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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뺑이로 시작한 스케이트, 메달로 끝낼래요"



스포츠일반

    "뺑뺑이로 시작한 스케이트, 메달로 끝낼래요"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 유망주 김준호 인터뷰

    한국 빙속 남자 단거리 차세대 에이스 김준호.(자료사진=대한빙상경기연맹)

     

    한국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는 전통적인 강세 종목이었다. 이규혁(은퇴)을 비롯해 이강석(의정부시청)이 국제대회를 주름잡았고, 모태범(대한항공)이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종목이다.

    그 뒤를 이을 재목으로 꼽히는 선수가 바로 김준호(20 · 한국체대)다. 이제 약관에 불과한 김준호는 한국 남자 스프린터 계보를 이을 후보 1순위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관계자들은 "평창올림픽에서 일을 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강원도 태백선수촌에서 훈련 중인 차세대 스프린터 김준호를 만났다.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은 7일부터 오는 15일까지 새 시즌을 대비해 1300m 태백 고지대에서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모태범 아성 위협 "아직 멀었어요"

    김준호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고교 3학년 때 처음 성인 국가대표에 오른 뒤 두 번째 시즌 만에 선배들을 위협할 수준까지 이르렀다. 대표팀 막내지만 무시할 수 없다.

    김준호는 지난해 전국남녀 스프린트선수권대회에서 모태범을 제치고 종합 1위를 차지했다. 모태범이 제 컨디션이 아니었지만 의미있는 성과였다. 월드컵 시리즈 디비전B(2부 리그)에서 디비전A(1부 리그)로 진입한 지난 시즌 2차 대회 2차 레이스에서는 35초48로 6위에 올랐고, 이후 4차례 레이스 연속 '톱10'에 올랐다.

    하지만 가야 할 길이 멀다. 지난 시즌 첫 디비전A 무대를 밟았을 뿐이다. 김준호는 "더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내가 생각하는 스케이팅의 목표가 100이라면 이제 6~70 정도 왔다"고 자평했다.

    보완할 부분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김준호는 "태범이 형 등 선배들이 테크닉이 부족하다고 한다"면서 "레이스 때 치고 나가야 할 킥 포인트를 잘 찾지 못하는 등 경험이 달린다"고 분석했다. 이어 "코너와 직선 주로에서 속도가 시속 2km나 차이가 난다"면서 "다시 속도를 내기가 힘든데 500m에서는 큰 차이"라고 강조했다.

    ▲어머니의 가족애로 시작한 운동

    차세대 남자 스프린터 김준호의 역주.(자료사진=빙상연맹)

     

    김준호가 스케이트화를 신게 된 계기는 다소 엉뚱하다.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했다. 어머니의 뜨거운 가족애와 열정 때문이었다.

    "어머니께서 3살 위 누나와 같은 춘천교대부속초등학교에 입학시키려고 하셨어요. 뺑뺑이로 학교를 배정받았는데 그 학교는 구슬을 뽑아 입학 여부를 결정했어요. 파란색과 노란색은 그냥 입학인데 하필 특기자 입학인 빨간 구슬을 뽑으셨어요. 그래서 골프와 스피드스케이팅 중에 선택을 한 거죠. 그냥 다른 학교를 갈 수도 있었는데 누나와 같이 다녀야 한다는 어머니의 신념이었죠."

    고된 일정이었다. 춘천에는 훈련할 빙상장이 없어 새벽같이 태릉을 오갔다. "새벽 5시에 출발해 태릉빙상장에서 6시부터 한 시간 반을 훈련한 뒤 9시에 춘천으로 돌아왔어요. 어머니도 나도 힘들었죠." 그래서 1학년을 마친 뒤에는 1년을 쉬었다.

    하지만 모성애는 위대했다. 아들의 가능성을 확인한 어머니는 포기하지 않았다. 김준호를 설득해 다시 스케이트화를 신겼다. 김준호는 다시 3학년 때부터 태릉과 춘천을 오갔다.

    눈물겨운 노력은 서서히 결실을 맺어갔다. 4학년 때부터 성적이 났고, 재미도 붙었다. 남춘천중학교에 입학한 뒤부터는 훈련 여건도 수월해졌다. 한국 여자 단거리의 선구자 유선희 코치를 만난 것. "선생님의 지도로 빙상장 시간 배정도 편해졌고 더 훈련에 매진했어요. 어머니의 고생도 끝이 난 거죠."

    강원체고 입학 후에는 가속도가 붙었다. 2013년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500m 동메달을 따내는 등 주목을 받았다. 이후 3학년 때 성인 대표팀 태극마크까지 달았다.

    ▲AG-올림픽 메달의 필연적 목표

    엉뚱하게 시작했지만 그 결말은 다를 것이라는 각오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메달로 마무리를 하겠다는 굳은 의지다.

    일단 김준호의 눈은 내후년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을 향하고 있다. 일단 여기서 금메달을 따내 아시아 최강을 확인한 뒤 이듬해 평창올림픽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계획이다. 김준호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내면 군 문제 등 마음도 편해질 것 같다"면서 "그런 뒤에 올림픽 메달에 도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지난 시즌 성과를 냈지만 올 시즌 성적을 유지해야 하는 게 첫 번째다. 김준호는 "꾸준하게 월드컵 시리즈 톱10에 드는 게 목표"라면서 "그러면서 톱5 등 단계적으로 더 성적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모태범 등 선배들과 선의의 경쟁도 펼쳐야 한다. 김준호는 "태범이 형이 롤 모델"이라면서 "정말 많이 배우고 있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김용수 대표팀 코치는 "신체 조건에서 준호가 태범이에 미치지 못하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배우는 게 빠른 만큼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태범이만큼만 하라는 게 아니라 뛰어넘으라고 얘기한다"면서 "그래야 서로 더 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우연찮게 시작했던 스피드스케이팅. 그러나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메달이라는 필연을 향해 김준호는 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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