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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호주 워홀러, 손가락 절단과 성희롱에도 쉬쉬…"



사회 일반

    "한인 호주 워홀러, 손가락 절단과 성희롱에도 쉬쉬…"

     


    - 한인 호주 워홀 욕설 착취 뒤에 한국인 있어
    - 손가락 절단 사고도 무시, 그냥 대체인력 배치
    - 정부와 대사관에서도 별다른 조치 없어

    ■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 (호주 4년 거주)

    ‘호주의 신선한 음식에 숨겨진 더러운 비밀.’ 호주 공영방송의 한 고발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적힌 문구입니다. 감이 오십니까? 바로 호주 워킹홀리데이 이야기입니다. 최근 호주 워킹홀리데이의 실태를 고발한 영상으로 후폭풍이 불고 있는데요. 지금 호주에 있는 워홀러들이 노동착취와 언어폭력에 노출되면서 이른바 노예노동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 호주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호주에 4년간 거주하면서 워킹홀리데이 문제도 직접 취재한 분에게 실태를 들어보겠습니다. 신변 보호를 위해서 익명으로 연결합니다.안녕하세요.

    ◆ ○○○>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호주에 4년 동안 계시면서 한국인 워홀러들을 많이 만나셨다고요?

    ◆ ○○○> 네, 제가 시드니에서 4년 정도 유학생활을 했었고요. 저널리즘을 전공하면서 교민 신문사에서 기자활동을 하고, 현지에서 여러 명의 워홀러들과 룸메이트 생활을 하면서 여러 가지 실상을 많이 듣게 됐어요.

    ◇ 박재홍> 방까지 함께 쓰셨으니까 그분들이 어떻게 일했고 또 어떤 삶을 살고 계신지 정확히 아시겠네요.

    ◆ ○○○> 그렇죠.

    ◇ 박재홍> 그러니까 이제 지난 2년 동안의 통계를 보니까요.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호주에 일하러간 한국 사람이 2만 천 명이 넘습니다. 1년에 1만 명 꼴인데요. 이렇게 많은 분들이 보통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시는 거예요?

    ◆ ○○○> 그분들이 직장을 구하는 데에 있어서 제일 큰 기준이 되는 건 영어 수준인데요. 영어로 의사소통이나 서비스 대처 정도가 가능한 수준이 되면 시티에 있는 카페나 키친핸드(주방보조)가 가능한데요. 그러나 영어 소통의 문제가 있으면 대부분 청소용역 같은 육제노동 직장을 구하게 돼요. 그런데 그중에서도 페인트 작업이나 타일 도장이나 시공하는 곳의 급여 수준이 괜찮기는 한데요. 아무래도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20대 초중반들이 가서 구하기 쉬운 직종은 아니죠.

    ◇ 박재홍> 그러니까 영어문제가 직종과 근로조건에 큰 영향을 미치네요.

    ◆ ○○○> 맞아요.

    ◇ 박재홍> 그런데 호주방송에서 워킹 홀리데이 실태를 취재하면서 노예라는 표현까지 썼어요. 그러면 어느 정도길래 노예라는 표현까지 쓴 걸까요?

    ◆ ○○○> 쉽게 말해서 한국에서 근로하시는 외국인 노동자 수준의 근무환경을 생각하시면 될 것 같은데요. 육체노동이 주가 되는 포장 작업이라든지 공장이나 농장에서 일하는 경우에는 과도하게 착취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어요. 특히 아까 말씀드렸듯이 언어능력에 한계가 있는 경우에 그런 불합리에 쉽게 노출되는 경향이 있는데요. 외국에서 고립돼 있는 워홀러들을 상대로 한국인이 한국인을 착취하는 구조와 경향이 극대화된다고 저는 느꼈거든요.

    ◇ 박재홍> 그렇군요.

    ◆ ○○○> 제 친구의 경우에도 매일 새벽에 어떤 고등학교 교정에서 쓰레기를 분리수거하고 운동장의 낙엽을 치우는 작업을 했었는데요. 시급을 1시간에 8불씩 받았어요. 그런데 원래는 시급이 13불에서 15불로 책정돼 있는데요. 중간 단계에서 봉고차로 용역들을 실어나르는 사람이나, 중간에서 직업을 연계시켜준 사람이나, 슈퍼바이저하시는 분들이 중간중간 수수료를 다 떼서 시급이 착취되는 구조였거든요.

