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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약물·스캔들' 충격 3콤보, 이러다 또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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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주·약물·스캔들' 충격 3콤보, 이러다 또 옵니다

    [임종률의 스포츠레터]

    이번 주 음주 사고와 금지약물 적발, 임의탈퇴 등 KBO 리그에 잇따라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온 LG 정찬헌(왼쪽부터), 한화 최진행, 두산 임태훈.(자료사진)

     

    음주 사고에 금지약물 적발, 여기에 기약 없는 선수 생활 중단까지. 그야말로 프로야구 팬들은 이번 주 잇따라 들려온 충격적인 소식에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입니다. 대한야구협회의 파벌 논란까지 더해 한국 야구계 전체가 어수선한 상황입니다.

    한 주의 시작을 알린 22일 LG는 우완 불펜 정찬헌(25)이 음주사고를 내 3개월 출장 정지와 벌금 1000만 원 징계를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2012년 KIA 손영민, 지난해 삼성 정형식이 음주 운전으로 임의탈퇴 중징계를 받았음에도 다시 음주 사건이 터진 겁니다.

    정찬헌 징계의 여운이 남아 있던 25일에는 더 큰 충격파가 왔죠. 한화 주포 최진행(30)이 한국야구위원회(KBO)의 도핑테스트에 걸려 3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은 겁니다. 지난 5월 검사에서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금지한 스테로이드 계열의 남성 호르몬 증강 성분인 스타노졸롤이 검출됐습니다.

    이는 1988년 서울올림픽 남자 육상 100m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가 박탈당한 벤 존슨이 복용한 것으로 알려진 약물. 메이저리그에서도 3명이 복용했다가 80경기 출전 정지 중징계를 받았을 만큼 스포츠계에는 잘 알려져 있는 약물에 속할 겁니다.

    최진행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두산이 또 다른 놀라운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25일 우완 임태훈(27)에 대해 임의탈퇴를 KBO에 요청했다는 겁니다. 지난 2007년 신인왕이자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 멤버인 임태훈이 기약없는 선수 생활 중단에 들어간다는 건데 본인이 요청한 잠정 은퇴에 대한 이유는 4년 전 개인 스캔들에 의한 심적 부담 때문이라는 얘기가 많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선수 본인에 있다

    비난 여론이 비등합니다. 구단의 선수단 관리, KBO 제도의 허점 등에 대한 팬들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이런 사안들에 대해 구단과 KBO만이 비판을 견뎌내야 하는 것일까요? 보다 근본적인 문제점과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요? 물론 솜방망이 처벌로 재발을 키우는 점은 반드시 보완해야 할 부분이긴 합니다.

    하지만 일련의 사건에 대한 1차적인 책임은 선수 본인에게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대한민국의 성인(成人)들. 만 20세 이상,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입니다.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을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어른들입니다.

    그런 면에서 구단과 KBO의 선수단 교육이라는 말 자체도 따지고 보면 어불성설입니다. 다 큰 어른에게 또 무슨 교육이 필요할까요? 다만 음주 운전과 금지약물의 종류, 이에 따른 징계에 대해서는 고지해야 할 의무는 있을 겁니다.

    과연 선수들에게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아 벌어진 일일까요? LG는 올 시즌 전 양상문 감독이 선수단 음주에 대해 제대로 주의를 줬습니다. 금지약물에 대한 인지는 이전 사례들을 통해 확실하게 이뤄져 왔을 터. 더군다나 KBO는 지난 4월 금지약물 규정을 강화했습니다. 최진행은 일부러가 아니라 몰라서 해당 약물을 복용했다고 했습니다.

    음주와 약물과는 다른 문제지만 임태훈의 경우도 구단이 아니라 본인이 책임져야 할 개인사였습니다. KBO나 구단이 교육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는 겁니다.

    ▲결국 학교 수업 부실한 엘리트 체육의 폐해

    그렇다면 선수에게만 잘못이 있을까요? 요즘 메르스로 홍역을 앓고 있는 국가와 사회의 책임은 없을까요?

    당연한 얘기지만 결론은 어릴 때부터의 '인성(人性) 교육'으로 갑니다. 프로 이전, 성인이 되기 전까지 인격 형성 과정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엘리트 체육의 폐해는 한두 해 언급된 게 아닙니다. 초, 중, 고교는 물론 대학 때까지 운동에만 매달리다 보니 학교 수업이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학교 수업 병행 문제는 최근 들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철학과 가치관의 문제는 여전히 남습니다. 어린 나이에 프로로 진출해 또래의 일반인보다 많은 연봉을 받고, FA(자유계약선수) 대박을 보고 겪으면서 성적 지상주의에 매몰될 위험이 있다는 겁니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이번 일련의 사건들을 단편적으로 보기보다는 근본적인 치유책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허 위원은 KBO 야구발전위원회 위원장도 맡고 있죠.

    허 위원은 "아마와 프로 선수들을 오래 지켜봐왔는데 기본적인 소양은 어릴 때 결정이 된다"면서 "대학 때까지도 선수들의 탈선을 걸러줄 여과 장치,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으니까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꼬집었다. 이어 "합숙은 하지만 우승이 목표일 뿐이고, 인성은 등한시하고 돈과 성적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체부, 교육부 등 정부가 나서야 할 때

    최근 금지약물 복용이 적발된 K리그 강수일(왼쪽)과 V리그 곽유화(오른쪽). 가운데 사진은 승부 조작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프로농구 전창진 감독.(자료사진)

     

    문제는 음주와 금지약물 등 선수 개인 소양과 관련된 사건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아직까지도 해서는 안 될 일을 죄 의식 없이 해버리는 어린이 같은 무지한 '어른' 선수들이 적잖기 때문입니다.

    한 야구인은 최근 일련의 사건에 대해 "몇 년 전 승부 조작에 연루된 한 선수는 문제의 검은 돈을 통장으로 받았다고 하더라"면서 "좋게 말하면 순진하지만 심하게 말하면 무지해서 벌어진 일인데 이게 우리 프로 선수들의 현실"이라며 개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이는 비단 야구뿐만이 아닙니다. 최근에는 프로축구 K리그, 프로배구 V리그에서도 금지약물 적발 사례가 나왔습니다. 여기에 남자 프로농구(KBL)에서는 현직 감독이 승부 조작 피의자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고, 아마추어 종목에서도 유도와 씨름 등이 이런저런 이유들로 시끄럽습니다.

    한 체육계 인사는 "야구를 비롯해 축구, 농구, 배구 등 프로 스포츠와 유도, 씨름까지 체육계 전반에 걸쳐 선수뿐만 아니라 지도자들, 협회 관계자들까지도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모르긴 몰라도 앞으로도 당분간은 이런 일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진정한 비범(非凡)은 평범(平凡)을 평범하게 해내는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선수들은 재능과 능력에 있어서는 비범했을지언정 인성에 있어서는 어쩌면 평범 이하였는지 모릅니다. 우리 스포츠계의 시스템 역시 국내외 대회에서의 성적과 성과 면에서는 비범했는지는 몰라도 인성을 키워내는 능력은 평범에도 미치지 못했나 봅니다.

    "이번 문제에 대해 야구계를 비롯해 체육계 전체는 물론 문체부와 교육부 등 정부까지 나서 엘리트 스포츠에 대한 교육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허 위원을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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