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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노건평' 에만 친절한 검찰씨, 왜 이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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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끝작렬] '노건평' 에만 친절한 검찰씨, 왜 이러세요?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기자들의 취재 뒷 얘기를 가감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경남기업 관련 의혹 특별수사팀장 문무일 검사장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검찰청에서 '성완종 게이트'에 대한 중간 수사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자료사진)

     

    지난 2일 오후 서울중앙지검 13층 브리핑실.

    '성완종 리스트' 검찰 특별수사팀'이 수사 착수 82일 만에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며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불법 정치자금 의혹에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성 전 회장이 숨지기 전 남긴 메모 속 8인 가운데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를 불구속기소하고 나머지 6인을 모두 '무혐의' 처분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팀장을 맡았던 문무일 검사장이 20분 가량 발표한 뒤 질의응답 없이 퇴장하고, '공보' 역할을 맡았던 구본선 부팀장의 질의응답이 시작되기 직전, 그 짧은 시간에 몇몇 기자들 사이에서 짧은 탄식이 터져나왔습니다.

    "이게 다야?"

    "특별사면은 엄청 긴데?"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속 인물들에 대한 수사 결과는 너무 짧고, 특별사면 의혹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에 대한 발표는 너무 길다는 지적이었습니다.

    곧이어 이어진 장장 2시간에 걸친 질의응답. 이 때도 기자들의 날카로운 질문은 이어졌습니다.

    '리스트 8인 중 2명의 공소사실 요지가 굉장히 간략하다', '왜 노건평씨에 대한 것만 이렇게 상세한가' 는 의문 섞인 지적과 함께 수사 결과 자체도 문제가 됐습니다.

    단순 비교해도 수사 결과 발표 자료에는 허태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한 장을 못 채웠지만 건평씨 분량은 두 장을 꼭 채우는데다, 수사 기법상으로도 확연히 차이가 났습니다.

    성 전 회장은 생전 메모에서 두 전 비서실장에게 지난 2007년 7억원, 2006년 10만달러를 건넸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전 실장만 해도 성 전 회장이 "2006년 9월 박근혜 대통령의 독일 방문 당시 롯데호텔 헬스클럽에서 10만달러를 줬다"고 말해 장소가 특정됐고, 이후 해명 과정에서 거짓말 논란까지 불거졌던 사안이었습니다.

    그러나 수사팀은 "수수의혹이 제기된 10만불은 당시 환율에 따르면 1억원 미만으로 공소시효가 이미 지났다"고 논란을 일축했습니다.

    여기에 '경남기업 임직원과 성 전 회장의 운전, 수행비서 등에 대한 조사결과에 의하더라도 구체적 단서가 발견되지 않았고, 경남기업 측의 환전 내역도 발견되지 않았으며, 아데나워 재단에서 2만 7503유로를 지원했고, 항공료는 본인 계좌에서 결제된 사실이 확인됐다'는 이유도 덧붙였습니다.

    허 전 실장에 대해서도 "경남기업에서 7억원의 비자금이 조성됐다는 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 등을 발견할 수 없고, 구체적 증거도 없다"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면 공소시효가 완성됐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여권 실세 중의 실세였던 전 비서실장 두 명이 관련된 의혹은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말로 쉽게 정리됐습니다.

    왜 소환조사를 하지 않았는지, 최소한 당시 날짜와 성 전 회장과 이들의 동선, 행적 등이 어떻게 일치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전혀 없었습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씨 (자료사진)

     

    반면 건평씨에 대한 설시는 장황했고, 상세했습니다.

    정작 리스트 8인에 속했던 이들과 관련해서는 '의혹의 요지'나 '수사결과'만 적었는데 반해 건평씨의 경우 검찰 소환 당시 진술했던 내용, 날짜와 시간, 수사 상황까지 기재했습니다.

    건평씨는 2007년 연말 특별사면을 앞두고 성 전 회장으로부터 청탁을 받고 청와대 등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습니다.

    그런데 검찰은 건평씨가 의혹이 제기되는 시점 이후에 돈을 받아챙겼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수사팀은 2007년 12월 경남기업 전 임원 김모씨가 건평씨를 세 차례 찾아가 특별사면 명단에 성 전 회장이 포함되게 해달라는 로비를 벌여, 그 대가로 건평씨의 지인이 대표인 경남기업 하청 건설사에 5억원의 공사대금을 더 주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김씨가 2005년 7월 1차 사면과 관련해 3천만원을 건넸다는 진술을 했다는 내용 등도 포함시켰습니다.

    이에 대해 수사팀 관계자는 다른 의혹 대상자들과의 분량 차이에 대해 "리스트 수사가 6월 초에 마무리됐고, 그 이후 특별사면 수사가 진행돼 결과발표문을 작성한 시점에 차이가 있는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진술 내용 등까지 담긴 이유에 대해서는 "불거진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 위주로 설명해야 했고, 공소시효가 완성됐는데 왜 수사했느냐는 부분에 대해 설명 필요하다고 봤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수사가 끝나고 한 검찰 관계자에게 "김기춘, 허태열 전 실장 등에 대한 소환조사가 진행되지 않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냐"고 물어봤습니다

    "소환 조사할 만한 구체적인 단서가 없었기 때문이 아니었겠냐"는 것이 대답이었습니다.

    통상 검찰이 특수수사를 할 때 관계자 소환 조사, 계좌 추적 등 사전 수사를 충분히 진행한 다음 마지막 단계에서 '소환' 카드를 집어드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었습니다.

    그럼 왜 '공소권 없음' 처분할 건평씨는 소환 조사까지 했어야 했던 것인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입니다.

    수사결과 발표가 진행된 당일 밤 건평씨의 변호인이자 조카사위인 정재성 변호사는 자료를 내고 검찰의 수사방식을 조목 조목 반박했습니다.

    지난 검찰 소환 과정에서 1차 사면 등과 관련해 언제 어떤 사면을 청탁했는지 방법이 무엇이었는지 등에 대한 조사가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의도적인 명예훼손"이라는 비판도 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이 장황한 발표에도 불기소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법정에서 반박할 만한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고, 진술 내용은 고스란히 언론에 공개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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