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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에 '갈팡질팡'… '멘붕'에 빠진 대한민국



보건/의료

    메르스에 '갈팡질팡'… '멘붕'에 빠진 대한민국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 국내 감염자가 18명으로 늘어난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에 메르스 의심환자 및 확진 환자를 위한 격리센터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국내 유입 2주만인 3일 30명으로 늘어나고, 격리자 또한 1천명을 넘어서는 등 확산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소극적 대응에 불안감을 느낀 각급 기관과 일반 국민들이 자구책 마련에 나서면서 혼란이 더욱 가중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날 충청북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청주의 한 중학교는 전날 오후 '청주에 메르스 확진 환자 발생'이라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1,000여 통을 학부모와 학생, 교사 등에 발송했다.

    문자 메시지는 도내 한 초등학교 교사가 입원중인 아버지를 병문안한 뒤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여기에 휴업을 결정한 학교들의 실명을 거론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교사는 의심 증상이 전혀 없는 단순 '검사 의뢰자'였으며 검사 결과도 음성으로 나와 의심환자도 아니다. 다만 예방차원에서 자가격리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 측의 문자메시지를 접하고 불안에 떨어야 했던 학부모들은 뒤늦게야 문자메시지가 사실과 다름을 확인하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학교 측은 "긴박한 사안이라고 판단해 서둘러 상황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혼선이 있었다"고 인정하며 "학부모와 학생에게 정정 및 사과 문자메시지를 발송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다시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도 해당 교사를 '의심환자'로 표시했다.

    학교측의 '오보'에도 불구하고 불안감을 느낀 학부모들은 수업중단을 요구했고 결국 충북에서만 모두 48곳의 유치원과 학교가 휴업을 결정했다.

    또한 이날 충북 고속철도(KTX) 오송역사 알림판에는 메르스 발병지역과 환자 접촉 병원이 적힌 예방지침 공고문이 게시돼 논란이 확산됐다.

    이는 '메르스 발병 지역과, 환자 접촉 병원을 공개하지 않겠다'라는 정부의 '미공개' 원칙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헤당 공고문에는 '철저한 손소독이 최선, 되도록 자주할것, '버스, 지하철이나 사람이 많은 장소는 방역 마스크 착용, '아래 지역이나 병원 방문은 당분간 자제' 등의 예방 수칙이 담겨 있다.

    특히 '아래 지역이나 병원 방문은 당분간 자제'라는 내용에서 메르스 환자 최초 발생 지역과 접촉 병원 등의 실명이 공개됐다.

    안내문은 이날 오후 9시쯤 철거됐지만 이미 많은 시민들이 본 뒤였다.

    해당 공고문이 논란이 되자 코레일 측은 "회사 차원의 지시로 게재된 것이 아니라 역무직원 개인이 내부직원들에게 감염예방 등 정보공유 차원에서 인터넷에서 유포된 내용을 정리해 잠시 1곳에 게시한 것"이라고 3일 밝히며 진화에 나섰다.

    이어 "이로 인해 관계기관 및 해당 병원, 국민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3일 오전 서울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메르스 사태 관련 서울·경기·충남·충북교육감과의 긴급 대책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 메르스 휴교·휴업에 교육부-복지부 '혼선'

    정부부처간 혼선도 심각하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 서울청사에서 휴업 학교가 발생한 서울·경기·충북·충남 교육감과 메르스 대책회의를 열었다.

    황 장관은 "보건당국은 현재 위기경보를 '주의' 단계로 교육부에 전해왔지만, 학교는 학생이 모여 있는 곳이고 학생의 생명과 건강이 무엇보다 우선시돼야 하므로 '경계' 단계에 준하는 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어 "'경계' 단계에서 작동하는 휴교나 휴업을 예방적 차원에서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몇시간 뒤 발표된 보건복지부의 입장은 교육부와 판이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권준욱 기획총괄반장은 이날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일선에서 일부러 학교를 휴업하는 일은 의학적으로 맞지 않고 옳지 않은 일"이라고 밝혔다.

    브리핑에 참석한 대한감염학회 김우주 이사장 역시 "신종플루는 학동기 아동 사이에서 주로 발생했고, 학교가 감염 전파의 온상이어서 휴교, 휴업령이 타당했지만 메르스는 다르다"면서 휴교, 휴업 조치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는 휴교나 휴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던 황 장관의 발언과 정면 배치되는 부분이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일선 학교는 교육당국의 휴교, 휴업 조치를 따라야 할지 아니면 보건당국의 브리핑 발표를 따라야 할지 한마디로 '멘붕'에 빠져 있다.

    이에 따라 '메르스'라는 하나의 빅 이슈에 관계부처를 아우르고 통일된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이날 오전 11시 현재 휴업중인 전국 230개교로, 경기도가 184곳으로 가장 많다. 이어 충북이 36곳, 충남이 9곳, 세종시가 1곳이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가 작성한 '중동호흡기증후군 자주하는 질문' (위), 보건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메르스 중동호흡기증후군 증상과 예방수칙 알아보기' 홍보자료 (사진=미디어오늘)

     

    ◇ 보건당국의 헷갈리는 대처… 메르스 혼란 '가중'

    정부가 메르스와 관련한 유언비어와 괴담의 유포자를 엄중 처벌하겠다고 천명한 가운데 대표적인 괴담의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공기 전파 가능성'도 사실 정부 부처 기관이 일찌감치부터 제기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산하 질병관리본부가 배포한 '중동호흡기증후군 자주하는 질문'이라는 자료에는 사람 사이 전파 가능성에 대해 "현재 가족, 의료진 등 확진환자와의 밀접한 접촉이 있었던 경우에서 제한적으로 사람 간 전파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으며, 대유행을 일으킬 가능성은 매우 낮다"면서 "정확한 감염원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나, 비말, 공기 전파 또는 직접접촉을 통해 사람 간 감염이 일어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지난달 22일 '메르스 중동호흡기증후군 증상과 예방수칙 알아보기'라는 홍보자료에서 "증동호흡기증후군은 침 또는 콧물 등 환자의 호흡기 분비물(비말)이나 공기 전파, 접촉을 통해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30일 오전 메르스 환자 현황을 발표하면서 '메르스 괴담' 유포자에 대해 수사 의뢰 방침을 밝히면서 '공기전파 가능성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더군다나 지난 2일(현지시각) 세계보건기구(WHO)는 한국에서 발생한 메르스의 '공기 전파 가능성'을 언급하며 그에 준하는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지만, 보건복지부는 현재까지도 공기 감염 가능성을 '완전 배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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