    ◇ 박재홍> 그런 구조군요.

    ◆ ○○○> 네. 그리고 시급이 괜찮은 공장 같은 경우에도 육체노동의 강도가 일단 굉장히 심하고요. 화장실 가는 시간이나 물 마시는 시간도 정해져 있어서 여러 가지로 강압적인 슈퍼바이저들한테 언어폭력을 당하는 경우도 많이 들었고요. 그리고 여러 국적 사람들이 워낙 하고 싶어하는 일들이 많기 때문에요. 현지 사업장 입장에서는 언제든지 대체 가능한 인력으로 보고 실제로 좀 강압적으로 대하는 부분들이 있다고 들었어요.

    ◇ 박재홍> 언어폭력도 말씀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말을 하면서 워홀러들을 괴롭혔던 건가요?

    ◆ ○○○> 예를 들어 저와 룸메이트였던 친구는 공장에서 카페나 마트에 유통되는 쿠키와 머핀을 포장하는 일을 했었는데요. 기계가 끊임없이 돌아가서 포장을 정말 쉴 새 없이 해야 되는데요. 포장 종이와 박스에 베여서 손에서 피가 나고 있는데도 반창고를 못 붙이게 했어요. 빵이 계속 밀리니까요. 그리고 한국인 슈퍼바이저가 계속 욕설을 하면서 빨리빨리 일을 하라고 그렇게 해서 굉장히 화가 났었어요.

    ◇ 박재홍> 잠깐만요. 그러면 거기에서 언어폭력을 했던 사람이 호주 사람이 아니고 한국인 슈퍼바이저였나요? 피가 나면서 일을 하고 있는데도 빨리빨리 일하지 않고 뭐하냐, 이렇게 다그친 겁니까?

    ◆ ○○○> 네, 맞아요.

    ◇ 박재홍> 아니 오히려 한국 사람이 한국 사람을 학대하는 그런 구조네요.

    ◆ ○○○> 네. 그런 경우 굉장히 많았어요. 한국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을 착취하는 구조가 극대화된 케이스라고 저는 생각했거든요.

     

    ◇ 박재홍> 그러면 호주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일하러 가는 청년들이 많으니까요. 호주 현지에서 그 청년들을 유치해서 중간에서 슈퍼바이저처럼 혹은 중간에서 돈을 가로챈다거나 임금을 본인들이 가져가는 그런 구조네요.

    ◆ ○○○> 네, 맞습니다.

    ◇ 박재홍> 그러면 그 중간 슈퍼바이저가 대부분 한국사람인가요?

    ◆ ○○○> 네, 그런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언어문제가 클수록 착취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게요. 언어가 일단 안 되면 구할 수 있는 직장이 한계가 있고요. 호주에서 실제로 현지인들 대상으로 하는 웨이트리스도 커뮤니케이션이 일단 가능해야 구할 수 있는 직업이기 때문에요. 그 수준이 안 되는 학생들의 경우엔 한국 사람들이 가는 호주 커뮤니티 웹사이트가 있어요. 거기를 통해서 주로 한국인 슈퍼바이저들이 밑으로 들어가게 되는데요. 그렇게 해서 구할 수 있는 일들이 보통 청소, 공장 그런 용역들, 육체노동이 주가 되니까요. 그런 식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어요.

    ◇ 박재홍> 호주땅에서 외국 사람에게 폭언당해도 힘든데 한국 사람이 그러니까 더 힘들었겠네요.

    ◆ ○○○> 네, 그렇죠.

    ◇ 박재홍> 그동안 많은 취재사례가 있으실 텐데요. 그중에서도 제일 충격적인 피해는 뭐가 있었습니까?

    ◆ ○○○> 주변에서 많이 일어난다고 들었던 것 중에 가장 흔한 문제가요. 정육공장의 경우에 고기를 자르고, 다듬고, 포장하고, 실어 나르는 이런 전반적인 업무를 다 하게 되는데요. 아무래도 서서 하는 일이고 단순노동이라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데요. 손가락이나 절단 사고가 생각보다 굉장히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하더라고요.

    ◇ 박재홍> 손가락이 잘리는 사고요.

