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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京 사스의 교훈⑭]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묻다



아시아/호주

    [北京 사스의 교훈⑭]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묻다

    사스가 남긴 깊은 상처…국가 신뢰의 위기

    2015년 6월 대한민국이 ‘메르스(MERS) 공포’에 휩싸였다.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인 2003년 4월 중국의 심장 ‘베이징’도 ‘사스(SARS) 창궐’로 도시 전체가 공황에 빠졌었다. 당시 기자는 칭화대학에서 어학연수 중이었다. ‘메르스 방역’에 필요한 교훈을 찾고자 베이징의 상황을 날짜별로 되짚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왜 괴질 발생을 숨기나요?"
    ② "정보 통제…괴담만 키운다"
    ③ 뒤늦은 '실토'…'패닉'에 빠진 도시
    ④ '사재기'로 폭발한 공포와 혼란
    ⑤ 공포의 대상이 된 '대중교통'
    ⑥ '충격'과 '공포'…숨죽인 베이징
    ⑦ "아빠 꼭 와요"…의료진의 '사투'
    ⑧ 유학생 '썰물'…한인 상권 '초토화'
    ⑨ "유령 도시?"…베이징의 굴욕
    ⑩ '사스 공포'가 몰고 온 신풍속도
    ⑪ "요즘 정부와 언론 믿는 사람 없어!"
    ⑫ 사스 확산 막은 의료진의 헌신
    ⑬ 중국 VS 대만…사스 대응 관전법
    ⑭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묻다

    천안문 광장(사진=변이철 기자)

     

    지금으로부터 약 12년 전인 2003년 4월 중국의 수도 베이징. 어느 순간부터 길을 걸으면서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 수를 습관적으로 헤아리는 버릇이 생겼다.

    하루하루 늘어가는 이른바 ‘마스크맨’을 보면서 엄습하는 공포감을 피부로 절감했다. 그로부터 2개월 뒤, 거리에서 ‘마스크맨’을 찾아보기란 좀처럼 어려운 일이 돼버렸다.

    베이징의 거리 곳곳엔 다시 사람들로 넘쳐났다. 버스에는 예전처럼 사람들로 가득했고 음식점마다 손님들로 바글바글했다. 영화관과 수영장은 물론, 노래방 등 유흥업소까지도 모두 문을 열었다.

    베이징 시민들은 일일 사스 환자 발생현황에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매일 0의 행진이 이어지고 있었다.

    2003년 6월 16일. 이날 중국 본토에서는 사스로 한 명이 사망했으나 신규 감염자는 닷새 연속 발생하지 않았다.

    WHO(세계보건기구)는 특정 지역에서 20일 이상 신규 감염환자가 발생하지 않으면 사스감염지역 명단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WHO는 이후 6월 23일 홍콩을 사스 감염지역에서 제외했고 다음 날 베이징도 사스 감염 지역에서 해제하고 여행 자제 권고 조치도 풀었다. 그리고 7월 5일 전 세계에서 마지막으로 대만을 사스 감염 지역에서 제외했다.

    2013년 5월 마스크를 쓴 베이징 시민들(사진=변이철 기자)

     

    지난 2002년 11월 중국 광둥성에서 처음으로 사스 환자가 발생한 지 약 8개월 만에 사스가 전 세계적인 통제 상태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인명 피해는 막심했다. 중국은 모두 5,328명의 사스 환자가 발생했고 이 가운데 349명이 숨졌다. 홍콩도 감염자는 1,755명에 사망자는 299명에 달했다.
    대만에서도 사스로 37명이 숨졌다.

    비록 완쾌됐지만, 사스에 전염됐던 환자들과 그 가족의 정신적 고통도 컸다. 이웃은 물론 친지까지도 이들과의 접촉을 꺼렸다. 중국 신문들은 "이들은 직장과 마을 공동체에서 모두 '위험 인물'로 낙인찍히는 바람에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힘들다"고 전했다.

    이처럼 사스로 인한 중국인들의 고통이 컸던 것은 무엇보다 중국 정부가 사스 환자 발생 초기에 관련 정보를 은폐하고 늑장 대응했던 탓이 컸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통제를 받는 언론 매체들도 "중국 정부가 사스를 효율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베이징에서 일하고 공부하고 여행하는 데 아무 문제 없다" 등 전혀 사실과 다른 보도를 하며 제 역할을 포기했다.

    중국 언론은 이후 사스 퇴치를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였지만, 끝까지 사스 허위 보도와 관련해 자기반성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당연히 중국 정부와 당, 그리고 언론에 대한 대중의 불만과 불신도 폭발 직전까지 쌓여갔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 2013년 5월 5일 자

     

    특히 중국의 수도 베이징을 강타한 사스는 중국인들의 자존심에도 큰 상처를 남겼다.

    2013년 5월 5일 자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TIME)은 '사스 국가(SARS NATION)'라는 제목과 함께 사스 환자의 흉부 엑스레이와 중국의 오성홍기(五星紅旗)를 클로즈업한 사진을 실었다.

    중국의 심장부를 전염병이 창궐하는 흉흉한 도시로 묘사한 것이다. 중국인들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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