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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뉴스] 국정원은 왜 무리수를 강행했을까?



정치 일반

    [Why뉴스] 국정원은 왜 무리수를 강행했을까?

    "'현영철 처형' 첩보를 공개한 건 정보장사요 국정원의 정치화"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국정원 (자료사진)

     

    최근 국가정보원이 북한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의 숙청설을 공개한 뒤 정말 처형을 당한 게 맞는지 아니면 아직 살아 있는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국정원이 '첩보수준'인 현영철 숙청설을 공개하면서 남북관계의 긴장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정원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했다"거나 "정보기관이 정보장사에 나서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국정원은 왜 무리수를 강행했을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현영철 북한 인민무력부장이 정말 숙청된 게 맞나?

    숙청된 것으로 알려진 현영철 (사진=노동신문)

     

    = 용어 사용에 신중해야 하는데 '숙청'됐다거나 '처형'됐다고 단정적으로 얘기하기는 이른 것 같다. 신변에 큰 변화가 생겼을 것이라는 데는 정부관계자나 전문가 대부분이 일치한다. 하지만 그 변화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지는 다양한 분석들이 나온다.

    그리고 처형됐거나 사망했을 가능성에서부터 신병치료차 내지는 혁명교화 중일 것이라는 분석까지 제기되고 있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영철이 숙청됐을 가능성과 생존해 있을 가능성이 아직은 분명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일주일 정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국회 정보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이철우 의원은 "현영철이 숙청됐을 가능성이 거의 확실하다"면서 "공개되지 않은 확실한 물증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지난 13일 국가정보원이 현영철의 공개 총살 사실을 발표한 이후 사실로 확인이 되기보다는 갈수록 의문시 되고 있다"면서 "현영철의 얼굴이 북한 TV에 계속 나오고 있다는 것은 그의 공개처형설에 의문을 갖게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 숙청이 확실하니까 국정원이 발표한 것 아닌가?

    현영철이 4월 24일~25일 평양에서 열린 인민군 훈련일꾼대에서 졸고있는 모습. 왼쪽 끝에 표시된 인물. (사진=노동신문)

     

    = 국정원의 입장은 그렇다.

    국정원은 지난 13일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현안보고나 언론브리핑에서는 "북한 내 군 서열 2위인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최근 불경죄로 숙청됐다"면서 "숙청 이유는 '반역죄'이고 지시 불이행 등으로 4월 30일 평양 부근 사격장에서 총살됐다"고 공개했다. 그러면서 "현영철은 수백명이 보는 가운데 고사총으로 처형됐다"며 "현영철이 군 행사에서 졸고 김정은에 대꾸해 불경했다"고 설명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현영철 처형설은 사실이고 공개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정원 관계자나 새누리당 국회 정보위 소속 국회의원들은 대체로 현영철이 숙청됐고 공개 총살됐을 것이라는데 무게를 둔다. 100% 확정적이라고는 얘기하지 않지만 움직일 수없는 사실이라고 언급한다.

    국정원은 그러나 언론브리핑에서 '현영철 무력부장을 처형한 것으로 확정하는가?'라는 질문에 "처형을 단정할 수는 없다. 북한이 발표를 안 했고 현영철이 기록영화에 계속 등장하기 때문"이라면서 유보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 그런데도 왜 논란이 이는 것이냐?

    노동신문 사이트, 현영철 검색 결과 캡쳐 (사진=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제공)

     

    = 국정원이 '첩보'라는 단서를 달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북한에서 현영철의 숙청이나 실각 사실을 발표하지 않았고 여전히 북한 매체에서 현영철의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소장은 "현영철은 5월5일부터 14일까지 거의 매일 북한TV에 등장했다"며 "현영철이 (국정원 발표대로) 김정은 권력을 무시해서 처형당했다면 그런 그의 생시의 모습을 TV로 보여주는 것 자체가 김정은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정 실장은 "숙청이나 처형됐다기 보다는 혁명교화를 받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평양에서는 죽지 않았다는 얘기가 들린다"면서 "대기업에서는
    죽지 않았다고 파악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근거는 평양 안에서는 죽지 않았다는 얘기가 나오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이유는 국정원이 현영철의 숙청사실을 왜 공개했을까? 라는 의문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직 국정원고위관계자는 "국정원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했다"고 말했다. 연세대 김계동 교수도 "정보기관에서 이런걸 공개하면 안 된다"면서 "공개를 하더라도 통일부나 다른 기관을 통해서 우회적으로 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국정원이 뜬금없이 '현영철 숙청설'을 공개한 게 어떤 의도성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면서 현영철 숙청설이나 처형설에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 국정원이 왜 현영철의 숙청설을 갑자기 공개한 것이냐? 의도가 있는거냐?

    (사진=청와대 제공)

     

    = 처음에는 의도성에 주목했다. '현영철 숙청설'은 '남재준 시즌2'를 연상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확실한 건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게 가장 현실적이고 설득력 있는 이유일 것이다.

    정부의 대북정책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국정원이 북한 내부상황을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보고를 받은 박근혜 대통령이 '이런건 빨리 알려서 북한 실상을 국민들이 실감하게 해줘야 한다'고 지시를 하면서 긴급하게 국회 정보위에 보고하고 언론에도 공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와 정보기관의 내부사정을 잘아는 사람으로부터 확인한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국회정보위에서도 국정원의 비공개 현안보고가 갑자기 잡혔다는 사실을 시인한다. 새누리당 간사인 이철우 의원은 "국정원에서 갑자기 일정을 잡는 바람에 위원장과 여야간사 그리고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의원 등 5명만 참석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국정원이 '첩보수준'인 현영철 숙청설을 갑작스럽게 대대적으로 공개했다는 얘기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5일 스승의날 기념식 축사에서 "최근 북한의 도발적 행동과 북한 내부의 '극도의 공포정치'가 알려지면서 많은 국민이 경악하고 있고, 앞으로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국민 사이에 커지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 국정원은 외국에서 정보가 공개될 가능성이 있어서 그랬다고 밝히지 않았나?

