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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점 하나하나 다 아프지만 용서할게"…美증오범죄 유족 오열



미국/중남미

    "살점 하나하나 다 아프지만 용서할게"…美증오범죄 유족 오열

    • 2015-06-20 11:44

    사우스캐롤라이나 관행 따라 법정서 차례로 가해자에게 발언

     

    백인 청년의 권총 난사로 희생된 흑인들의 가족들이 보여준 애끊는 고통과 힘겨운 용서가 미국 사회를 다시 울렸다.

    19일(현지시간) 흑인교회 총기 난사 사건 피의자 딜란 로프(21)의 보석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약식재판이 열린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노스찰스턴 법원.

    AP통신, 뉴욕타임스 등 현지언론 보도에 따르면 로프는 노스찰스턴 카운티의 구치소에 감금된 채 화상으로 재판을 받았다.

    유족들은 가해자에게 직접 얘기할 시간을 주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 관례에 따라 한 명씩 자리에서 일어서서 자신들의 사랑하는 가족을 해친 로프에게 말을 건넸다.

    희생자 미라 톰슨의 유족인 앤서니 톰슨은 "나는 너를 용서하고 우리 가족도 너를 용서한다"고 결단을 내렸다.

    톰슨은 "네가 우리의 용서를 참회의 기회로 삼아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로프는 지난 17일 찰스턴 시내에 있는 이매뉴얼 아프리칸 감리교회에서 "흑인들이 이 나라를 떠나야 한다"며 권총을 쏘아 신자 9명을 숨지게 했다.

    그는 수요일마다 열리는 성경공부 모임에 새로 참여하는 것처럼 찾아와 신자들과 함께 한시간 가량 앉아있다가 갑자기 권총을 꺼내들었다.

    당시 현장에 있던 펠리시아 샌더스는 죽은 척하면서 총격을 피할 수 있었으나 함께 있던 아들 타이완사 샌더스는 로프의 총에 맞아 숨지고 말았다.

    샌더스는 "우리는 두 팔을 벌려 너를 성경모임에 받아들였지만 너는 내가 알기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을 죽였다"고 말했다.

    그는 "내 몸에 있는 살 오라기 하나하나가 모두 아프고 나는 예전처럼 살아가지 못하겠지만 하나님께서 너에게 자비를 베풀기를 기도하겠다"고 덧붙였다.

    판사의 물음에 짧게 대답만 하다가 침묵하던 로프는 이 말을 듣자 잠시 고개를 잠시 끄덕거리며 반응했다.

    그는 화면으로 판사의 얼굴만 볼 뿐 방청객으로 법정에 나온 유족들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마이크를 통해 전달된 유족들의 목소리는 모두 들었다.

    로프의 테러로 어머니를 잃은 에설 랜스는 "너를 용서해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하겠다"며 "엄마를 다시 안을 수 없고 함께 얘기를 할 수도 없으며 많은 이들이 너 때문에 고통스럽지만 하나님은 너를 용서할 것이고 나도 너를 용서한다"고 말했다.

    유족 앨라나 시먼스는 "할아버지(대니얼 시먼스 목사)와 다른 희생자들이 증오의 손에 의해 돌아가셨지만 모두가 당신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먼스는 "이는 우리가 사랑으로 살아왔으며 이번 사건도 사랑을 유산으로 남길 것이며 증오는 결코 사랑을 이길 수 없을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울면서 강조했다.

    로프의 가족은 관선 변호인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사태가 충격적이고 슬프고 믿기지 않는다"며 사죄하는 마음을 유족들에게 전했다.

    그러나 범행의 동기와 같은 구체적 사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자신의 피붙이들을 끔찍하게 해친 살인범에게 직접 용서의 말을 건네는, 이 생경하고도 뭉클한 광경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은 "평범한 재판 현장이 화합과 치유의 생생한 증언장이 됐다"고 전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트위터에 유가족이 범인을 용서하기로 했다는 뉴스를 언급하면서 "희생자 가족의 반응 속에 미국인의 선량함이 묻어나온다. 끔찍한 비극의 한 가운데에서도 품위와 선량함이 빛난다"고 말했다.

    조지프 라일리 찰스턴 시장도 "증오로 가득 찬 사람이 미친 생각을 품고 찾아왔지만 이 공동체는 분리되지 않은 채 오히려 더 단단하게 결속하고 사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서 제임스 고스넬 판사는 로프의 무기소지 혐의에 대해 100만 달러(약 11억8천만원)에 보석을 허가했다. 하지만 살인 혐의에 대한 보석 여부는 다시 다뤄져야 한다고 고스넬 판사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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