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보수와 진보의 저강도 전쟁
조용한 영화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것도 1차대전에 이어 2차대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 바탕에는 한국사회를 양분하는 보수와 진보라는 불편한 진실이 자리잡고 있다.
시발점은 변호인(양우석 감독)이다. 2013년 12월 개봉해 113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변호인은 신군부 쿠데타 세력이 일으킨 부산지역 최대 공안사건이었던 부림사건을 소재로 삼았다.
영화의 주인공은 영화 개봉 4년 전 스스로 세상을 떠난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영화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폭발적 반응을 일으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자연스럽게 추모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보수층에게는 올라가는 관객수만큼 불편의 정도가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변호인, 국제시장 영화 포스터
정확히 1년 뒤 변호인과는 정서가 조금 다른 국제시장이 등장했다.
변호인처럼 부산지역이 무대지만 1950년 한국전쟁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격변의 시대를 살아온 우리시대 아버지를 통해 개발시대의 밝은면에 좀더 조명을 비춘 영화다.
장년층을 중심으로 1420만명의 관객을 동원함으로써 적어도 계량적으로는 변호인을 넘어서는 한국영화 사상 관객수 2위라는 기록을 남겼다.
보수층으로서는 수적 우월감을 느끼기에 충분했지만 일부 소심한 진보층에게는 애써 외면하고 싶은 기록이다.
영화전쟁은 2015년 여름으로 다시 옮겨졌다.
연평해전, 소수의견 영화 포스터
연평해전이 지난달 24일 13년 전 전쟁상황을 재연하는 장면을 앞세우며 또 한번의 조용한 전쟁에 불을 지폈다.
연평해전은 개봉한지 일주일 만에 187만명의 관객을 동원함으로써 200만 돌파 초읽기에 들어갔다. 한국영화 사상 최다관객 1위를 기록한 명량의 속도를 내고 있다.
모두가 2002년 월드컵의 열기에 휩싸여있던 날 참수리에 올라탄 청년해군 6명의 생명이 무관심 속에 서해바다에서 스러졌다.
국민들의 무뎌진 안보의식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고 관객의 손수건에는 촉촉한 애국심이 적셔든다.
이러는 한편에서, 소수의견이라는 영화가 영화제목 그대로 소수의 관객이지만 메시지만큼은 가볍지 않은 반향을 던지며 선전하고 있다.
연평해전과 같은 날 개봉했지만 관객수는 1일 현재 연평해전에 비하면 초라한 26만명을 기록하고 있다. 상영관도 적고 상영횟수도 적다.
공권력에 의해 숨진 철거민 아들의 죽음의 진실을 파헤치려는 이른바 지잡대 출신이자 경력도 후진 변호사의 투쟁기를 그린 영화다.
진실을 조작하고 은폐하려는 공권력은 영화가 끝날 때 피고이고 대한민국 국민은 원고임을 웅변한다.
진보세력들은 연평해전을 은근히 외면하며 소수의견을 다수의견으로 만들고자 자신들끼리 공유하고 촉구하는데 열심이다.
◇ 영화는 영화일 뿐, 이념으로 장난치지 말라네 편의 영화는 시기만 달리할 뿐 3년에 걸쳐 보수와 진보라는 한국사회의 불편한 이분법에 은근히 기대며 영화의 의미를 애써 정치적으로 승화시켜려하고 있다.
국제시장과 연평해전은 그때마다 막강한 보수 언론권력에 힙입어 1000만 관객을 가볍게 겨냥한다.
국제시장의 감동을 거의 1년 내내 전파한 보수언론 덕에 국제시장은 부산을 대표하는 시장이 아니라 한국 근대사를 대표하는 국민시장이 됐다.
보수언론은 그 대상을 영화 연평해전으로 바꿨고 연평해전 인물들은 국민들의 안보의식을 일깨우는 전도사 역할로 연일 신문지면을 덮고 있다.
진보는 주로 SNS를 통해 영화 소수의견으로 현피하자고 촉구하고 있지만 적어도 관객수 기준으로는 그야말로 소수 의견일뿐이다.
진보의 상징적 인물이었던 실존인물과 가상인물 변호사 두 명을 통해 진보의 가치를 잊어서는 안된다고 호소하는 듯 하다.
'개그는 개그일 뿐 따라하지 말자'라는 희극이 있었다. 영화는 영화일 뿐 영화따라하기도 더 불편하게 만든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더욱이, 영화의 흥행을 부채질하는 팔뚝의 주인이 보수와 진보라는 심각한 얼굴을 한 사람이라면 영화를 모욕하는 일이다.
애국심과 안보, 민주주의 인권 무엇하나 소중하지 않은 가치가 어디 있겠는가.
연평해전을 보고 흘리는 애국의 눈물과 소수의견을 보고 흘리는 분노의 눈물을 애써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강요된 눈물은 영화를 영화가 아닌 프로파간다(propaganda)로 전락시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