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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건호를 위한 변명… 추도사 읽어보고 판단하라



정치 일반

    노건호를 위한 변명… 추도사 읽어보고 판단하라

    노건호 씨 (사진=유튜브 영상 캡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향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 씨의 추도사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추도사 내용과는 별개로 추모객인 김 대표 면전에서 그런 비판을 한 것이 부적절하다는 주장이다.

    건호 씨의 직격탄을 들을 때 쓴웃음을 지은 표정이 역력했던 김 대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여당 인사들은 공개적으로는 그 어떤 언급을 하지 않고 있으나 김성태 의원만이 '기획 추모사'라고 배후를 지목했다.

    김 의원은 한 방송에 출연해 "노건호 씨의 추모사 원고를 보면 누군가 옆에서 방향을 제시한듯 하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내의 의견은 친노냐, 비노냐에 따라 갈리고 있다.

    친노의 김현, 전해철 의원 등은 건호 씨가 할 말을 했으며 김 대표가 사전에 반성과 사과를 했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비노 인사들은 내용에는 공감하면서도 문상객이나 다름없는 김무성 대표를 겨냥한 추도사로서는 적절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이종걸 원내대표와 강창일 의원, 박지원 의원 등 비노계 의원이 아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당 내의 친노와 비노계의 기류를 대변하는 셈이다.

    새누리당 내에서는 '기획된 추도사'라는 문제제기까지 나오면서 자칫 정치권의 논란 심화와 함께 가뜩이나 분열상을 보이고 있는 야당 내에서 평지풍파를 일으킬 수 있다.

    특히 건호 씨의 추도사를 둘러싸고 각종 억측과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형국이다.

    종편을 중심으로 한 보수 언론들은 '물을 만난 고기들'처럼 친노의 패권주의 형태의 단면을 보여준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럴지라도 추도사는 추도사일뿐이다.

    노 전 대통령의 억울한 자살을 자식으로서 얼마나 가슴 아파했으면 그런 추도사를 했을까라는 동정론도 만만치 않다.

    지난 2009년 4월 30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두하는 모습. (사진=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실제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2009년 5월 이명박 정권의 검찰에 공개적으로 불려가 망신을 당한 뒤 고민에 번민을 거듭하다 전직 대통령의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는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지난 2010년 지방선거와 2012년 총선과 대통령 선거, 그 이후 치러진 재보궐 선거 때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그 세력(친노)들을 현실 정치로 끌어들여 승리라는 재미를 봤다.

    현재의 양당 구조에서 여권이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선거 전략은 호남 대 비호남 구도와 친노 대 반노의 구도 정치 지형을 만드는 것이다.

    보수 언론도 이를 잘 알면서 동조하고 있다.

    노건호 씨가 오죽했으면 "내년 총선에서 노무현 타령, 종북 타령을 안 하시려나 기대가 생기지만 뭔가 뭐를 끊겠나 싶고, 본인(김무성 대표)도 그 동안의 사건(NLL 문서 유출)에 처벌받고 반성한 적이 없으니 그저 헛꿈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겠는가.

    노건호 씨가 문상객(?)이라는 김 대표의 면전이 아닌 다른 곳에서 김 대표를 비판했다면 이해할 수 있다는 의견이 폭넓게 형성돼 있다.

    그렇지만 김 대표가 먼저 언론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 6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겠다고 밝혔고 공식 초청자가 아니었으며, 특히 지난 대선 때 노 전 대통령을 공격한데 대해 단 한 번도 사과나 반성을 한 적이 없다는 봉하마을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노건호 씨가 무례했다는 일각의 부드러운 비판은 그래서 설득력은 있을지언정 정당성을 갖는 것은 아니다.

    특히 건호 씨의 추도사를 놓고 정파에 따라, 여야의 이해관계에 따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며 정치적 논란을 벌이는 것 자체가 소모적인 정쟁의 일환이다.

    건호 씨가 "사회를 끊임없이 지역과 이념으로 갈라세우면서, 권력만 움켜쥐고 사익만 채우려 하면, 이 엄중한 시기에 강대국 사이에 둘러싸인 한국의 미래는 어떻게 하시려고 그럽니까"라는 표현은 진영 논리에 빠진 대한민국의 미래를 크게 우려하는 외침이다.

    그는 특히 "국체를 좀 소중히 여겨주십시오. 중국이 30년 만에 저렇게 올라왔습니다. 한국 30년 만에 침몰하지 말라는 법 있습니까"라며 "정치를 대국적으로 하시라"고 일갈했다.

    김 대표만이 아니라 대통령을 포함해 대한민국 정치 지도자들에게 던지는 일침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23일 봉하마을에서 엄수된 노무현 전 대통령 6주기 추도사 전문이다.

    노건호 씨 추도사 전문
    이 자리엔 특별히 감사드리고 싶은 분이 오셨습니다. 전직 대통령이 NLL 포기했다며 내리는 비 속에서 정상회의록 일부를 피 토하듯 줄줄 읽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어려운 발걸음을 해주셨습니다.

    권력으로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그것도 모자라 선거에 이기려고 국가 기밀문서를 뜯어서 읊어대고, 국정원을 동원해 댓글 달아 종북몰이 해대다가, 아무 말 없이 언론에 흘리고 불쑥 나타나시니, 진정 대인배의 풍모를 뵙는 것 같습니다.

    혹시 내년 총선에는 노무현 타령, 종북 타령 좀 안 하시려나 기대가 생기기도 하지만, 뭐가 뭐를 끊겠나 싶기도 하고, 본인도 그간의 사건들에 대해 처벌받은 일도 없고 반성한 일도 없으시니, 그저 헛꿈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사과? 반성? 그런 것 필요 없습니다. 제발 나라 생각 좀 하십시오.

    국가의 최고 기밀인 정상회의록까지 선거용으로 뜯어 뿌리고, 국가 권력자원을 총동원해 소수파를 말살시키고, 사회를 끊임없이 지역과 이념으로 갈라세우면서, 권력만 움켜쥐고 사익만 채우려 하면, 이 엄중한 시기에 강대국 사이에 둘러싸인 한국의 미래는 어떻게 하시려고 그럽니까.

    국체를 좀 소중히 여겨주십시오. 중국 30년 만에 저렇게 올라왔습니다. 한국 30년 만에 침몰하지 말라는 법 있습니까. 힘 있고 돈 있는 집이야 갑질하기에 더 좋을 수도 있겠지요. 나중에 힘 없고 약한 백성들이 흘릴 피눈물을 어떻게 하시려고 국가의 기본질서를 흔드십니까. 정치, 제발 좀 대국적으로 하십시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건호 씨는 추도식에 참석했던 일부 인사들에게 "정치를 하겠다는 건 생각해본 적도 없다. 정치할 생각이 조금도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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