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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일베도 외면한 '고자질'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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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끝작렬]일베도 외면한 '고자질'의 몰락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기자들의 취재 뒷 얘기를 가감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의정부고 졸업사진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어제(14일) 하루종일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는 '의정부고 졸업사진'이 가장 핫한 키워드였습니다. 특히 졸업사진이 공개된 후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에는 '의정부고 졸업사진'이 검색어 최상위권을 차지하며 수많은 네티즌들의 키보드에 오르내렸습니다.

    이 개성 넘치는 졸업사진은 몇해 전 이 학교 재학생들 일부가 '교복을 뒤집어 입거나', '팔을 6개 달거나' 하는 장난스런 모습부터 시작됐습니다.

    이 행사는 해를 거듭하며 고등학생들의 단순 치기어린 장난에서 사회 이슈 등을 꿰뚫는 모습으로 진화했는데요. 특히 지난해 고승덕 전 의원의 '딸아 미안하다!' 패러디는 숱한 화제를 뿌리며 인터넷을 강타하기도 했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졸업사진 촬영 시즌이 되자 의정부고 재학생들은 축제로 진화한 문화를 즐기며 자신들의 창의성을 마음껏 발휘하기 시작했습니다.

    말 그대로 '명불허전'. 고승덕, 추사랑, 마릴린 먼로 패러디 등으로 이슈 몰이를 했던 지난해에 버금가는 다양한 모습의 분장들이 쏟아졌습니다.

    '100원 동전', '코카콜라' 등 단순 사물에 대한 재미난 분장 뿐 아니라, 대세 인물이었던 '슈가보이' 백종원, '쥬라기 월드' 패러디 등 반환점을 막 돈 2015년의 인터넷 세상 이슈가 다 담겨 있을 정도로 폭 넓고 다양했습니다.

    특히, 그중 압권은 단연 박근혜 대통령 패러디를 한 학생의 분장이었습니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이 학생은 지난 6월 박근혜 대통령이 강화도 가뭄 현장을 방문해 소방 호수로 물을 뿌리는 장면을 재미난 시각으로 표현했습니다.

    친구의 도움을 받아 교내 잔디 밭에 물을 뿌리는 이 사진은 분장 수준이 높진 않았지만 정치·사회 이슈를 바라보는 학생의 기발하고 신랄한 시각이 담겨있었습니다.

    이 사진은 SNS 뿐만 아니라 여러 언론사를 통해 기사화 되는 등 큰 화제가 됐습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예전부터 여러 이슈를 정치적으로 민감하게 접근한 뒤 국내·해외를 막론하고 관계부처에 신고를 하고 인증샷을 남기는 행동을 즐겨 했던 일간베스트(이하 일베)의 한 유저에서 비롯됐습니다.

    이날 오후 아이디 '앙망XX'라는 일베 유저는 일베의 한 게시판에 '의정부고 대통령 비하 졸업사진 신고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이 사진을 담았습니다.

    (사진=일간베스트 게시글 캡처)

     

    이 네티즌은 박근혜 대통령이 소방 호스를 들고 논에 물을 뿌리는 장면과 의정부고 학생의 패러디 사진을 나란히 배치한 뒤 국방부, 교육부, 국정원에 민원을 넣은 인증샷을 첨부했습니다.

    "감히 대통령을 까서 부들부들 대면서 민원을 넣어봤다", "좋은 추억 선물하마"라는 말을 덧붙여서 말이죠.

    그러나 예전부터 이러한 신고글에 열광했던 일베 유저들의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보수성향이 짙은 일베 유저들 대다수가 의정부고 학생들의 졸업사진을 단순 패러디라고 바라본 것이죠.

    심지어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을 비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이고 의정부 졸업사진은 박근혜 비하인 것이냐'는 이중성을 비판하는 내용의 글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추천을 많이 받아 '일간베스트'에 오르고 싶던 작성자의 바람과는 달리, 이 글은 비추를 많이 받고 '숱한 비난 속'에 묻혔고, 결국 삭제되었습니다.

    인터넷 세상 이슈의 중심에 선 이번 의정부고 졸업사진. 대통령을 소재로 한 고등학생의 창의력 돋보이는 패러디 일까요? 아니면 인터넷 상에 도는 '오늘만 사는 남자'라는 말처럼 뒤를 못본 세상 물정 모르는 고등학생의 패기 일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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