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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교훈' 잊은 당국…삼성병원 한 달만에 '뒷북 조사'



보건/의료

    '평택 교훈' 잊은 당국…삼성병원 한 달만에 '뒷북 조사'

    2차 대유행 발발 5주만에 '늦장 정밀조사'…'사후약방문' 비판도

     

    의료진 감염이 잇따르고 있는 삼성서울병원에 대해 보건당국이 "제3의 감염원이 있을 수 있다"고 인정하고 정밀 역학조사를 벌이기 시작했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2일 확진 판정을 받은 183번(24·여) 환자에 대해 "제3의 감염원 가능성도 확인해야 한다"며 "전날부터 즉각대응팀과 민간합동대책팀이 역학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183번 환자는 지난달 격리병동에서 환자를 간호했던 삼성서울병원 간호사로, 지난달 30일 발열 증세가 나타난 뒤 이날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보건당국은 이 환자의 감염경로에 대해 개인보호구 착용 중 실수, 확진환자와의 접촉, 그리고 또 다른 감염원 등 3가지 경로를 염두에 두고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5월 27일 14번(35) 환자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도착해 2차 메르스 유행이 시작한 지 꼭 5주만에야 '제3의 감염원'에 대한 정밀조사를 시작하겠다는 얘기다.

    ◇"좋은 교훈 얻었다"더니…일명 '수퍼 전파자'에 떠넘기기만 되풀이

    이같은 보건당국의 '늦장 조사'는 다른 메르스 관련 병원에 대해 정밀 역학조사나 코호트 격리 및 전체폐쇄 등 특단의 조치가 숱하게 내려졌던 것과는 극히 대조적이다.

    '1차 진원지' 평택성모병원의 경우 지난 5월 29일 병원이 자진 휴업한 뒤 전체폐쇄됐고, 보건당국은 지난달 5일 정밀 역학조사를 실시했다.

    당국 조사 결과 최초 환자가 머물렀던 병실 에어컨 필터에선 메르스 유전자 조각 RNA가 검출됐고, 병실밖 화장실 변기나 복도 손잡이 등에서도 다수의 RNA가 묻어나왔다.

    보건복지부 문형표 장관이 "좋은 교훈을 얻었다"고 눈치없는 '어록'을 남길 만큼, 보건당국의 기존 예상을 뒤엎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당국이 얻은 값비싼 '교훈'은 정작 국내 메르스 환자의 절반 가까이를 배출한 삼성서울병원에는 유독 적용되지 않았다.

    당국은 삼성서울병원에서 환자가 발생할 때마다 "5월말 응급실에 방문했다가 14번 환자로부터 감염됐다"는 설명만 되풀이했다.

    이후 14번 환자로부터 퍼진 바이러스의 잠복기가 끝나 해명이 궁색해지자, 이번에는 지난달 12일 확진된 이 병원 안전요원인 135번(33) 환자와 접촉해 감염됐다는 주장을 거듭 내놓고 있다.

    이러는 동안 삼성서울병원의 감염자는 지난달 25일 이후 9일만에 183번과 184번 환자가 추가되면서 89명으로 늘어났고, 이 가운데 14명이 목숨을 잃었다.

    메르스 최초 발병국가인 사우디아라이비아와 한국에 이어, 삼성서울병원은 단일 의료기관인데도 감염자 81명에 사망자 11명인 아랍에미리트(UAE)를 앞질렀다.

    ◇의료진 줄감염에도 '부분폐쇄 연장' 외엔 별다른 조치 안해

    더구나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에 감염된 병원 관계자는 14명, 특히 2차 유행 당시 이 병원 응급실에서 집단 감염된 경우를 제외하고도 이후 진료 과정에서 의료진 6명이 더 감염됐다.

    그럼에도 보건당국은 삼성서울병원에 부분폐쇄 조치만 내렸을 뿐, 그 이상의 조치를 내리지 않아 "삼성에만 특혜를 준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이에 대해 대책본부 정은경 현장점검반장은 "그동안 삼성서울병원 전 직원에 대한 발열감시 및 입원·폐렴환자에 대한 전수조사, 유증상자 검사, 출입자 발열감시, 보호구 착용 교육 및 모니터링 등 등 다양한 대책을 추진했다"고 해명했다.

    얼핏 보건당국이 다양한 통제장치를 마련한 것 같지만, 사실상 삼성서울병원에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자인한 셈이다.

    폐렴환자 전수조사는 이미 지난달 메르스 즉각대응팀의 제안으로 전국 1천여 의료기관에서 시행한 조사인데다, 출입자 발열감시 등 나머지 조치들 역시 상당수의 메르스와 무관한 병원도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수준의 조치들이다.

    {RELNEWS:right}그러나 메르스 사태가 소강국면을 맞이하려던 시기에 다시 삼성서울병원에서 환자가 발생하자, 보건당국도 더이상 정밀 역학조사를 미룰 수 없게 됐다.

    정 반장은 "전날부터 의료진의 감염경로나 감염원인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어떤 원인으로 의료진들이 추가적으로 감염되고 있는지 역학조사하고 대책을 수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병동내 또 다른 감염 원인들이 있는지 점검하고 있다"며 "환경검체에서 문제가 생긴 것인지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보건당국이 이들의 감염경로를 설명하며 입버릇처럼 "보호장구를 벗는 과정에서 실수한 것으로 본다"며 의료진의 책임으로 떠넘겼던 것과도 사뭇 다른 반응이다.

    보건당국이 뒤늦게나마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역학조사에 착수하면서 과연 어떤 결과가 도출될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물론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란 비판은 피하기 힘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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