 같은 관념을 갖고 있고 사회변화나 사회의 중요한 지점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자신이 익숙한 곳으로 가는 것"으로 풀이했다.

    김종철 교수는 "(인권위원장 지명과 관련해) 아마도 법관출신은 인권 비전문가라는 비판을 면하기 쉬운 반면 정부가 곤란해 할 일들을 함부로 벌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한 이유가 되지 않았을까?"라고 평가했다.

    ◇ 국회의원의 행정부 임용도 문제가 되지 않았나?

    왼쪽부터 청와대 정무특보로 임명된 김재원, 윤상현, 주호영 의원 (자료사진)

     

    = 마찬가지다. 국회의원은 겸직을 금지하고 있다. 국회법 제29조 겸직 금지 조항에는 "의원은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의 직 이외의 다른 직을 겸할 수 없다"고 분명하게 규정하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청와대 정무특보로 임명된 김재원, 윤상현, 주호영 의원이다. 새누리당은 공익목적의 명예직이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이는 분명한 법률위반이다. 이미 많은 학자들과 야당 심지어 여당내부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들을 임명할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의 우원식 원내대표는 "한명 한명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을 정무특보로 3명이나 기용하는 것은 헌법이 규정한 삼권분립을 벗어나고 의원 겸직금지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우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여당을 장악하고 관리하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도저히 강행할 수 없는 인사"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헌법학자인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도 국회의원의 청와대 특보임명은 "삼권분립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입법기관의 구성원인 국회의원이 대통령의 일개 보좌관 역할을 하겠다는 것은 권력분립 원칙에도 위반된다"면서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대통령의 단순한 자문을 한다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실 국회의원이 국무위원이나 국무총리로 임명되는 건 국회법에 허용하고 있지만 학자들 사이에서는 이 또한 논란이 되고 있다.

    장관으로 갈 거면 국회의원직을 사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태일 교수는 "국회의원을 장관으로 임명하는 것도 잠재적으로 대통령이 국회의원을 부리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수단이 되기 때문에 그걸 통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학계에 있다"면서 "장관으로 갈 거면 국회의원직을 내려놓고 가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이상돈 교수도 장관이나 총리의 의원직 유지에 대해서는 "장관이나 총리는 헌법에서 특정적으로 허용하고 있으나 이 부분에 대해서도 학자들 간에 논란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지난 3월 이완구 의원이 국무총리직을 유지할 때만해도 전체 18명의 국무위원 중 1/3인 6명이 국회의원이었다. 지금은 5명이 국회의원이다. 5명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황우여 사회부총리,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김희정 여성부 장관인데 모두 친박핵심으로 분류된다.(김희정 장관은 친이계였지만 지금은 친박계로 분류)

    ◇ 지난번 논란이 됐던 국회법 개정안도 결국은 3권분립의 문제 아니었나?

    (사진=청와대 제공)

     

    = 그렇다. 3권분립이 제대로 지켜졌다면 그런 논란은 없었을 것이다.

    핵심은 정부의 '행정입법'이라고 말하는 것인데 시행령과 규칙 등을 만드는 걸 말한다. 그런데 3권분립의 정신에 따르자면 정부에서 만드는 시행령은 국회에서 만든 법률의 위임범위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헌법 제75조에는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그런데 논란이 일고 있는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처럼 정부가 법률과 다른 시행령을 만들거나 하는 문제가 종종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모법에서 벗어난 시행령으로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관한 사항을 자의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위헌이고,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는 지적이 많다.

    국회법이 개정되기 전인 지난해 국회 입법조사처의 조사결과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 행정입법 74개가 모법과 불일치한다고 발표한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998년 안상수 의원(현 창원시장)이 대표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는데 이 국회법 개정안은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대통령령 등 행정입법이 법률에 위배되거나 법률의 위임범위를 일탈한다는 등의 의견이 제시된 때에는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이에 따라야 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여야 합의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에는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수정·변경 요구를 받은 사항을 '처리하고 그 결과를 상임위에 보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 오늘의 주제로 돌아가서 3권분립이 왜 점점 유명무실화 되고 있는 거냐?

    = 대통령이 이를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삼권분립의 전제는 법치주의다. 우리 헌법도 3권분립의 정신을 바탕으로 한다. 행정부가 입법부나 사법부의 우위에 있는 구조가 아닌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이 초월적인 존재로 인식하는 모습을 종종보이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태일 교수는 박 대통령이 3권분립이 정신을 흔드는 것은 "대통령의 자기 정체성에 대한 문제 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대통령을 삼권 중 초월적 지위에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게 아닌가?"면서 "당정청 관계나 국회법 시행령 파동 당시 발언하는 것들을 보면 유신정권 시절 대통령과 같은 초월적 개념과 정체성을 갖고 있는 게 아닌가?"라고 평가했다.

    김병준 교수는 "국정은 알면서 나쁘게 운영할 경우에는 불리할 경우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라도 있지만 무지하면 말리지 못한다"면서 "무지하면서 신념화 돼 있는 경우, 무지하면서 자신이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그게 원칙이라고 고집하면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RELNEWS:right}박찬운 교수는 "한국은 독재국가는 아니지만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된 권위주의적인 체제인 것은 분명하다"면서 "권위주의적인 체제가 총칼을 쓰지 않으면서 통치할 수 있는 가장 교묘한 방법은 사법 권력을 손에 넣은 것"이라고 분석한다. 박 교수는 "법의 이름으로 통치한다는 명분이 있으니 비판적 여론을 잠재우기에는 이보다 좋은 방법이 없다"면서 "대통령은 얄밉게도 이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특히 "여의도 정치가 실종되면서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지 못하니까 사법부의 역할이 점점 증대되는 아이러니컬한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면서 "지난 10년간 사법부는 몇 가지 사건에서 정치권을 능가하는 막강한 힘을 보여주었다"고 회고했다.

    한 중견법관은 "사법부는 원래 행정부를 통제 감시하기 위해서 만든 권력"이라면서 "그런데 두 기관 간에 인사가 혼용되는 것은 3권분립의 전제가 되는 법치주의에 어울리지 않는다"면서 최근의 고위법관의 행정고위직 임명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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