    ◆ ○○○> 네. 그런데 워킹홀리데이는 의료보험이나 이런 게 제대로 적용돼 있지 않고요. 또 사업장에서도 책임감 있게 대처해줬다는 사례를 거의 들은 적이 없어요.

    ◇ 박재홍> 아니, 그러면 일을 하다가 장애를 입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겠네요?

    ◆ ○○○> 네. 꽤 된다고 들었어요.

    ◇ 박재홍> 그러면 그 중간에서 한국인 슈퍼바이어들이 있다고 하셨는데요. 그분들이 이러한 피해가 있을 때 도와주라고 지정하는 거 아닌가요?

    ◆ ○○○> 그런데 그 사고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대처해줬다는 사례는 들어보지 못했고요. 그렇게 사고가 일어나면 바로 그 빈자리를 다른 인력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 박재홍> 그러면 치료도 제대로 못 받았겠네요.

    ◆ ○○○> 네. 아마 그랬을 거라고 생각이 들죠.

    ◇ 박재홍> 우리 젊은이들이 한국에서도 직장을 못 구해서 해외로 나가는데, 거기에서도 참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 참 안타까운데요. 그리고 일부 워홀러들 같은 경우에는 성희롱, 성폭력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다. 혹은 성매매의 길로 가는 경우도 있다, 이런 사례도 있다고 하는데요. 사실입니까?

    ◆ ○○○> 조금 조심스러운 부분이기는 하지만, 호주에 워킹홀리데이를 왔다가 근무환경이 열악한데 페이가 높지 않아서 결국에 윤락업소에서 일하게 되는 케이스를 꽤 많이 봤거든요. 호주가 한국에 비해서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 급여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기는 하지만, 그만큼 또 호주라는 나라 자체가 기초생활비 자체가 높은 나라기 때문에요. 주변에 섣불리 워킹홀리데이를 고민하는 청년들이 있으면 저는 이런 부분은 항상 조심해야 된다고 조언을 하는 편이에요.

    ◇ 박재홍> 준비를 철저히 하고 특히 어학 부분이라도 잘 준비해가야 본인이 원하는 취업의 경험과 어학 부분도 발전시킬 수 있겠네요.

    ◆ ○○○> 네.

    ◇ 박재홍> 지금도 호주 어디에선가는 이런 위험에 노출된 분들이 있을 텐데요. 그러면 외교적으로나 정부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건 없나요?

    ◆ ○○○> 글쎄요. 제가 봤을 때는 이걸 법적으로 규제해서 사업장 각자가 제대로 처우를 개선해 주고 급여 문제에 있어서도 확실하게 방안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는데요. 그런데 직업을 구하고 싶은 젊은이들은 많은데 그 직장의 수는 정해져 있기 때문에요. 구조적으로 바뀌고 스스로 각성하지 않는 이상 어려운 문제가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 박재홍> 그러면 호주 현지에도 우리 대사관, 영사관이 있을 텐데요. 그런 어려움을 당하고 도움을 요청했을 경우에 도움을 잘 줍니까?

    ◆ ○○○> 워홀러들이 불합리한 일들을 겪어도 ‘이 정도의 각오는 했어.’ 이런 마음으로 오기 때문에요. 그리고 주변에서 워낙 흔하게 모두에게 일어나는 일이고, 일단 크게 문제 제기를 굳이 하지 않고요. 그리고 문제 제기를 했을 경우에 힘들게 구한 일자리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있기 때문에요. 그래서 제도적으로 일단 이런 젊은층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 박재홍> 열정만 갖고 호주땅으로 가는 젊은이들이 많았을 텐데요. 그 열정을 착취하는 그런 구조가 있었네요.

    ◆ ○○○> 워킹홀리데이는 열정만 가지고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사실 아닌 것 같고요. 주변의 이야기를 좀 충분히 들어보고, 확실하게 준비해서 이런 억울한 일을 당하는 일들이 없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 박재홍> 무엇보다 준비가 필요하다. 무작정 떠나는 것은 아니라는 말씀이네요. 여기까지 말씀 들을게요. 고맙습니다.

    ◆ ○○○> 감사합니다.

    ◇ 박재홍> 호주에 4년간 거주하면서 워킹홀리데이 문제를 취재한 분을 익명으로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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