    = 국정원의 공식입장은 그런 것이었다. 국정원의 한 고위관계자는 '첩보수준'인 현영철 숙청설을 서둘러 공개한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우리만 북한 내부 정보를 파악하는 게 아니어서 외국기관이나 언론에서 먼저 공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국정원이 밝힌 이유는 납득이 되지 않았다. 정보기관이 수집된 첩보를 분석해서 정책기관에 제공하면 되는 것이지 외국의 언론과 속보경쟁을 하는 언론기관은 아니기 때문이다.

    연세대 김계동 교수는 "국정원이 공명심이 큰 것 같다. 정보기관인 국정원이 공개하면 소스가 자꾸 축적된다. 이전에는 이런 일을 알았더라도 직접 발표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국정원은 지난 13일 이례적으로 통일부 기자단에 '북한 내부 특이동향'이라는 무려 11쪽짜리 자료를 제공했고 현영철이 회의 중 졸았던 것이 숙청 이유 중 하나라며 그가 졸고 있는 듯한 모습이 실린 5월 1일자 <노동신문>까지 제공했다.

    그리고 국회정보위원회 소집을 갑자기 요청한 점 현영철 숙청설이 그렇게 긴급하고 심각한 사안이냐 하는 점 등이 국정원이 밝힌 이유에 대해 의문을 갖게 하는 것이었다.

    ▶ 그래서 국정원이 정보장사를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거냐?

    남재준 전 국정원장 (사진=윤창원 기자)

     

    = 그렇다. 국정원은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세월호 참사직후 전격 경질된 뒤 한동안 정치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그런데 현영철 숙청설을 들고 나오면서 또다시 정치전면에 등장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병기 국정원장과 이병호 국정원장으로 이어지면서 제자리를 잡아가던 국정원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새정치민주연합 홍익표 의원은 "국정원 행태가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국정원이 뜬금없이 이런 브리핑을 한 것 자체가 다른 정치적 의도, 실제 북한관련 보다는 국내정치에 활용하려는 의도가 훨씬 강하게 작용한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국정원이 북한의 SLBM 시험발사로 허를 찔려 대북정보에 구멍뚫린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니까 이걸 만회하기 위해 우리가 북한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다 이런걸 과시하기 위해서 공개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성장 실장은 "국정원이 아니면 말고식의 발표를 했다는 데 기가 막힌다"면서 "국정원이 지나치게 정치화돼서 북한 정보를 정치적 이슈로 활용하고 북한 흔들기에 이용한다"고 비판했다.

    전직 국정원 고위관계자는 "국내 다른 문제를 덮으려고 의도적으로 공개했다면 이거는 국정원의 조직적 범죄행위"라면서 "이병호 원장은 이렇게 할 분이 아니다. 근데 이걸 했다"고 말했다.

    ▶ 국정원이 북한내부 정보를 공개해서 얻는 이득이 뭔가?

    김정은 제1비서가 북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사출실험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노동신문)

     

    = 정보 전문가들은 크게 얻을 게 없다고 말한다.

    전직 국정원 고위관계자는 "국정원이 현영철 숙청설을 공개함으로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북한이 이상한 집단임을 국민들과 전 세계에 알리는 것"이라면서 "그건 다른 방법으로 얼마든지 가능한데 국정원의 이름을 빌려서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국정원의 역할이 축소되는 역효과만 발생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영철 숙청이 사실이더라도 정보를 파악한 경로가 드러난만큼 앞으로는 북한의 정보를 파악하는 데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들린다.

    전직 국정원 고위관계자는 "앞으로 북한이 국정원은 상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북한기관이 김정은 눈치를 보면서 국정원을 상대하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다른 건 국정원이 북한의 내밀한 정보를 많이 알고 있구나 하는 것인데 장성택 처형에서부터 북한내부의 은밀한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는 걸 대외적으로 과시하는 효과는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난달 29일 국회정보위에서 김정은이 러시아를 방문할 것이라고 했다가 30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점과 최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점 등 대북정보의 취약성이 드러난 것을 만회할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 기우이긴 하지만 현영철이 다시 등장하는 일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는 거냐?

    = 그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김영수 교수는 "이러다 현영철이 다시 등장하게 될 경우 국정원 지도부의 경질뿐만 아니라 박근혜 정부 자체가 흔들리게 될 것"이라면서 "현영철이 권력의 전면에서 사라진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다시 현영철을 공개 석상으로 복귀시킬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사망이 확실하거나 얼굴을 공개하기 어려운 상황이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정성장 실장은 "만약 사실이 아닐 경우 국제적인 망신에다 그 역풍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원장을 비롯한 수뇌부 경질의 책임을 안 물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철우 의원은 "국정원이 밝힌 내용이 사실이 아닐 경우 국정원이 문을 닫아야 한다"면서 "실수하면 안 된다고 했더니 '절대 그런 것 없다'고 자신감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런 일이 일어나서도 안 되고 일어날 수도 없겠지만 만약 일어난다면 국가정보원의 위상은 추락할 것이고 신뢰를 상실한 정보기관은 존재가치가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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